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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민의 목소리’ 기자회견:
험난한 심사와 열악한 지원에 대한 난민들의 항의가 이어지다

8일, 광화문 광장에서 국내 거주 난민들이 자신들의 목소리를 직접 알리려고 기자회견을 열었다.

돈을 벌러 온 ‘가짜 난민’이라거나 심지어 가족을 버리고 왔다는 등의 왜곡된 난민 혐오 주장들은 아무 근거가 없음을 보여 줬다. 앞서 이집트 난민 신청자들이 열악한 난민 지원에 항의하는 집회를 연 바 있는데, 그것이 일부 난민들의 불만이 아니라 국내 난민이라면 누구나 느끼는 문제라는 것도 확인할 수 있었다.

난민 신청자에 대한 일각의 왜곡을 바로잡고자 난민들 스스로 목소리를 냈다 ⓒ임준형

이번 기자회견은 안산이주민센터, 오산이주민센터, 국경없는마을, 필리핀공동체 카사마코, 나이지리아, 부룬디, 카메룬, 라이베리아, 콩고 공동체가 결성한 ‘난민의 목소리’에서 주최했다.

기자회견에 참가한 난민 20여 명은 험난한 난민 심사 과정과 한국에 체류하며 겪는 어려움 등을 전했다. 경제적 지원은 매우 부족한 상황에서 난민 심사가 평균 2~3년으로 지나치게 오래 걸리다 보니 경제적 어려움과 체류 불안정을 초래한다고 비판했다. 난민 신청서를 제출하기 위한 인터뷰도 최근에는 2달 이상 기다려야 한다고 한다. 이들은 전문 인력을 배치해 난민 심사 기간을 단축하고 정당한 심사를 해 달라고 요구했다.

한국에 거주하는 부룬디인 100여 명을 대표하는 한 난민 인정자는 난민 심사 과정에서 겪는 어려움을 토로했다.

“정말 어려움에 처해 있지만 [난민 심사 과정에서] 그것을 제대로 증명하지 못해서 거짓말쟁이, ‘가짜 난민’이라는 오명을 쓰고 있다.”

2017년 한 해 동안 한국의 난민 인정률은 2퍼센트에 불과했다. 이는 비현실적인 난민 심사 때문이지 ‘가짜 난민’이 많아서가 아니다. 정부는 위험을 피해 빠져 나오느라 제대로 된 증거를 챙기기 힘든 난민들에게 스스로 난민임을 입증할 것을 요구한다. 또 2017년 한 해 난민 신청이 1만 명에 육박했지만 심사 공무원은 전국에 38명뿐이었다. 제대로 된 심사를 기대하기 어려운 것이다.

국내 여러 이주 공동체와 난민 20여 명 등이 결성한 '난민의 목소리'는 8일 광화문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임준형

나이지리아 난민은 난민 신청자들에게 일할 수 있는 권리를 충분히 보장해 달라고 요구했다.

“한국 정부가 난민들에게 재정 지원을 많이 한다고 불만이 많지만, 사실이 아니다. 정부가 재정 지원을 하지 않기 때문에 일할 권리를 줘야 한다. … 노동 허가를 받지 않고 일하는 것에 자꾸 수백만 원의 벌금을 매기는데 그러지 말아 달라.”

정부는 난민 신청 후 최초 6개월 동안 취업하지 못하게 하고 있다. 6개월이 지나도 난민 인정을 받기 전까지는 사실상 단순노무 업종만 취업 가능하다. 또한 보통 3개월 길어야 6개월 마다 비자를 갱신해야 하는데, 불안정한 체류 지위 때문에 취직에 어려움을 겪고 이는 경제적 어려움으로 이어진다.

위험한 고국에 가족을 남겨 두고 떠나와야 했던 것도 공통적으로 호소하는 고통이었다.

“생명의 위협에서 벗어나기 위해 어려운 가운데서도 한국에 왔다. 그러나 나는 절반만 구원 받았다. 나의 가족은 여전히 위험한 고국에 있기 때문이다.”(부룬디 출신 난민)

그래서 기자회견에 참가한 난민들은 난민 인정자들의 가족 결합이 속히 이루어져야 한다고도 요구했다. 이를 위해서는 가족을 데려오기 위한 경비 조달과 주거와 안정적 직업도 필요하다며 정부와 시민사회의 지원을 호소했다. 일각에서는 난민 신청자 다수가 남성이라는 것을 들어 성범죄 등에 관한 근거 없는 공포심을 조장하지만, 실제로는 가족과의 재결합을 간절히 원하는 평범한 사람들인 것이다.

이처럼 난민들은 생명의 위협을 피해 어렵게 한국을 찾았지만 정부의 인색한 난민 인정과 열악한 지원으로 고통 받고 있는 사람들이다. 인종차별적 편견을 조장하는 우익에 맞서고 난민들에게 지지와 연대를 보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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