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민 심사 결과 발표 예정:
예멘 난민 수용하고 섬 떠나는 걸 허용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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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12일자 ‘예멘 난민 반대 청원 70만 명 - 난민은 위험하다는 거짓말에 속지 말라’ 기사를 개정증보한 것이다.
법무부가 예멘인들에 대한 난민 심사 결과를 이르면 7월 셋째 주부터 발표할 예정이다.
일각에서는 예멘인들이 ‘가짜 난민’이라고 주장한다. 이런 사람들은 예멘이 “세계 최악의 인도주의적 위기를 겪고 있는 나라”(유엔 사무총장 안토니우 구테흐스)라는 엄연한 사실을 못 본 척 한다.
난민들이 관광 목적의 무비자 입국 제도를 ‘악용’했다는 주장도 애먼 사람 잡는 것이다. 정부 박해와 전쟁 때문에 황급히 나라를 떠나는 사람에게 비자를 받아오라는 것은 처음부터 비현실적이다.
그런데도 한국 정부는 난민 다수 발생 국가들을 겨냥해 비자를 요구해 사실상 난민 신청을 억눌러 왔다. 중동에서는 미국의 제국주의 정책을 지원하면서도 그 피해가 가장 큰 예멘, 시리아, 이라크 등에게 비자를 요구한다. 최근에는 이집트 출신 난민 신청자가 늘자 이집트도 무비자 입국 국가에서 제외시키겠다고 발표했다. 이집트는 반혁명으로 500명이 한꺼번에 사형 선고를 받을 만큼 정치 탄압이 혹심한 데도 말이다.
지금 정부는 난민법이 한시적으로 지원하도록 한 쥐꼬리만한 생계보조금도 지급하지 않고 있다. 그래서 예멘 난민들은 입을 모아 일자리 문제가 가장 시급하다고 말한다. 예멘인들이 더 많은 곳에서 일자리를 구할 수 있도록 정부는 이들의 체류를 허용하고 출도 제한을 풀어야 한다.
난민 수용하면 범죄가 는다?
난민 수용에 반대하는 국민청원에 한 달 동안 71만 명이 이름을 올렸다. 난민 탓에 범죄가 늘 것이라는 우려가 크게 작용한 듯하다. 난민 수용 거부감을 보인 응답자를 상대로 한 설문에서도 거의 절반에 달하는 이들이 ‘난민 범죄 피해에 대한 두려움’을 꼽았다(한국사회여론연구소).
그러나 형사정책연구원의 통계를 보면 외국인에 의한 범죄 발생 비율은 내국인보다 현저하게 낮고, 특히 체류 자격이 취약할수록 더 낮다. 그런데 난민 신청자는 길어야 1년, 대체로 2~3달마다 당국에 신고해야 할 정도로 체류 자격이 가장 취약한 집단에 속한다. “2017년 체류 외국인 수가 전년보다 증가했음에도 외국인 범죄는 오히려 감소했다.”(7월 5일 자 법무부 보도자료)
‘제주도의 외국인 범죄율 급증’ 같은 자극적인 보도도 크게 왜곡된 것이다. 실제로는 지난 몇 년간 제주도에 온 외국인 관광객이 무려 5배 가까이 늘면서(2010년 77만여 명→2016년 360만여 명) 각종 사건사고가 잦아진 탓이 크다. 더욱이, ‘외국인 범죄’로 분류된 사건 중 가장 많은 것은 신호 위반 등 ‘교통 범죄’였다.
제주도에서 범죄율이 가장 높다는 주장도 통계에 의한 착시 효과다. 보통, 범죄율은 인구 수 대비 전체 범죄 발생 건수로 계산하는데 제주도의 경우 유동인구가 많아서 이 값이 크게 왜곡된다(거주민 67만 명 vs. 내외국인 관광객 1500만 명). 관광객은 범죄 건수를 집계할 때는 포함되지만 인구 수를 집계할 때는 포함되지 않는다. 그래서 제주지방경찰청은 “(유동인구를 고려해) 인구를 늘려 계산하면 [제주도의] 범죄율은 큰 폭으로 줄어든다”고 해명하기도 했다.
난민 수용을 거부하는 사람들 넷 중 한 명은 난민을 받으면 일자리가 줄고 복지 부담이 커질 것이라고도 응답했다.
그러나 난민 신청자는 구직이 아예 금지되거나 사실상 3D 업종으로 제한된다. 한 번에 허가되는 체류 기간도 짧아 안정적인 일자리를 구하기도 어렵다. 이를 어기고 일자리를 구해 생계를 꾸리려 하면 난민 심사에서 불이익을 당한다. 이주민을 재판도 없이 무제한 구금하기로 악명 높은 외국인보호소에 1년 이상 갇혀 지내면서 난민 소송 절차를 밟는 난민들도 상당히 많다. 난민 신청자가 한국에서 몇 년이고 제약 없이 생활할 수 있다는 말은 참말이 아닌 것이다.
난민들은 “우리는 노예가 아니다”라며 정상적인 국민으로 인정받기를 요구하고 있다(관련기사 1, 관련기사 2). 한국 노동자들이 사장들의 저임금 강요에 맞서려면 이런 난민들이 자신들과 같은 조건을 누리도록 연대하는 것이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관련 기사: ‘일자리 위기의 책임은 이주노동자가 아니라 기업주에게 있다’)
‘국민의 삶이 이토록 팍팍한데 정부는 난민 지원에 정신이 팔려 있다’는 생각도 현실과 맞지 않는다. 난민 신청자에게 지급하는 생계지원금은 길어야 6개월이고 그조차도 숙박비를 내고 나면 거의 남는 게 없다. 안정된 주거지는커녕 학교나 병원 같은 기본적인 사회기반시설 이용에도 제약이 많다. 한 활동가는 국내 난민의 처지를 이렇게 요약했다. “굶어 죽을 것인지, 법을 위반하고 살아남을 것인지 선택지가 두 가지밖에 없다.”
난민 비방운동가들의 다양한 거짓말
난민 유입이 많아지면 범죄가 는다는 주장 등은 난민에 대한 비방일 뿐이다. 이런 비방이 힘을 발휘하는 데에는 그동안 서구 지배자들이 퍼뜨려 놓은 무슬림 혐오가 크게 작용한다.
미국과 서유럽의 제국주의 지배자들은 중동과 아프리카 지배를 정당화하려고 이슬람이 여성을 천대하고 폭행하는 종교라는 생각을 수십 년 동안 부추겨 왔다. 특히 테러가 발생할 때마다, 서구 지배자들은 이슬람의 ‘폭력성’을 탓했다. 자신들이 시리아·이라크·아프가니스탄 등지에서 전쟁을 일으켜 무수히 많은 사람들을 죽이고 현지 독재자를 후원한 사실은 감추고 말이다. 이에 대한 분노가 테러의 원인이다.
난민 비방 세력은 ‘국민이 우선이다’라는 포퓰리즘 기치로 포장해서 이런 무슬림 혐오를 퍼뜨리고 있다. 미국과 유럽에서 우익이 흔히 써먹은 수법이다.
실제로 서울에서 열린 두 차례 난민 반대 집회는 영락없는 이슬람 혐오 집회였다. 첫 집회부터 주최 측이 “엄선”했다는 연사는 버젓이 연단에서 ‘이슬람이 우리 사회에 동화될 수 있다는 것은 순전한 이상이고 비현실적’이라고 주장했다. 자신들이 “특정 종교 혐오가 아니”라는 주최 측의 주장은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려는 것에 불과하다.
프랑스에서 벌어진 공격의 끔찍한 상황을 묘사하며 난민 반대를 호소하기도 했다. 그러나 프랑스가 지금도 중동을 폭격하고 있다는 것과 식민지였던 알제리 출신 프랑스 국민들을 지독하게 차별해 왔다는 것이 그런 공격의 진정한 원인이다. 제국주의 전쟁과 인종차별을 없애야 난민과 테러도 줄어들 것이다.
지나치게 관대한 난민법?
난민법의 “허점” 때문에 난민 신청자가 급증했다며 난민법 폐지 또는 개정을 요구하는 난민 비방 우익의 주장도 거짓말이다. 2013년 이후 아랍 혁명이 패배해 중동·북아프리카에서 반혁명이 승기를 잡아 생지옥으로 변하자, 세계적으로 난민 신청자가 급증했다. 그 가운데 극히 일부가 머나먼 한국까지도 온 것이다. 그래서 일본은 난민법이 아예 없지만 2016년, 2017년 모두 한국보다 난민 신청자가 각각 1.4배, 1.9배 많았다.
난민 비방 우익은 촛불 집회 정신을 이어받는 양 행세해서 평범한 사람들을 끌어들이려 자신들이 우익이 아니라고 강조한다. 그러나 쟁점화에 어느 정도 성공하자 정치적 우익과의 친화성을 서서히 드러내고 있다. 7월 14일 2차 집회에서는 자유당 국회의원 조경태가 연단에서 발언했고, 다른 연사들은 “태극기를 흔드시는 어머니 아버지들”께 고마움을 표했다.
우익과 타협하는 문재인 정부
난민 문제가 큰 사회적 쟁점이 되고, 특히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이 그 진앙임에도 불구하고 정작 청와대는 한 달 가까이 명확한 입장 표명을 미뤄 왔다.
청와대의 침묵은 결과적으로 우익이 엉터리 내용으로 난민을 비방하고 청원 동참을 호소·조직할 시간을 허용했다. 이제 자유당 조경태와 김진태, 바른미래당 이언주 등 우익 국회의원들은 난민 비방 우익과 손을 잡거나 그 주변을 기웃거리고 있다.
난민 문제 주무부서인 법무부(장관 박상기)가 6월 29일 발표한 난민 대책은 “난민 제도를 악용하는 일이 없도록 난민법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혀, 현행 난민법이 악용되고 있다는 주장에 사실상 손을 들어 줬다. 반면 난민 비방 반박에는 매우 소극적이다.
이는 우연이 아니다. 그동안 정부, 특히 법무부는 난민 문제와 관련해 졸속적이고 행정편의적인 난민 심사, 최소한의 인력도 갖추지 않은 난민 제도 운용, 법으로도 보장된 난민 신청자 지원을 제대로 하지 않는 문제 등으로 비판받아 왔다.
기존 난민법도 난민들 처우에 극도로 무관심했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았다. 2013년 난민법 시행 이후 난민 인정률은 오히려 더 낮아져 2017년에는 1.5퍼센트에 지나지 않았다. 세계에서 가장 낮은 수준이다. 전쟁 등으로 난민 신청자는 빠르게 늘고 있지만 정부의 형편없이 낮은 인정률 때문에 자연히 난민 불인정에 대한 이의 신청도 많아졌다.
법무부의 ‘대책’ 중에는 난민심판원 설치가 있는데, 난민 보호보다는 사실상 이의 신청을 빠르게 기각하거나 차단하겠다는 의도가 강하다.
법무부는 “현재 [난민 심사] 이의신청 과정은 ‘밑져야 본전’이라는 셈으로 악용되는 경우가 많다”(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장 차규근)며 전부터 난민심판원 필요성을 얘기했는데, 이번에 이를 꺼내든 것이다. 기존의 난민법 개정안들이 대체로 난민 심사에서 절차적 권리 향상, 난민 인정자와 인도적 체류자의 처우 개선 등을 골자로 한 반면, 이번에 법무부는 우익 포퓰리즘 뒤에 숨어 반대 방향으로 가려 하는 것이다. 정부는 한편으로는 국제적 책임을 운운하지만 실상 난민을 차단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또한 정부는 난민 신청자를 범죄시하는 분위기를 이용해 박근혜의 대표 악법인 테러방지법을 휘둘러 첫 구속자를 만들었다. 형법 상의 범죄 행위를 저지르지 않았지만 아이시스(ISIS)와의 관계도 모호한 세력의 영상을 공유하고 가입을 권했다는 것만으로 한 난민 신청자를 구속한 것이다.
최소한의 권리조차 보장받지 못해 열악한 처우 속에 내몰린 난민들을 더한층 억압하려는 정부의 난민법 개악과 무비자 입국 강화 등으로 더한층 고통을 당하게 생겼다. 예멘 난민을 수용하고 그들에 대한 출도 제한을 풀라는 것은 정말이지 최소한의 요구라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