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서비스지회 나두식 대표지회장 인터뷰:
“지금이 조직화와 투쟁 확대의 기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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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노조 경영’을 표방하는 삼성에게서 직접 고용과 노조 인정을 받아 냈습니다. 성과를 낸 비결은 무엇입니까?
삼성의 노조 파괴 문건으로 삼성이 우리가 상상도 할 수 없었던 모든 수단을 동원해 노동조합을 탄압해 왔음이 드러났습니다. (사측은) 이 정도의 양보가 아니고서는 사태를 무마시키기 어렵다고 판단했을 겁니다. 이재용의 대법원 판결을 앞둔 상황도 감안했을 겁니다.
따라서 이번 합의는 박근혜 퇴진 촛불의 연장선에서 나온 결과입니다. 노조는 박근혜 퇴진 촛불 운동에서 삼성의 문제를 끊임없이 제기했습니다. 매주 서울뿐 아니라 촛불 집회가 열리는 전국 곳곳에서 10만 장씩 유인물을 뿌렸습니다. 즉, ‘이재용 구속’ 요구는 갑자기 나온 것이 아닙니다. 삼성 노동자들의 지속적인 노력이 있었던 것입니다.
6000건의 노조 파괴 문건이 나왔다고 합니다. 6000쪽이 아니라 6000건입니다. 세부 기획들은 또 얼마나 많겠습니까? 추가로 압수된 문건도 있고, 최근에는 조합원들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한 CCTV 외장하드 200여 개가 압수됐습니다.
우리가 저항하지 않고 가만히 있었다면 변화는 없었을 것입니다. 지난 5년간 포기하지 않고 싸운 우리 삼성전자서비스 노동자들이 바로 이번 합의를 만든 것입니다.
그동안 하루하루가 지옥 같이 느껴질 때도 있었습니다. 분열 위기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단결해 싸웠기 때문에 삼성을 이길 수 있었습니다. 덕분에 조합원 스스로가 투쟁에 대한 자긍심을 갖게 됐습니다. ‘삼성을 바꿔서 세상도 바꾸자’는 자긍심 말입니다.
우리 노조에는 ‘4불 원칙’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삭발하지 않는다, 단식하지 않는다, 올라가지 않는다, 죽지 않는다. 통상적으로 투쟁이 장기화되고 지치면 마지막 수단으로 하는 것들입니다.
이런 일을 하지 않겠다는 것은, 조금 길어지더라도 지치지 말고 즐겁게 투쟁하자, 무엇보다 조합원 전체가 함께 투쟁하자는 말입니다. 결의된 소수만의 투쟁이 아니라 조합원 전체가 참여하는 투쟁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합의 이후 어떤 변화가 있었습니까? 또, 지금 진행되고 있는 직접 고용의 조건에 대한 교섭에서 노조가 요구하는 것은 무엇입니까?
합의 이후 조합원이 많이 늘었습니다. 한 달 동안 1000여 명이 늘어서 조합원이 두 배가 됐습니다. 노조 가입 문의가 많고, 노조도 적극 조직화에 나서고 있습니다.
만약 우리가 고용 안정만 추구했다면 기대가 많지 않았을 수도 있습니다. 노조가 고용 안정과 함께 처우 개선을 요구하는 것이 노동자들에게 기대감을 주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삼성전자서비스 하청 노동자들에게 처우 개선 요구는 매우 중요하다. 노동자들은 건당 수수료에 기반한 임금체계 때문에 비수기에는 저임금에, 성수기에는 장시간 노동에 고통받았다. 그래서 고(故) 최종범 열사는 유서에 ‘배고파 못 살겠다’라는 말을 남겼다.]
인천공항, SK브로드밴드 등의 합의를 냉정하게 볼 필요가 있습니다. 처우가 그대로라면 그것은 정규직화가 아닙니다.
우리의 요구는 간단합니다. 이미 원청에 동일한 노동을 하는 정규직 노동자가 존재하기 때문에, 이들과 같은 고용과 처우를 보장하라는 것입니다. 즉, 동일노동 동일처우가 우리의 요구입니다.
지회가 ‘공세적인 조직화’를 선언했습니다. 어떻게 할 계획입니까?
사측이 노조를 인정하고 노조 활동을 보장하겠다고 합의했습니다. 우리에게 중요한 기회입니다.
그동안 비조합원들은 노조가 탄압받는 것을 많이 봤기 때문에 가입을 꺼렸습니다. 그러나 이번 합의로 용기를 내고 있습니다.
우리는 합의 소식을 비조합원들에게 알리며 가입을 호소하고 있습니다. 조합원이 있는 곳부터 비조합원들을 조직하고 있습니다. 전체 노동자의 3분의 2 이상을 조직해 유니온숍을 만드는 것이 우리의 목표입니다.
노동조합에 대한 기대와 신뢰를 높이려면, 비조합원들의 의견과 요구를 적극 반영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또, 삼성전자서비스만이 아니라 삼성 전체에서 조직화를 추진해 노조를 더 강하게 만들어야 합니다. 이번에 합의를 했다고 삼성의 노동 정책이 바뀔 것이라고 보지 않습니다. 시간이 좀 지나고 틈이 보이면 사측은 더 치밀하게 노조를 탄압하려 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고립되지 않으려면, 삼성 전체에서 노조를 확대해야 합니다.
우선 민주노조가 이미 있는 곳들, 삼성전자서비스, 삼성지회, 삼성웰스토리, 삼성에스원을 집중적으로 조직해서 든든한 울타리를 만들려고 합니다. 다른 계열사의 노동자들이 들어와도 지켜줄 수 있는 울타리가 돼 줄 수 있도록 말입니다.
(성공적인) 조직화를 위해서는 교섭과 투쟁이 병행돼야 합니다. 어느 정도 조직화되면 파업으로 조직을 확대·강화할 생각입니다. 지금이 바로 조직화도, 투쟁도 잘 할 수 있는 기회입니다.
염호석 열사 4주기인 5월 17일, 청와대 앞에서 노조 할 권리를 위한 투쟁 계획도 발표한다고 들었습니다.
삼성이 마음 놓고 노조를 탄압할 수 있었던 것은 국가 주요 기관과 유착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이번 사태에 대해 청와대가 답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문재인 정부는 스스로 ‘촛불 혁명으로 탄생한 정부’라고 말해 왔습니다. 국민의 서러운 눈물을 닦아 주는 대통령이 되겠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지금 상황은 어떻습니까? 노동자들이 눈물 흘리는 상황입니다. 청와대가 그 눈물을 닦아 줄 수 있어야 합니다. 노동자들의 요구를 어떻게 들어줄지 고민해야 합니다.
우리가 5년 전에 노조를 만들어보니, 노조에 가입만 하면 다 되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삼성뿐 아니라 전체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위해 노조 할 권리를 위한 투쟁이 필요합니다. 간접고용 노동자들, 1000만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가장 간절한 요구는 ILO 핵심 협약 인준과 노조법 개정이라고 생각합니다.
ILO 협약 비준은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 사항인데 진척이 없습니다. 노조에 가입해도 해고당하지 않도록 하는 것, 파업할 때 원청이 대체인력을 투입하지 못하게 하는 것, 교섭에 하청 바지사장이 아니라 원청이 직접 나오게 하는 것이 우리가 제안하는 노조법 개정의 내용입니다.
5월 17일 기자회견을 통해 삼성전자서비스지회가 이를 위해 먼저 투쟁에 나설 테니, 전국의 간접고용 노동자들, 조직돼 있는 노동자들도 함께 투쟁하자고 호소하려고 합니다.
지금부터 조직화와 투쟁을 시작해 7월 14일에 삼성전자서비스를 비롯해 삼성 3사 노동자들과 합동 파업을 할 계획입니다. 그 파업은 하반기 본격적 투쟁의 신호탄이 될 것입니다.
그리고 9월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집회, 11월 전국노동자대회 때 촛불 투쟁의 상징인 광화문에서 10만 명 이상을 모아 노조 할 권리를 위해 투쟁하자는 것이 우리의 제안입니다.
민주노총과 제 시민사회에도 이 같은 하반기 투쟁과 삼성그룹 조직화 지원을 요청할 생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