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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 개악 중단하라

3월 6일 최저임금위원회에서 최저임금 개악 시도가 좌절되자, 국회는 3월 16일 고용노동소위원회, 3월 20일에는 환노위 전원회의를 열어 법안을 의결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최대 쟁점은 최저임금에 포함되는 임금의 범위를 확대할 것인지 여부다. 현재 최저임금법에는 매달 지급되는 임금 외에 상여금과 각종 수당, 현물 형태로 지급되는 복리후생비 등을 최저임금에 포함시키지 않도록 돼 있다. 최저임금으로 정해진 액수 외에 상여금과 수당 등을 추가로 받을 수 있도록 보장한 것이다. 최저임금이 지나치게 낮아 생계비도 안 되는 현실을 고려한 조처였다.

지난해 최저임금이 사상 최대폭으로(16.4퍼센트) 인상됐다지만 노동자들의 삶이 크게 나아진 것도 아니다. 최근 김유선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이사장이 발표한 자료를 보면 지난해 최저임금 인상으로 늘어난 임금 총액은 전체 노동자 임금의 1퍼센트(월 6000억 원)밖에 안 되는 것으로 밝혀졌다. 최저임금 인상의 직·간접 영향을 받는 노동자 552만 명이 월 평균 10만 8천 원을 더 받게 된 것에 지나지 않는다. 아무리 따져봐도 한참 더 올려야 마땅한 액수다.

그런데 사용자들은 지난해 7월 최저임금 인상(16.4퍼센트)에 나라가 망하기라도 할 듯 저주를 퍼부었다. 지난해 말부터는 최저임금위원회에서 상여금 등을 최저임금에 포함시키는 안을 밀어붙이며 실제 인상 효과를 무력화하려 해 왔다. 문재인 정부가 이런 사용자들의 반발을 의식해 슬금슬금 후퇴하자 더욱 기세등등하게 나섰다.

최저임금위원회 위원장 어수봉은 이미 지난해 10월 말에 최저임금 산입 범위 확대 의사를 밝혔고 고용노동부, 기획재정부 장관 등도 유사한 입장을 밝혀 왔다. 여당 소속의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위원장 홍영표도 “최소한 정기상여금은 최저임금에 포함시켜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경제부총리 김동연은 2월 6일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 “산입범위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고, 2020년 최저임금 1만 원 목표도 “제반사항을 검토해 신축적이고 합리적으로 결정해야 한다”며 후퇴 의사를 내비쳤다.

최저임금위 회의가 종료된 직후 고용노동부는 “최저임금위로부터 넘겨받은 전문가 TF 안을 중심으로 제도 개선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했다.

전문가 TF 는 매달 지급되는 정기상여금뿐 아니라 ‘1개월을 초과해 지급하던 임금을 매달 분할 지급함으로써 최저임금에 포함시키는 것’도 허용하는 내용을 제시했다. 이렇게 산입 범위가 확대되면, 별도로 받던 임금 항목들이 최저임금에 포함돼 인상 효과는 대폭 줄어들 것이다.

이를 위한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도 예외로 인정하도록 명문화하자는 내용도 담았다.

국회 논의에서는 숙식비 등 복리후생비도 최저임금에 포함시키자거나, 업종·지역별 구분 적용을 요구하는 자유한국당 측의 주장도 쟁점이 될 수 있다.

문재인 정부는 최근 남북, 북·미 정상회담 추진으로 지지율이 오른 기회를 놓치지 않고 최저임금법을 개악하려 하는 듯하다. 예정대로 20일에 개악안이 통과된다면 노동시간 단축 공약 후퇴에 이어 불과 한 달 사이에 자신의 핵심 노동 공약 두 개를 모두 누더기로 만드는 셈이다.

민주노총은 국회 환노위에서 법안이 다뤄지는 3월 15일부터 국회 앞, 더불어민주당 광역시도당, 환노위원 지역구 사무실 앞 농성을 시작하기로 했다. 3월 16일, 19~20일에는 국회 앞에서 ‘최저임금 개악 일방강행 저지 결의대회’를 연다.

그럼에도 정부·여당이 최저임금 무력화 강행을 다짐하고 있는 것에 비하면 민주노총 지도부가 강공으로 맞서는 모양새는 아니다. 애초 김명환 집행부는 노동시간 단축과 최저임금이 일방적으로 개악될 경우 “노사정 대표자회의 참여를 재논의”하겠다고 했었다.

노동시간 단축의 단계적 적용이나 최저임금 무력화는 주로 더 열악한 조건의 노동자들에게 고통을 가중시킨다. 이 점에서도 모든 노동자들의 노동조합이 되겠다는 민주노총은 이 쟁점에 관한 문재인의 공약 후퇴에 강력하게 맞서야 한다.

민주노총 산별대표자들은 ‘민주노총 요구안 마련을 위해 필요시 중집 개최를 추진’하겠다고 한다. 이에 대해 후퇴 가능성을 열어 두는 것인지 우려도 있다. 실제로 일각에서는 최저임금 산입 범위 확대를 완전히 막기는 어려우니 일부(고정상여금 등)를 수용하는 것이 현실적이지 않겠냐는 의견도 있다고 한다.

그러나 그 대상이 상대적으로 소수일지라도 이는 모든 저임금 노동자들의 조건을 크게 개선해야 한다는 최저임금 인상의 애초 취지를 약화시키는 효과를 낳을 것이다.

지금은 수년간 빈곤과 불평등의 증대로 최저임금의 대폭 인상이 어느 때보다 절실한 때다. 민주노총 지도부는 문재인 정부의 최저임금 개악 시도 저지를 위해 단호하게 투쟁을 조직해야 한다.

1월 11일 임금인상 무력화와 인원 감축에 반대하는 공공운수노조 서경지부 결의대회 문재인 정부의 최저임금 인상 무력화가 사용자들에게 노동조건을 공격할 기회를 주고 있다 ⓒ고은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