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원성과급과 전교조:
균등분배에 최대한 많이 참가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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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 당선 직후 교무실에는 “성과급 폐지한다며? 그것만 없어져도 속이 다 시원하겠네” 하던 교사들이 심심찮게 있었다. 경쟁이 아닌 협력을 강조하는 혁신교육 아이콘 김상곤이 교육부총리가 됐을 때 그런 바람은 더 커졌다.
일제고사와 국정 역사 교과서 폐지, 세월호 기간제교사의 순직 인정 등을 보며 성과급 폐지에 대한 기대도 한껏 높아졌다. 그러나 촛불운동 덕에 당선한 문재인은 결국 성과급을 폐지하지 않았다.
문재인 당선 1년을 맞이하는 오늘, 교사들은 “뭐야? 폐지가 아니라 차등지급률 50퍼센트? 딱 이명박 수준이네” 하며 분노한다.
문재인과 김상곤의 교원성과급 정책은 따지고 보면 이명박 때만도 못하다. 문재인 정부는 박근혜가 임금과 승진을 연계해 성과급과 교원평가를 결합한 것을 그대로 뒀다. 또, 성과급 균등분배 참가자들에게 차기년도 성과급을 지급하지 않고 징계(최대 파면)하겠다는 공문 협박도 똑같이 따라 했다.
대선 먹튀!
잠시 대선 전으로 돌아가 보자. 2017년 대선 당시 교육 의제 중 ‘성과급-교원평가 폐지’는 73퍼센트로 1순위였다. 이 때문에 후보 시절 문재인은 전교조 기관지 〈교육희망〉에 보낸 교원 정책 답변서에서 ‘교원성과급은 보수 정권이 교원을 통제하는 구체적 수단’이라면서 “교원성과급은 폐지돼야 한다”고 했다. 또, 2017년 3월 18일 공무원노동조합총연맹 출범식에서 “분명히 약속드린다. 공공부문 성과연봉제, 성과평가제 즉각 폐지하겠다”고 한 바 있다. 그러나 공식 발간한 대통령선거 정책공약집에는 ‘교원 차등성과급 폐지’를 넣지 않았다.
최소 128만 8400원, 최대 257만 6810원
세상에! 문재인은 두 측면에서 우리를 속였다. 첫째, '교원통제 정책'인 교원성과급은 보수 정권이 아니라 바로 민주당의 김대중 정권이 2001년에 처음 도입했다! 그 뒤 민주당의 노무현 정권은 차등지급률을 확대하고 교사 간 경쟁을 강화했다.
둘째, 민주당이 착실히 닦아 온 성과급 차등률을 ‘이명박근혜’는 더 큰 폭으로 확대했는데 문재인은 “폐기”는커녕 김대중 정권보다 최소 15배(128만 8400원, 50퍼센트 적용 시), 최대 30배(257만 6810원, 100퍼센트 적용 시)에 달하는 차등지급액을 그대로 둔 채 교사들에게 징계와 불이익 협박을 하고 있다!(경우에 따라 차등률 100퍼센트를 적용하는 곳이 있다고 한다.)
현장 교사들의 의견은 시종일관 성과급 폐지 입장인데 ‘정책연구 및 현장 의견 수렴’을 통한 2019년 교원성과제도 개선안 마련 운운하는 것도 결국 차등성과급제를 계속 유지하겠다는 뜻이다.
‘촛불정부’를 자처하지만 박근혜의 전교조 법외노조 탄압 상황을 유지하는 문재인은 차등성과급제도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차등지급률만 찔끔 손질하고 당선 1년도 채 안 돼 헌신짝처럼 ‘폐지’ 약속을 내던져 버린 문재인은 그야말로 단물만 쏙 빼먹고 튄 것이다. 그래서 전교조는 노동과 교육 부문에서 문재인 정권이 ‘미흡한 수준’이라며 비판했다.
진보교육감 1호이자 혁신교육의 상징이었던 김상곤 교육부총리도 한계가 분명했다. 그는 교원 성과급제도는 “인사혁신처 소관”이라며 책임을 회피하고 “다른 공무원과의 형평성 때문에” 폐지가 어렵다며 “차츰 완화하겠다”고만 했다.
2011년 경기교육감으로 재직 당시 김상곤은 당시 교육부가 주도한 학교 평가(성과급 지급을 위한 것이다)에 대해 “평가 지표 및 평가 방식 전반에 대해 재검토해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당시 경기도 혁신학교들 대부분이 중하위 등급을 받은 반면 교육청 감사에서 각종 비리가 적발된 학교들이 최고 등급을 받는 모순을 현장에서 똑똑히 봐 왔던 그다.
이런 학교별 성과급의 경쟁과 통제 원리는 개인성과급에서도 마찬가지 문제를 드러냈다. 혁신교육을 위해서는 교사간 협력이 필수적인데 성과급은 반대로 경쟁을 강요한다. 적잖은 혁신학교 교사들이 균등분배를 선택해 온 이유다.
한때 혁신교육의 상징이었던 김상곤의 이런 모습에서 수많은 교사들이 실망했을 것이다.
전교조뿐 아니라 대부분의 교육단체가 성과급 폐지를 요구한다. 2017년 6월에는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가 “교원성과급제는 교육 현장 황폐화를 초래하고 교육력을 약화시키는 주요 원인”으로 “조속한 폐기”를 요청한 것을 문재인과 김상곤이 모를 리 없다.
그런데도 차등성과급제도를 유지하고 있는 모습은 문재인 정부가 교육과 교육 노동자를 통제하려는 자본주의 국가기구 운영자임을 보여 준다. 전교조를 여전히 법외노조 상태로 두고 전교조 전임 인정을 허가한 시도교육청에 취소 압박 공문을 보낸 것도 이런 임무와 무관하지 않다.
그러나 차등률만 찔끔 고친 꾀죄죄한 조처는 현장 교사들의 불만을 달래기에 역부족이다. 전교조가 실시한 설문조사(3만 3132명)에 따르면 2018년 성과급지급방안에 대해 응답 교사 83.7퍼센트가 적절하지 않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보다 더 많은 수치인 90.9퍼센트는 전교조가 추진하는 차등성과급 균등분배에 참가하겠다고 응답했다. (이 조사의 참가자들은 전교조 조합원이 31.6퍼센트, 한국교총 회원이 20.2퍼센트, 가입한 교원단체가 없는 경우가 46.5퍼센트, 기타 단체 소속이 1.8퍼센트였다.)
이는 성과급에 대한 교사들의 광범위한 불만을 잘 보여 준다. 실제로, 지난해 성과급 균등분배에는 전보다 많은 최소 8만 7085명이 참가했다. 이는 5만여 명인 전교조 조합원을 훌쩍 뛰어넘는 수치다. 정부가 징계와 금전적 불이익을 들이대며 협박한 상황에도 굴하지 않고 많은 교사들이 균등분배에 참가한 것은 고무적이다. 전교조는 올해 균등분배에 참가한 교사 가운데 1만여 명의 명단을 공개하는 것도 추진하고 있다.
더 많은 교사들이 균등분배와 명단공개에 참가해 성과급 차등지급을 무력화하고 정부를 압박해야 한다. 이런 항의 행동을 5월 26일 전국교사대회 참가로 모아내는 것도 중요하다.
전체 교사 70여 명 중 전교조 조합원이 25퍼센트 정도 되는 한 사립학교에서 최근 4~5년 전부터 한두 명을 제외한 교사 전원이 균등분배에 참가하고 있다고 한다. 4~5년 전이면 서슬퍼런 박근혜 정권 시기로 교원성과급 차등률이 70퍼센트까지 확대되고 징계 및 환수 불이익으로 협박당하던 시기였다. 또 사립학교 특성상 학교와 재단 측의 탄압도 만만치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교조 조합원들을 중심으로 뭉친 교사들이 압력을 형성했고 균등분배가 확산될 수 있었다. 학교와 재단 측 입맛에 맞게 움직인 대가로 S등급을 받고, 균등분배에 참가하지 않았던 교사들은 업무를 추진할 때 다른 동료들의 협조를 구하는 게 쉽지 않았다고 한다. 균등분배를 거부했던 교사들도 집단적 압력에 못 이겨 결국 균등분배에 참가하는 흐름이 생겼고, 이들은 균등분배에 참가하지 않았을 당시 이득을 본 돈 수백만 원을 토해내면서도 균등분배에 가담해야 하는 분위기였다고 한다. 지난 3년간 전교조가 조직한 균등분배 통계 자료를 살펴봐도 대체로 균등분배에 참가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2015년 7만 1965명에서 2017년에는 8만 7085명으로 늘었다. 누적한 불만을 조직한 구심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다. 그리고 이 운동이 더 효과적이려면 1인 분회 등 학교별로 존재하는 불균등성을 극복하는 집단적 힘(가령, 전국적 균등분배)을 발휘해야 한다.한 사립학교의 성과급 균등분배 확대 사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