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과급 균등분배에 대한 징계 강화:
‘공공부문 성과급제 폐지’ 약속 저버리고 교원 성과급제 강화하려는 문재인 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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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올해도 어김없이 교원 차등 성과급을 지급한다. 올해는 지급 시기가 3월로 당겨지는 바람에 코로나 사태가 한창인 상황에서 ‘성과급 등급’ 통보를 받은 교사들의 마음이 착잡하다.
전교조, 교총 가릴 것 없이 ‘성과급 폐지’를 줄기차게 요구해 왔지만 정부는 귓등으로도 안 듣는다. 지난해 전교조가 전국적으로 실시한 ‘교육이 가능한 학교 만들기 교원 실태조사’(4만 9084명 참여)에서 ‘성과급·교원평가 등 경쟁주의 정책 철폐’가 1순위 과제로 꼽혔다. 2017년 6월 전국 시·도교육감협의회조차 “교원성과급제는 교육 현장 황폐화를 초래하고 교육력을 약화시키는 주요 원인”이라면서 “조속한 폐기”를 정부에 요청했다.
문재인도 대선 후보 시절에는 ‘공공부문 성과급제 폐지’를 약속했지만 집권 후 태도가 달라졌다. 교원 성과급제에 관해서는 2018년 차등 지급률 하한선을 고작 70퍼센트에서 50퍼센트로 낮춘 것이 전부다.
2019년에는 “정책연구 및 현장 의견 수렴”을 통해 “성과급제를 개선”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올해 성과상여금 지침을 보면 전혀 개선이 아니다. 경쟁과 통제를 한층 강화하는 방향이기 때문이다. 차등 지급률을 유지한 탓에 등급 간 성과급 차등액은 지난해보다 더 격차가 벌어졌다. 적폐 청산 약속을 내팽개치고 적폐를 지속하는 길로 향하는 문재인 정부의 특징이 교원 성과급 문제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처벌 강화
올해 정부 지침에서 눈에 띄는 변화는 성과상여금 균등분배에 대한 처벌을 구체적으로 명시한 점이다.
전교조는 성과급을 현장에서 무력화하기 위한 전술로 균등분배를 조직해 왔다. 지난해에는 9만 5000여 명이 참여했다.
물론 정부의 균등분배 금지 지침이 새삼스러운 일은 아니다. 그러나 성과상여금 지침에 ‘위반사항 처리방안’을 적시한 것은 처음이다. 균등분배 적발 시 “성과상여금을 환수하고 내년도 성과상여금 지급대상에서 제외하는 것은 물론 징계위원회에 회부”하겠다는 것이다. “최고 파면까지” 운운하면서 말이다. 지급일을 3월로 당기면서 실태점검 기간도 예년보다 1개월 더 늘렸다(4~6월).
관련 처벌 규정은 2016년에 박근혜 정부가 ‘교육공무원 징계양정 등에 관한 규칙’을 개정하면서 만든 것이다. 어처구니없게도, 저들은 균등분배를 통해 성과급제의 취지(경쟁과 차별)를 훼손하는 것을 공금 횡령이나 성적 조작, 부정청탁과 같은 중대 비리와 동급으로 본다.
교원뿐 아니라 공무원, 공공기관 노동자들도 성과급제에 대한 불만이 높고, 균등분배를 통해 저항을 지속해 왔다.
소위 ‘균등분배 관행’을 깨뜨리겠다고 정부가 손을 쓰기 시작한 것은 2015년이었다. ‘지방공무원 수당 등에 관한 규정’을 바꿔 균등분배 행위를 금지한 것이다. 이에 반발해 공무원 1000여 명이 해당 조항에 대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지만, 헌법재판소는 정부의 손을 들어줬다. 지배자들의 눈에는 노동자들이 경쟁과 차별을 거부하고 협력과 연대를 추구하는 것이 얼마나 위험해 보이겠는가?
정부는 그동안 균등분배를 차단하기 위한 법적 근거와 제재 수단을 점차 강화해 왔다. 2015년 지방공무원부터 시작해, 2016년 교육공무원, 2017년 공기업과 준정부기관에서도 균등분배 금지 및 처벌 규정을 적용하기 시작했다.
지난해에는 실제로 부산경찰청이 성과급을 균등분배한 특공대원들의 전년도 성과상여금을 환수하고 한 푼도 지급하지 않았다. 우파 언론은 공무원들의 균등분배를 ‘성과급 나눠 먹기’라며 균등분배가 마치 부도덕한 짓인 양 비난했다. 그러나 성과급 균등분배는 (비록 성과급제를 폐지하는 투쟁 전술로는 부족하지만) 교사들 사이의 경쟁과 차별을 거부하고 단결을 도모하는 의미 있는 실천이다.
그런데 문재인 정부는 균등분배를 단속하고 성과급제를 보다 철저하게 관철하고자 하는 의지를 분명히 드러냈다. 이전 정부가 만들어 놓은 (그러나 실제로 사용하지는 않은) 칼을 빼 들고 성과급제에 대한 저항을 단속하겠다는 것이다.
공정한 성과급?
한편 이번 지침에는 성과급 평가 기준과 방식을 일부 변경해, 성과급이 객관적이고 공정한 기준에 따라 지급되는 것처럼 보이도록 하려는 대책도 포함됐다.
성과급 평가에서 정성평가 비율을 줄이거나 정량평가 100퍼센트로 실시할 수 있는 방안, 최상위등급(S)을 부여하는 경우 그 결정의 근거를 반드시 작성하고 최상위 등급자를 전체 직원에게 공개하는 방안, 비교과 교사들을 학교에서 분리해 교육지원청 단위에서 통합평가하는 방안 등.
그러나 성과급 평가 기준을 일부 바꾼다고 해도 경쟁과 차별이라는 성과급제의 본질은 전혀 바뀌지 않는다. 교사들이 진정으로 바라는 것은 성과급제 개선이 아니라 폐지다!
문재인 정부가 이처럼 성과급을 폐지하라는 교사 대중의 요구를 철저히 무시하는 것은 자본주의 국가를 운영하는 입장에서 지배계급의 이해관계가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성과급제는 노동자 간 경쟁을 통해 노동 강도를 강화하고 임금상승을 억제하는 수단이다. 경제 위기가 심화되면서 교육과 교사를 통제해야 하는 압력도 커진다. 전교조를 계속 법외노조로 놔두는 이유이기도 하다.
교육부가 교원 성과급 균등분배를 차단하고 차등 성과급제를 한층 강화하려는 데에는 더 큰 맥락이 있다. 정부는 경제 위기 심화 속에서 기업주들의 임금 부담을 줄이고 착취율을 높이기 위해 본격적으로 임금체계 개편 작업에 나섰다. 핵심은 연공급제(호봉제)를 약화시키고 직무·성과급제를 강화하는 것이다.
행정자치부는 이미 공무원에게 직무급제를 적용하기 위한 연구용역을 시작했고 호봉제 개편과 관련해 (사실상 삭감을 의미하는) 초과근무수당 제도 개선에 착수했다. 지난해에 교육부에서도 성과급 평가에 담임·부장·학교폭력 담당자 등 기피 업무에 S등급(최고등급)을 부여하는 방안을 제시했는데, 이는 직무의 책임(가치)과 난이도에 따라 임금을 차등하는 직무급제 아이디어다.
최근 교육부가 연구용역을 통해 교원평가를 강화하는 방안(평가 점수가 낮으면 징계나 퇴출, 성과급과 교원평가 일원화 등)을 ‘개선안’이라는 이름으로 내놨다. 알다시피 정부 정책의 변화는 연구용역에서 시작되기 때문에 전교조는 경계를 늦춰서는 안 된다.
지금껏 정부의 협박 속에서도 성과급 균등분배에 참여하는 교사들이 꾸준히 증가해 왔다. 전교조는 이번에도 정부의 겁박에 굴하지 않고 균등분배를 최대한 조직해야 한다.
그러나 균등분배 방식의 현장 무력화 전술은 성과급 폐지까지 나아가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아쉽게도, 문재인 정부 시기 전교조 지도부는 투쟁보다 협상에 치중해 왔다. 성과급·교원평가를 폐지 또는 적어도 개선하리라는 기대가 컸다. 진보교육감과 협력해서 개선을 이루려는 전략도 작용했을 것이다. 그러나 경제 위기를 배경으로 정부가 호봉제를 공격하고 직무·성과급제를 확산하려는 상황에서는 작은 개선(양보)일지라도 쉽게 얻어 내기 어렵다.
앞으로 다가올 임금 공격을 막아 내고 성과급을 폐지하려면 강력한 대중투쟁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