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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들의 기대에 못 미친 인천공항 정규직 전환 합의

인천공항공사 노·사·전문가 협의회가 12월 26일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방안을 합의했다.

3000명은 공사가 심사 후 별도 직군으로 직접 고용하고, 나머지 7000명은 자회사로 채용한다는 것이다. 임금은 10퍼센트 정도 인상되는 수준이다.

전환 시기는 노동자들마다 다르다. 1000명 정도는 내년 1월 1일자로 전환된다. 용역회사들과의 계약 기간에 따라 2020년에야 대상이 되는 노동자도 있다.

인천공항이 “공공부문 정규직 전환의 시금석”이라고 기대를 모았던 점에 비춰 보면 상당히 아쉬운 결과다. 인천공항처럼 대규모 흑자를 내는 공공기관이 이 정도라면, 더 많은 공공기관들은 직접 고용과 처우개선 수준을 더 낮추려 들 수 있다.

ⓒ출처 공공운수노조

공공운수노조는 논평에서 “완전한 정규직 전환에 미치지 못한 한계”를 인정하면서도 “제대로 된 정규직 전환의 출발점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공공운수노조 인천공항지역지부 지도부도 “절반의 성공, 절반의 한계”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노동자들의 분위기는 절반의 성공을 축하하며 기대하는 분위기는 아닌 듯하다. 노동자들은 지난 몇 개월을 끌어온 협상 과정에서 실망이 컸고, 만족할 만한 합의가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한 듯하다. 일부 노동자들은 본지에 불만을 터뜨리기도 했다. 이번 합의안의 문제는 이렇다.

첫째, 직접 고용 비중이 30퍼센트에 그쳤다. (애초 인천공항공사 사측이 854명만 직접 고용하겠다고 했던 것보다는 늘었지만 말이다.) 나머지 다수는 자회사로 채용돼 정규직 전환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다.

직접고용 대상에서 배제된 노동자들은 크게 반발하고 있다. 예컨대, 애초 인천공항 사측이 ‘생명안전업무’라며 직접 고용하겠다고 밝혔던 셔틀버스, 전기, 운항시설 등의 업무가 최종 대상에서 제외됐다. 그러니 해당 노동자들은 뒤통수를 맞은 기분일 것이다.

직접 고용되는 분야로 꼽힌 보안검색·방재 업무에서도 일부만 직접 고용되고 나머지는 자회사로 고용돼 논란이 되고 있다. 직접 고용과 자회사로 갈려 단결력이 약화될 것이라고 우려하는 목소리가 조합원들 사이에서 나오고 있다. 토목지회 한 조합원은 “노조가 흔들릴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둘째, 처우 개선도 최소화 수준에 그칠 것이 뻔하다.

구체적인 임금 체계와 수준은 앞으로 노·사·전 협의체에서 논의될 예정이다. 그럼에도 “절감되는 용역업체의 일반관리비·이윤 등을 전환자의 처우 개선에 활용”하는 수준으로 정해졌다. 이러면 임금은 10퍼센트 정도 오를 것으로 추정된다. 이 합의 직후 인천공항공사 사장은 ‘추가 부담은 없으며 기존 용역 회사의 임금 수준을 기준’으로 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직접 고용되는 노동자들도 별도 직군으로 채용되는 것이라, 사실상 무기계약직이거나 ‘2등 정규직’이 돼 차별이 유지된다. 일부 은행들에서 별도 직군으로 ‘정규직화’한 뒤 임금과 승진 등에서 차별해 문제가 되고 있다.

셋째, 직접고용과 자회사 고용 노동자들 사이에 차별이 없도록 하겠다는 약속도 온전히 지켜지리라고 장담하기 어렵다. 앞으로 (가칭)’인천국제공항 노사공동운영협의회’ 구성으로 자회사 노조와의 대화를 해 나가겠다고 했지만, 인천공항공사 사측은 끝내 자회사 노조와의 교섭을 수용하지는 않았다. 정식 교섭이 아닌 협의체로 모회사의 책임을 강제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철도 자회사 노조들의 사례를 봐도, 공사 측은 자회사 운영을 실질적으로 좌지우지하면서도 직접 사용자가 아니라며 책임을 자회사 경영진에게 떠넘기고 있다.

그동안 정규직 업무를 떼어 내는 구조조정의 일환으로 공공기관 자회사 설립이 추진돼 왔고 정부가 공공기관 ‘효율화’를 추진할 때마다 가장 우선적인 구조조정 대상이 돼 온 점을 보면, 고용 안정 보장과 지속적인 처우 개선은 불안정할 수 있다.

이 외에도 전환이 늦어지는 노동자들의 처우 개선이 지연될 것이라는 우려, 직접 고용 전환자들의 채용 심사(비관리직은 면접과 적격심사, 관리직은 경쟁 채용) 과정에서 일부가 탈락할 수 있다는 우려 등이 노동자들 사이에 제기되고 있다.

아쉬움

일부 노동자들은 그간의 투쟁에 대한 아쉬움도 제기했다. “전원 직접 고용을 내걸고 일찌감치 투쟁했어야 했다”, “노조 간부 소수가 국회 등만 쫓아다닐 게 아니라 조합원들과 함께 싸웠어야 했다.”

공공운수노조 지도부는 “공공운수노조 중앙이 전문적인 역량을 동원하여 직접 챙”겨 성과를 냈다고 주장했지만, 정작 필요한 것은 ‘전문적인 교섭 역량’이 아니라 사측을 강제할 조합원들의 집단적 투쟁을 강화하는 것이었다.

실제 그럴 수 있는 가능성은 결코 적지 않았다. 공공운수노조와 인천공항지역지부 지도부가 ‘전원 직접 고용’을 요구하며 온전한 정규직 전환을 요구했을 때, 조합원들은 적극 호응했고 상당한 열의를 보였다. 정규직화에 대한 기대 속에 새롭게 노조에 가입한 노동자가 1200여 명이나 될 정도로 조직도 확대돼 기세도 좋았다.

제대로 된 정규직 전환을 위해 노동자들의 투쟁이 필요하다 ⓒ출처 공공운수노조

그런데 공공운수노조 등의 지도부는 이런 힘을 결집해 투쟁을 키우기보다, 협상에 매달리다 “자회사 최소화” 등으로 미끄러졌다.

노동운동의 온건한 개혁주의자들은 ‘어떤 자회사인지가 중요하다’면서 전원 직접고용 요구가 비현실적이라고 주장했다. 요구 후퇴를 부채질한 것이다. 한국노동사회연구소가 3600명의 자회사 고용 방안을 제시하고, 한국비정규노동센터 이남신 소장이 전문가 몫으로 참가해 함께 이 합의안을 끌어낸 것이 그런 사례다.

인천공항이 정부의 공공부문 비정규직 전환 정책의 기준 모델이 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이번 인천공항 합의 소식에 사회적 관심이 쏠렸다. 그런 점에서 이번 합의가 정부의 가이드라인에 이어, 다른 공공기관에도 별도 직군과 자회사 방안 등의 수용을 종용하는 압력으로 작용할 것도 우려된다.

합의안이 나왔지만, 이것이 아직 확정된 것은 아니다. 인천공항지역지부는 1월 초에 합의안에 대한 조합원 찬반 투표를 할 예정이다. 찬반투표 결과뿐 아니라 앞으로 예정돼 있는 임금체계 등 구체적인 처우 개선, 채용 방식 등의 논의 과정도 순탄치 않을 가능성이 있다. 현장 노동자들이 반발 정도에 따라 향후 상황은 달라질 수 있다.

문재인 정부의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책이 곳곳에서 한계를 드러내며 노동자들의 실망을 키우는 상황에서 저항을 확대해 가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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