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산입 범위 확대 논란:
3월 국회에서 개악될 가능성이 여전히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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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 산입범위에 상여금과 일부 수당을 포함해 최저임금 인상 효과를 무력화하려던 친사용자 정치인들의 시도가 일단 좌절됐다. 최저임금위원회에서 3월 6일까지 시한을 정해 놓고 최저임금을 개악하려던 논의가 결렬된 것이다.
그러나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는 최저임금위 논의가 끝나자마자 3월 16일 고용노동소위원회를 열기로 하고, 최저임금 산입 범위를 확대하는 최저임금법 개정안 등을 논의하기로 했다.
3월 20일에는 환노위 전원회의를 열어 법안을 의결할 계획이라고 한다. 국회에는 이미 자유한국당·바른미래당·민주평화당 의원들이 내놓은 최저임금 산입 범위 확대 법안이 여럿 올라와 있다.
최저임금위의 논의에서도 사용자 측 대표들은 ‘최저임금위가 아닌, 국회 입법을 통한 산입 범위 결정’을 주장하며 합의에 큰 열의를 보이지 않았다.
만약 최저임금 산입 범위가 확대된다면, 그동안 별도로 받던 임금 항목들이 최저임금에 포함돼 인상 효과는 대폭 줄어들 것이다.
최저임금위원회의 사용자와 정부 측 전문가들은 정기상여금뿐 아니라 식비·숙박비·교통비 등 복리후생비도 최저임금 산입 범위에 포함하자는 안을 내놓았다.
최저임금위원회 위원장 어수봉도 지난해 10월 최저임금 산입 범위 확대 의사를 밝혔고, 민주당 소속 국회 환경노동위원장 홍영표와 경제부총리 김동연 등도 “최소한 정기상여금은 최저임금에 산입할 필요가 있다”고 계속 주장했다.
2018년 최저임금이 시행되기도 전에 뒤집으려는 시도를 문재인 정부 스스로 해 온 것이다. 2020년까지 최저임금을 1만 원으로 올리겠다는 대선 공약에서 슬금슬금 후퇴할 낌새도 보이고 있다.
경제부총리 김동연은 “최저임금 인상을 목표 연도에 맞추는 식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했고, 민주당 대변인 백혜련도 “경제와 시장 상황에 비춰서 최저임금 1만 원 도입 시기에 대해 탄력적·신축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처럼 정부가 최저임금 인상 무력화를 추진하자, 개별 사용자들도 온갖 방식으로 최저임금 인상을 무력화하며 임금을 동결·삭감하고 있다. 상여금, 식비, 교통비 등을 기본급 등으로 그 명칭만 바꿔 최저임금 산입 범위에 포함하려는 꼼수를 부리는 것이다.
소정근로시간을 줄이거나 무급 휴게시간을 늘리는 등의 공격도 벌어지고 있다. 신세계그룹이 ‘주 35시간 노동’이라는 명목으로 최저임금 인상 무력화에 나선 게 대표적이다. 이마트 사측은 하루 8시간에 하던 일을 7시간 안에 하라고 하면서 인원 충원은 없다고 한다. 결국 시급은 오르지만 월급 총액은 줄어들고, 노동강도는 강화되는 것이다.
교육부와 시도교육청들은 학교비정규직의 임금 산정 기준이 되는 소정근로 시간을 줄여(243시간에서 209시간으로) 최저임금 인상 효과 무력화를 시도했고, 사립대학 당국들도 정년퇴직으로 생긴 청소·경비 노동자 자연 감소분을 채우지 않거나 단시간 알바로 대체하는 식으로 임금 총액을 동결하려 했다.
최저임금 산입 범위를 둘러싼 최저임금위의 논의가 끝났지만, 개악안이 국회를 통해 통과될 가능성은 여전히 큰 듯한 이유다.
문재인 정부가 ‘주 52시간 상한제’ 공약에서 후퇴할 때도 국회를 이용했다는 점을 상기해야 한다. 문재인 정부는 ‘주 52시간 상한제’를 위해 노동부의 근로기준법 행정해석을 폐기하면 됐지만, 굳이 입법을 통해 해결하겠다며 국회로 공을 넘겼다. 결국 주 52시간 상한제는 단계별 시행으로 법이 개정돼, 사실상 노동부 행정해석 적용 기간이 연장됐다.
따라서 문재인 정부가 ‘소득 주도 성장’을 위해 최저임금 인상 등으로 저임금 노동자들의 임금을 끌어올릴 것이라고 믿고만 있을 수 없다. 노동시간 단축과 최저임금 인상 등에서 기업의 비용 부담을 줄여 주는 방향으로 후퇴하고 있어, 최저임금 산입 범위도 개악될 공산이 커 보인다.
민주노총은 최저임금위원회의 합의 결렬 이후, “정부가 최저임금 제도개악을 일방적으로 졸속으로 강행처리할 경우 돌이키기 어려운 상황에 직면할 수 있음을 다시 한 번 경고”했다. 지난 1월 노사정대표자회의에 참여하기로 결정할 때도 민주노총은 “노동시간 단축과 최저임금이 일방적으로 개악될 경우 노사정대표자회의 참여를 재논의할 것”을 밝힌 바 있다.
이런 경고는 경고로 그쳐서는 안 될 것이다. 정세가 요청하는 바에 따르면, 최저임금 인상 무력화를 위한 정부와 사용자들의 공격을 저지할 투쟁을 실질적으로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