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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의 외교·안보 정책, “평화의 새 시대” 열까?

4월 27일 남북 정상회담에 이어 6월에 북·미 정상회담도 열리게 되면서, 문재인 정부의 최대 성과로 외교·안보 부문이 꼽히고 있다.

문재인 정부 1년의 외교·안보 정책을 평가하기 위해, 지난해 대통령 취임사를 다시 상기할 필요가 있다.

지난해 5월 10일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우파 정권 9년의 외교·안보 정책과는 다른 방향을 천명했다. 당시 최대 이슈는 사드 배치 문제였는데, 그는 이렇게 약속했다. “사드 문제 해결을 위해 미국 및 중국과 진지하게 협상하겠다.” 미국 일변도 외교로 치달아 위기를 자초한 박근혜 정부와는 다를 것이라고 강조한 것이다.

그리고 “북핵 문제를 해결할 토대를 마련”하고 “동북아 평화 구조를 정착시켜 한반도 긴장완화의 전기를 마련하겠다”고도 했다.

위험한 줄타기 친제국주의 태도와 안정적 평화는 함께 갈 수 없다 ⓒ출처 한국공동사진기자단

그러나 그 취임사에는 앞의 말과 근본에서 충돌하는 요소들이 있었다. 그는 “한미동맹은 더욱 강화하겠다”고 분명히 했다. 대대적인 군비 증강도 공언했다.

취임사에서 드러난 문재인 정부의 지향점은, 사실 과거 노무현 정부의 그것을 연상시킬 정도로 비슷했다. 문재인 대통령 자신이 《문재인의 운명》(가교출판)에서 노무현 정부의 주요 외교·안보 노선을 이렇게 설명했다. “전통적인 한미 동맹관계를 중시하되 지나친 대미 편중 외교에서 벗어나 균형외교를 지향한다.”

그러나 제국주의 간 갈등이 점증하는 한반도와 그 주변 정세 속에서 이런 노선은 근본에서 좌충우돌을 예고한다. 2006년에 노무현이 어느 연설에서 “헷갈리지요? 저도 헷갈립니다”고 말했을 만큼 노무현 정부는 균형외교와 한미동맹 사이에서 줄타기를 했다. 그래서 “친미적 자주”라는 앞뒤 안 맞는 말을 만들기도 했지만, 결국 이라크 파병, 주한미군 전략적 유연성 합의, 한미FTA 체결 등 한미동맹 강화로 나아갔다.

그런데 지금은 미·중 갈등이 그때보다 훨씬 더 노골화돼서, 문재인 정부가 안게 될 잠재적 모순과 한계는 10여 년 전 노무현 정부보다 더 클 수밖에 없다.

“헷갈리지요?”

문재인 정부 외교·안보 정책의 특징이 지난 1년간 실제 어떤 양상으로 전개됐는지 몇 가지 핵심 이슈 중심으로 보자.

우선, 사드 배치 문제가 있다. 문재인 정부는 사드 배치에 절차상 문제가 있다고 했지만, 결국 사드 배치를 밀어붙였다.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 때문에 불가피하다고 강변했지만, 완전한 비핵화와 종전 선언을 북한과 추진하기로 한 지금도 사드 기지 시설 공사를 강행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트럼프의 새 중국 견제 전략인 ‘인도·태평양’ 전략에 명시적 지지를 표하지는 않았다. 중국의 반발을 의식해서다. 그러나 사드 배치에서 드러나듯이, 그 전략의 중요 요소에 대한 협력을 모두 마다하는 게 아니다. 지난해 정부는 사드 문제로 반발하는 중국과 화해하며 미국 미사일방어체계(엠디, MD)에 편입할 일은 없다고 했다. 그러나 미국이 주도하는 연합 해상 엠디 훈련에는 공식 참여하고 있다.

한·일 ‘위안부’ 합의 문제에서도 같은 형태의 문제가 드러났다. 주일 한국 대사 이수훈의 표현을 빌리자면, 문재인 정부는 이른바 “사드식 해법”을 추진했다. 일본과 위안부 문제로 대화는 계속하되, 이미 벌어진 일(위안부 합의)을 애써 뒤집지는 않겠다는 것이다.

그래서 정부는 위안부 합의가 위안부 문제의 최종적 해결이 아니라고는 발표했지만, 합의를 파기하거나 무효화하지 않았다. 게다가 일본이 준 10억 엔으로 설립된 화해·치유재단도 해산하지 않고, 계속 운영하고 있다. 한·미·일 동맹 구축을 요구하는 미국과 일본에 타협한 결과다.

신의 한 수

일각에는 사드, 위안부 합의 등에서 문재인 정부가 내린 문제적 결정들이 모두 지금의 정상회담 정국을 열기 위한 신의 한 수였다는 호평이 있다. 이런 칭찬에는, 정부의 외교·안보를 좌파적 견지에서 비판하는 것은 선무당이 사람 잡듯이 나대는 꼴이란 메시지가 함축돼 있다.

분명 지난해 “화염과 분노” 상황에 견줘, 지금 대화 국면으로 상황이 바뀐 것은 맞다. 그러나 앞으로 사람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안정적 평화가 성취될 수 있는지는 따로 따져봐야 할 물음이다.

이번 남북 정상회담 합의문을 보면, 2007년 10·4 남북 공동선언의 거의 판박이다. 컴퓨터에서 복사해서 붙여넣기를 했나 싶을 정도다. 이런 사실은 남북 관계에서 합의보다 그 이행이 훨씬 더 어렵다는 방증이다.

정상회담 합의의 이행이 가능할지, 한반도 평화를 위한 안정적 합의가 향후 남·북/남·북·미 대화에서 도출될지는, 근본적으로 제국주의 국가들 간의 경쟁을 핵심 특징으로 하는 국제 정세에 달려 있다. 그러나 이것은 문재인 정부가 통제할 수 있는 수준을 넘고, 제국주의적 경쟁이라는 측면에서는 미국마저도 근본적으로 완전히 통제할 수 없는 성격의 변수다.

따라서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 체제를 향한 길은 가늘고 긴, 무엇보다 불확실한 과정이 될 공산이 크다.

그런 점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주한미군 철수 문제에서 취한 태도는 시사적이다. 그는 평화협정이 체결돼도 주한미군은 중국과 일본 등 강대국 사이의 “중재자”로서 한반도에 남아야 한다고 했다. 어떤 경우에도, 설사 평화협정이 체결되더라도 한미동맹을 유지해야 한다는 친제국주의적 태도다.

이런 주장은 문제적이다. 지난해 트럼프가 방한했을 때 문재인 대통령이 평택 미군기지로 가서 트럼프를 만난 적이 있다. 한국 정부가 한미동맹을 위해 엄청난 돈을 들여 그 기지를 지었음을 부각시키려는 의도였다. 그런데 평택 미군기지는 중국 수도 베이징에 가장 가까운 해외 미군기지다. 이 기지가 북한뿐 아니라 중국에게도 커다란 위협임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평택 미군기지 같은 미국의 대중국 발진 기지와 3만 명에 가까운 주한미군이 주둔하는 ‘평화 체제’ 하에서 진정한 평화가 보장될 수 있을까?

이런 점을 봐도, 노동자 운동이 문재인 정부의 외교·안보 정책에 기대를 품지 말고 그 정부에 정치적으로 독립적인 평화운동 건설을 지향해야 할 필요성은 분명하다.

5월 10일 노동자연대 서울지역 공개토론회에서 발표한 것을 수정·보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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