박근혜 퇴진 촛불 1주년:
적폐 청산 염원 보여 준 1주년 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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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4일, 7일, 8일 트럼프 방한 반대 집회에 모이자
〈노동자 연대〉 구독
퇴진 촛불 시작 1주년 집회는 정권 교체 후에도 변함 없는 적폐 청산 염원과 사회 변화 의지들이 잘 표출됐다. 다소 쌀쌀한 10월 말 저녁인데도, 수만 명이 광화문광장에 모였다.
퇴진 촛불 때 그랬듯이, 본대회 전인 낮부터 광화문광장은 여러 운동이 자신들의 요구를 펼치는 장이 됐다. 민주노총 조합원 수천 명이 비정규노동자대회로 광장 집회의 시작을 열었고, 여러 촛불 시민들을 맞이했다. 이들은 종로 대로 행진도 벌였다. 대학생들, 경북 성주에서 올라온 사드 배치 반대 주민들도 집회를 열었다. 한반도 전쟁 위기 고조 반대, 전월세 대책, 노인 복지 확대, 양심수 석방 촉구 캠페인도 벌어졌다. 이 정권 하에서 무시당하고 있는 스텔라데이지 호 참사 해결 촉구 캠페인도 호응을 얻었다. 은행 노동자들도 참가해 경영진 사퇴 캠페인을 벌였다. 정의당 심상정 대표도 토크쇼를 열고 진보정당의 성장을 가로막는 정치 제도들의 개혁을 촉구했다. 노동당은 이명박 구속 촉구 서명 캠페인을 벌였다.
오늘 참가자들은 승리한 운동을 기념하려고 나온 만큼 표정도 밝고 활기찼다. 여러 캠페인들에도 관심을 보였다. 그럼에도 적폐 청산과 개혁이 지지부진한 것에 여전히 촛불이 목소리를 내야 한다는 의지들을 내보였다. 본무대에서 문재인 정부를 비판한 사드 배치 반대 성주 주민 대표의 발언에 큰 박수와 환호를 보낸 것도 그 방증이다.
지난해 퇴진 촛불의 포문을 열었던 민중총궐기투쟁본부는 집회 후 청와대 방향 행진을 조직했다. 이 행진은 기세좋게 진행됐고, 문재인 정부가 촛불 염원에 반하는 일들을 벌이는 것을 비판했다. 이야말로 진정한 촛불의 염원을 대변한 것이었다. 이 행진은 또한 트럼프 방한 반대(11월 4일, 7일, 8일 집회) 등 한반도 평화를 위한 운동 건설을 결의했다.
연인원 1700만 명이 한겨울에도 촛불을 들고 거리로 나온 것은, 단지 구 여권이 민주당 정치인들을 못살게 굴었기 때문이 아니었다. 경제 위기 고통 전가와 반노동·친기업 정책, 한반도 평화를 해치는 친제국주의 정책, 세월호 참사 진상 규명 방해, 반민주 정치공작 등 온갖 불평등과 부정의의 당시 결집점이 박근혜 정권이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일부 문재인 지지자들이 ‘수구좌파’ 운운하며 광화문 촛불 1주년 집회를 비난한 것은 가당치도 않은 부정직일 뿐이다. 문재인 정부가 촛불이 바란 개혁들과 거리를 두고 심지어 배신하는 것을 무비판적으로 옹호하는 것은 퇴진 촛불의 염원이나 정신과 아무 관계가 없다. 정권 교체 후 새 정부 지지자들의 ‘이탈’과 분화는 (비판과 논쟁과는 별개로) 자연스러운 현상이기도 하다.
따라서 촛불의 알맹이를 이룬 노동자 대중의 염원을 제대로 대변한다면, 이런 비난은 1주년 촛불 집회에 아무런 영향을 줄 일이 아니었다.
그런 점에서 박근혜정권퇴진비상국민행동 기록기념위원회(순전히 퇴진행동이 공식 해산하고 기록위원회만 남겼기 때문에 이날 집회의 주최자가 된)가 친민주당측 정치인들과 언론의 부당한 압력을 수용해 애초 예정된 청와대 방향 행진을 취소한 것은 매우 유감스러운 일이다. 본 대회에서도 예리한 정부 비판 발언들이 적었던 것도 아쉽다.
반면에 노동 단체들이 주최측에게 공개적으로 유감을 표현하고, 문재인 정부를 향해 할 말을 하는 청와대 방향 행진을 책임성있게 조직한 것은 잘한 일이었다. 이명박근혜 정권 하에서 저항을 주도했기 때문에 이들에게는 문재인 정부 하에서도 촛불의 진짜 염원과 정신을 대변하고 이어가야 하는 책임이 있다.
본 대회
“이렇게 만나 기필코 ‘적폐’를 청산하기 위해 다시 광장에 모였습니다.”(전명선 416세월호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
집회가 시작하기 전부터 광화문 광장에는 많은 사람들이 모였고, 본집회가 시작하고 광장이 가득 찼다. 연인원 6만 명(주최측 발표)이 촛불 운동 승리를 떠올리며 광장에서 해방감과 변화 염원을 나누었다.
동시에 광장에는 결연한 분위기도 있었다. 박근혜는 감옥에 들어갔지만 ‘적폐’ 세력들이 꼬리 자르기 식으로 버리고 빠져나가려는 것에 분노하고, 트럼프의 전쟁 위협 등으로 한반도 긴장이 빠르게 높아지는 것을 비판했다.
본 대회 첫 발언은, 1년 전 박근혜 퇴진 대중운동의 문을 열어젖힌 민주노총에서 최종진 위원장 직무대행이 맡았다. 뒤이어 한 청소년 여성은 “모든 적폐가 사라질 때까지 끝까지 활동하겠다”고 당차게 발언하며 큰 박수를 받았다. 세월호 참사로 힘들어서 회사까지 그만뒀지만 이후 촛불 운동으로 다시 제자리에 설 수 있었다는 한 여성의 자유발언은 집단적 ‘힐링’의 경험을 되살렸다.
오늘 촛불은 변화 염원 또한 되살리는 자리였다.
김욱동 민주노총 부위원장과 김순애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회장은 민중총궐기 선언문 낭독 형식을 빌려 “스스로 촛불의 힘으로 탄생했다고 자임하는 새 정부 역시 실망을 주고 있습니다” 하고 일침도 가했다. 사드 배치 강행, 박근혜 대북정책 계승, 변함 없는 소수자 차별 등을 거론하며 계속 투쟁해 나가자고 말했다. 또한 “전쟁의 언사를 아무렇지도 않게 운운”하는 트럼프의 방한에 반대하는 11월 4일, 7일, 8일에도 촛불을 들자고 호소했다.
뒤이은 이종회 소성리 사드철회 성주주민대책위원장의 발언에는 “적폐만 청산되면 사드[가] 철폐[될] 것이라는 믿음”이 꺾인 데 대한 분노와 실망이 가득 담겨 있었다. “믿었고 기대했[기에] 너무나 억울하고 아팠[던]” 성주 주민들이 “문재인 정부에게 따가운 회초리를 들어야” 한다고 주장했을 때 곳곳에서 박수가 쏟아졌다.
전명선 416세월호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은 2기 특조위 설립과 진상 규명을 가로막는 자유한국당을 규탄했다. 사람들은 ‘박근혜가 내려오자 세월호가 올라왔’지만 세월호 진상 규명 책임자 처벌로 나아가는 길이 여전히 막혀 있다는 생각을 나눴다.
김환균 언론노조위원장은 언론 노동자 파업 소식을 전했다. 영상 인터뷰를 통해서 제기된 핵발전 중단, 한상균 위원장 등 양심수 석방, 국정원 사찰 규탄 등의 요구도 많은 박수를 받았다.
광장에서 스텔라데이지 호 실종자 가족들이 보낸 애타는 호소에도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며 정부의 책임 있는 대응 촉구에 힘을 보탰다. 정권 교체 후에도 여전히 자리를 지키고 있는 고위 적폐 인사들의 퇴출을 요구하는 언론노조와 노조 선거 개입 등 부당행위를 자행했던 KB금융 회장 윤종규의 퇴진을 촉구한 금융노조 노동자들의 부스도 많은 관심을 끌었다.
집회는 “적폐청산 사회대개혁”, “PEACE NOT WAR(전쟁이 아닌 평화)” 등의 거대한 현수막을 흔드는 것을 마지막으로 밤 9시를 훌쩍 넘겨 끝났다.
늦은 시간이었고, 무대 위 사회자들의 안내도 없었지만 민중총궐기투쟁본부의 주도 아래 청와대를 향해 행진에 나섰다.
참가자 약 1천 명은 청운동 한쪽 차로를 모두 막고 팻말을 흔들며 특히 트럼프에 분노하는 목소리를 높였다. “트럼프 오지 마라”, “국빈 초청 웬말이냐”. 언론들의 관심이 집중됐다. 행진의 활력은 지나가던 행인들도 끌어당겼다.
청운동 안쪽까지 행진 대오가 도달하자 마무리하면서 최영준 전 박근혜정권퇴진비상국민행동 공동상황실장은 민중총궐기투쟁본부를 대변해 다음과 같이 발언했다.
“일부에서는 도대체 왜 청와대로 행진하냐고 이야기합니다. 안타깝게도 오늘 행사를 주최한 퇴진행동 기록기념위원회는 이 문제에 대해서 청와대 행진을 철회했습니다. 하지만 그러나 저희 민중총궐기투쟁본부는 다시 유감을 표합니다.
"우리가 청와대로 온 것은 적폐가 청산되지 않았고 문재인 정부가 적폐를 청산하기는커녕 적폐를 일부 늘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사드 배치를 추진했습니다. 그리고 한반도 긴장을 고조하는 트럼프를 초대했습니다. 그러면 우리가 청와대 와서 요구할 수 있는 거 아닙니까!”
참가자들은 11월 4일 오후 4시에 서울 도심에서 열릴 트럼프 방한 반대 집회에 다시 모이자는 호소에 큰 소리로 화답하며 행진을 마무리했다.
비정규직 집회: 문재인 정부는 비정규직 제로 공약을 이행하라
□ 2017 촛불 1년 비정규직 없는 세상 만들기 전국노동자대회
박근혜 정권 퇴진 촛불 시위 1주년 집회의 시작은 민주노총 노동자들이 열었다. 1년 전처럼 말이다. 민주노총 조합원 3500여 명이 모여 문재인 정부의 기만적인 비정규직 정책을 규탄하고 노조할 권리와 비정규직 정규직화를 요구했다.
민주노총 최종진 위원장 직무대행은 1년 전 퇴진 촛불의 포문을 연 것은 민주노총이었다고 강조했다. 그런데도 문재인 정부가 노동 적폐 해소에 열의가 없다고 비판했다.
“[비정규직 제로를 말하고는] 기간제 교사, 영어회화전문강사, 스포츠강사 등을 제외시켰다. … 상시지속적인 업무를 예외 없이 정규직으로 전환하라.”
문재인의 취임 후 인천공항에서 비정규직 제로를 약속했지만 실제 진척은 꾀죄죄하다. 그래서 공공운수노조 인천공항지역지부 박대성 지부장은 “허술한 가이드라인을 재정비하라”고 촉구했다. 문재인 정부는 책임지고 제대로 된 정규직 전환 방침을 제시해야 한다.
문재인 정부의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분이 “역대 최대”라고 자화자찬하지만, 집회에 참가한 노동자들은 정부와 사용자들이 최저임금 인상 효과를 무력화시키려 다양한 꼼수를 만들어 내고 있다고 비판했다. 상여금과 교통비, 식대 등을 최저임금 산입 범위에 포함하지 말라고 강력히 촉구했는데 완전히 정당한 요구다.
집회 참가자들은 문재인 정부 하에서도 특수고용 노동자들인 대리운전·택배 노동자들의 노조 설립 신고서가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는 등 여전히 ‘노조할 권리’가 보장되지 않는 현실을 규탄하며, 모든 노동자들이 ‘노조 할 권리’를 보장받아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참가자들은 비정규직을 철폐하기 위해 정규직과 비정규직이 단결해야 한다고 결의를 모으고, 보신각과 조계사를 거쳐 거리를 행진하며 집회를 마무리했다.
□ ‘차별 없는 정규직 전환’ 지하철 업무직 결의대회
오후 1시 30분 서울시청 앞에서 서울지하철노조 소속 업무직(무기계약직) 노동자들이 결의대회를 갖고, 박원순 서울시장이 책임 지고 ‘차별 없는 정규직 전환’을 시행할 것을 촉구했다.
노동자들은, 서울시가 정규직 전환 방침만 발표했을 뿐 실제 전환 과정에서는 수수방관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리고 서울교통공사가 정규직 최하 직급(7급)보다도 낮은 8급을 신설하고, 호봉 인정에 불이익을 주는 방식으로 기존 정규직과의 차별을 유지하려 하는 것에 분노했다.
이뿐 아니라 노동자들은 최근 서울지하철노조 집행부가, 일부 보수적 정규직 조합원들의 정규직 전환 반대 압력에 타협하는 것을 비판하기도 했다.[관련 기사 ‘지하철 정규직 전환을 둘러싼 논란 - 정규직화 방안에서 후퇴한 서울지하철노조 집행회의 결과는 철회돼야 한다’] 업무직 노동자들은 서울지하철노조 집행부가 제시한 방안이 차별을 해소하지 않는 것이므로 받아들일 수 없다고 한 목소리를 냈다.
창동 차량기지에서 검수일을 하는 안전업무직인 최인수 동지는 “지금도 차별과 차이를 겪고 있는데, 또 다시 ‘합리적 차이’를 받아들이라는 것을 인정할 수 없다”고 주장하며, “이럴 때일수록 뭉치고 같이 싸워서 (차별 없는 정규직 전환을) 쟁취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차별 없는 정규직 전환을 지지하는 서울지하철노조 정규직 활동가들이 이날 결의대회에 참가해 연대 발언했다. 이들은 ‘차별 없는 정규직 전환 입장 지지 선언’을 곧 발표할 예정이라고 알려, 대열에 큰 힘을 주었다.
그리고 연대 단체로는 ‘노동자연대’가 지지 팻말을 들고 참가했고, 신정환 동지가 연대 발언을 했다.
“서울지하철노조 집행부가 지금의 결정을 철회하고 민주노조답게 원칙 있게 차별 없는 정규직 전환 입장을 굳건하게 세우고, 지금부터라도 앞장 서서 투쟁을 건설해야 한다.”
노조 내 이견이 벌어진 상황에서 연대단체가 자신들의 요구를 지지해서인지 노동자들은 “맞습니다” 라며 크게 환호했다.
업무직 노동자들은 차별 없는 정규직 전환이라는 목표를 쟁취할 때까지 투쟁할 것을 결의하며 마무리했다.
‘10.28 촛불 1주년 청년학생공동행동’
오늘 오후 3시 동아일보사 앞에서 열린 ‘10.28 촛불 1주년 청년학생공동행동’에 청년학생 100여 명이 참가했다.
‘한반도 평화실현’, ‘한일 위안부 합의 폐기’, ‘차별금지법 제정 및 군형법 92조의6 폐지’, ‘노조할 권리’, ‘비정규직 정규직화 및 청년일자리 확충’ 등이 집회의 요구였다. 대부분 퇴진 촛불에서 울려퍼진 요구들이지만 촛불 정부를 자처하는 문재인 정부는 이를 이행하지 않고 있다. 집회에서 “문재인이 촛불 요구를 이행하지 않고 있다”는 비판이 많았던 이유다.
“금천수요양병원에서 일하는 노동자”라고 스스로를 소개한 김지윤 ‘청년전태일’ 회원은 발언에서 노조할 권리를 탄압하는 병원 당국을 비판하고 청년 일자리를 위해 투쟁하자고 호소했다.
“문재인 정부는 노조 할 권리를 보장하겠다고 했지만 우리는 노동조합을 한다는 이유로 온갖 탄압을 받고 있다. ... 노조 할 권리가 보장되고 청년 노동자들이 안정적인 노동을 하기 위해 비정규직 정규직화가 필요하다.”
대학 성소수자모임연대 심기용 ‘큐브’ 활동가는 “문재인 정부는 차별금지법 제정을 [국정과제에서] 제외했다. 성평등위원회에도 동성애 쟁점은 없다. 국방부장관은 군형법 92조의6을 유지하자고 한다”고 비판했다. 참가자들은 “차별은 반민주적이다. ... 트럼프도, 이주민 차별 등에도 맞서며 우리가 함께 싸우자”는 심 씨의 호소에 박수를 보냈다.
또 청년들의 열악한 주거 현실에 대한 청년민중당 성치화 씨의 폭로와, 대학 적폐 청산을 위해 대학생들이 앞장서자는 이화여대 우지수 총학생회장의 호소도 이어졌다.
‘기다리라’?
한반도에서 군사 긴장을 키우는 트럼프 방한에 즈음해 평화를 염원하는 발언도 있었다.
서울여대 평화나비 황성진 씨는 “촛불 정부라더니 20여 년을 싸워 온 할머니들에게 ‘기다리라’고 한다”며, “문재인 정부는 ‘화해치유재단 해산은 없다’[는 말을 해서는 안 되고] ... 2015년 한일합의를 폐기하라”고 주장했다.
노동자연대학생그룹 박혜신 활동가도 한반도의 평화를 위협하는 트럼프 방한에 반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트럼프는 북한에 ‘화염과 분노에 직면할 것’이라는 둥 이미 온갖 험악한 말들을 쏟아내며 한반도 군사 긴장을 심화시켜 왔다. 그런데 문재인 정부는 이런 자에게 국회 연설 기회까지 줬다. 트럼프는 그 국회 연설에서 ‘국제 사회에 최고의 대북 압박에 동참하라’고 호소할 계획이라고 한다.
“정부에게 ‘제대로 하라’고 할 말은 하는 것이 [우리가 오늘 기리려는] 촛불 정신이다. 대학과 거리에서 트럼프 방한 반대 운동을 함께 건설하자.”
문화제가 끝난 후 참가자들은 활기차게 구호를 외치며 청와대 방향으로 행진했다. 참가자들의 평화 염원과 적폐 청산 구호가 적잖은 호응을 받았다.
광장의 목소리
민중총궐기 선언문 (김순애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회장과 김욱동 민주노총 부위원장이 낭독)
벌써 1년이 되었습니다.
촛불 항쟁의 첫 시작이었던, 민중총궐기투쟁본부가 주최한 10월 29일 집회 때가 생각납니다.
최순실 사건 이후, ‘과연 얼마나 많은 이들이 모일 수 있을까’라는 저희들의 고민에 “걱정 말라”고 하듯, 무려 3만에 가까운 국민들이 모였고, 집회가 끝난 이후까지 참으로 완강한 투쟁이 전개되었습니다.
그렇게 무려 3만이 참여했던 첫 집회는, 이제 이후 벌어진 촛불집회들에 의해 ‘참여자 수는 적었던 첫 집회’로 바뀌어버렸습니다.
참으로 위대하고 멋진 일이었습니다. 참으로 가슴 벅찬 경험이었습니다.
그렇게 국민의 힘으로 박근혜 정권을 퇴진시켰고, 박근혜를, 그리고 그의 뒤에서 나라를 망치던 적폐 세력을 감옥으로 보냈습니다. 국민이 내려 친 분노의 쇠망치에 새누리당은 부서져 두 쪽이 났으며, 새로운 정부가 들어섰습니다.
노동 개악은 철회되었고, 비록 아쉽지만 백남기 농민에 대한 명예 회복과 진상 규명 조치가 이뤄졌습니다. 가로막혔던 세월호 참사 진상 규명도 다시 시작되었고, 역사교과서 국정화는 폐지되었습니다.
그러나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국민에 의해 사망 선고를 받은 적폐세력들이, 자유한국당을 만들어 필사의 저항을 하고 있습니다. 촛불의 파도에 떠밀린 저들의 필사적인 발악으로 국회는 식물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스스로 촛불의 힘으로 탄생했다고 자임하는 새 정부 역시 실망을 주고 있습니다.
대표적 적폐인 사드 배치가 강행되었습니다. 박근혜와 황교안의 사드 ‘알박기’에 면죄부가 발부되었고, 성주 군민들을 비롯한 이 땅 전체 국민이 이웃나라의 군사적 보복 위험에 노출되었으며, 최대 교역국의 경제보복으로 안 그래도 어려운 민생이 더 악화되고 있습니다.
전쟁 불사의 박근혜 대북정책이 그대로 승계되며 이 땅의 긴장이 높아지고 남북관계는 답보를 면치 못하고 있습니다.
박근혜가 강행한 위안부야합과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이 여전히 살아있고, 언제 파기될지 기약이 없습니다.
박근혜 정권에 맞서 민중총궐기를 주도했던 한상균 위원장과, 박근혜 정권 시기 부당한 민주파괴 행위에 피해를 입은 이들이 여전히 석방되지 못한 채, 박근혜와 함께 감옥에 있는 웃지 못할 상황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개 사료값만도 못한 쌀값과 개방농정에 따른 농민들의 신음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노점 탄압과 여성, 소수자에 대한 차별 역시 변함이 없습니다.
여전히 남아있는 적폐들을 청산하고 사회 대개혁을 이루기 위해 계속 투쟁해 나갑시다.
당면하여, 우리 민중과 민족을 절멸에 이르게 할 전쟁의 언사를 아무렇지도 않게 운운하고, 무기를 강매하며 강도적 통상압력을 가하고 있는 미 대통령 트럼프의 방한을 저지 규탄하기 위해 11월 4일, 11월 7일에도 이곳에서 촛불을 듭시다!
그리고 11월 18일, 범국민대회에서, 적폐 청산과 사회 대개혁, 촛불 민의를 관철하기 위해 계속 투쟁합시다!
촛불 항쟁은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우리 모두 함께, 나라다운 나라를 만드는 그날까지 끝까지 싸워 나갑시다!
감사합니다.
이종회 소성리사드철회 성주주민대책위원장
1년 전 이곳 광장에서 촛불을 들고 적폐만 청산되면 사드 철폐가 이뤄질 것이란 믿음으로 열심히 싸운 기억이 납니다. 특히 사드는 6대 긴급 현안으로 제정되었기에 그 기대가 무엇보다 컸습니다.
문재인 대통령 당시 후보께서 '득보다 실이 많다'고 실제 말씀하셨고, 차기 정부로 넘기라고 말씀하셨고, 당선인 신분으로 실제 추가 반입에 경고까지 하시고, 절차적 정당성에 대해 문제제기 하시면서, 일반환경평가 후에 최종 배치를 결정하시겠다고 말씀하셨습니다. 크게 고무되었고 기대했습니다.
그러나 그 발표 있고 만 하루도 되지 않아 북한 미사일 한 방에 임시 배치를 결정하고 말았습니다. 9월 7일 소성리에 배치된 이 사드는, 경찰 2만 명에 의해서 무참히 짓밟히면서, 결국은 청산돼야 할 이 사드가 완성되고 역사의 시계를 거꾸로 돌리고 말았습니다.
너무나 믿었고 기대했던 당신이었기에, 너무나 억울하고 아팠습니다. 우리 할매들이 하염 없이 울었습니다.
국민 지지율이 70퍼센트가 넘는다는 문재인 대통령마저 삼켜버린 이 사드, 이 사드가 국가 안보에 도움을 준다면 왜 우리가 이렇게 450일이 넘게 싸워 오겠습니까? 동북아 균형을 깨뜨리는, 우리 안보에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전쟁을 불러오는 무서운 무기이기 때문에 반대하는 것입니다.
여러분들이 일상 생활을 하실 동안에 우리 소성리는 최전방이 되었습니다. 팔순이 넘은 할머니들이, 자식 다 키운 지금 더 잃을 게 없는 할머니들이 최고의 전사가 되어서 열심히 싸우고 있습니다.
여러분. 왜 미국 앞에만 서면 작아집니까? 왜 미국한테는 No 라고 못 합니까? 10년도 되지 않은 한미FTA를 트럼프 정부는 폐기를 계속 요구하고 있는데, 왜 우리는 미국 앞에 당당하지 못합니까?
촛불 여러분. 이 문재인 정부에게 따가운 회초리를 들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국민을 믿고 초심으로 돌아가서 우리 안보의 진정한 주춧돌을 놓을 수 있도록, 다함께 문재인 정부에게 따가운 질책을, 따가운 회초리를 때리도록 합시다.
다음주 11월 7일에는 사드로 분신하신 조영삼 님의 49제가 바로 이곳에서 열립니다. 동지들, 시민 여러분들, 많이 참석하셔서 이 사드가 철회될 수 있는 그날까지 [투쟁할 수 있도록] 저희에게 많은 용기를 보태 주시기를 당부 드립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