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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문 진영의 이재명 찍어내기는 우파의 기만 살릴 뿐이다

민주당 당대표 선거 후보인 김진표 전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7월 말 이재명 경기도지사에게 탈당을 촉구했다. ‘부정한 의혹이 많아 정부 지지율에 저해된다’면서 말이다.

친문 진영 후보로서 강성 문재인 지지자들의 표심을 잡으려는 행보다. 현재 이재명 지사에게 제기된 의혹들 대부분이 민주당 경기도지사 후보 경선 때 경쟁 후보였던 친문 핵심 전해철이 재생해 제기한 것들이기 때문이다.

당대표 선거가 중반을 지나자 전해철은 결국 김진표 지지 선언을 했다. 다소 무리수를 둔 듯하다. 2016년 총선을 앞두고 안철수·박지원·정동영 등과 갈라서면서 문재인 당으로 재편된 민주당이지만, 김진표의 당선 가능성이 경쟁 후보인 이해찬(노무현 시절 친노 좌장 출신이다)보다 높지 않기 때문이다.

김진표는 그 화려한 경력답게 보수적인 인물이다. 김대중 정부 때 청와대를 거쳐 노무현 정부에서는 경제부총리와 교육부총리를 지내며 이라크 파병과 한미FTA 등을 적극 찬성하고 서울대 법인화 등을 추진했다. 노무현 정부의 일원으로 금산분리 완화를 지지하고 (불법 논란을 낳은) 론스타의 외환은행 매입을 지지한 것도 김진표였다. 김진표가 노무현 정부의 신자유주의 선봉장으로 승승장구하는 동안 전해철은 청와대에서 (문재인의 후임자로서) 민정수석을 지냈다.

따라서 문재인의 우선회와 친노·친문 진영의 김진표 지지 선언은 어색한 조합이 아니다. 김진표는 자기 저서에서 과거 재경부 관료 시절에 교육 문제 토론 그룹을 현 경제부총리인 김동연 등과 함께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 사회의 적폐가 아니라 당 내 상대적 진보파를 청산하려는 친문 진영 ⓒ출처 SBS

최근 보수 언론은 노무현이 개인의 이념보다 국익을 우선했다며 문재인에게 노무현의 길을 따르라고 충고한다. 심지어 〈조선일보〉는 기존 지지층이 떠나는데 새 지지층이 형성되지 않을 수도 있다며 걱정까지 해 준다.

그 길은 대연정 제안과 한미FTA 체결 등으로 노골적인 우경화를 하던 노무현 정권의 후반기 노선이었다. 자연히 지지층이 이반함에 따라 여권 내 반발도 심각했다. 법무부 장관 출신 천정배는 한미FTA에 반대해 단식 농성까지 했고, 좌파 출신인 당시 보건복지부 장관 김근태(2011년 사망)도 반발했다. 당시 통일부총리 정동영도 노무현을 비판했다. 결국 차기 대선 주자급 인물 중에서는 유시민만이 노무현을 지지해 남고 나머지가 연쇄 탈당해 당시 여당 열린우리당의 과반 지위가 붕괴했다.

친문 인자들이 이런 부끄러운 배신적 과거에서 얻은 나름의 교훈은 여당을 한층 더 문재인 친정 체제로 구축해 친문 재집권을 추구해야 한다는 것이다. 경제 위기 때문에 기업 편을 들어야 하는 문재인 정부가 위기에 빠지는 것을 미리 차단하려면 2020년 총선 공천권을 쥐어야 하고 당내 개혁파도 미리 숙청해야 한다.

이런 우경적인 동기가 친문 인자들이 민주노총이나 정의당 등을 모욕적 언사로 공격하고 이재명 지사 등 당내 개혁파 인사들까지도 공격하는 까닭이다. 특히 이재명 지사가 혹여라도 개혁 정책을 실행해, 우선회하는 문재인 정부와 대비돼서 반사이익을 얻는 일을 막으려면 임기 초부터 각종 공격으로 힘을 빼놔야 하는 것이다.

따라서 이재명 지사에게 제기된 의혹들이 사실인지 아닌지는 친문 인사들에게 중요하지 않다. 이재명 지사와 김경수 경남지사를 대하는 이중잣대가 그 방증이다. 의혹설만 있고 그조차 대부분 개인 프라이버시에 해당하는 의혹을 받는 이재명 지사에게는 탈당을 촉구하는 반면, 민주당도 특검(드루킹 특검) 도입에 동의해야 했던 김경수의 구체적인 혐의(여론 조작)에 대해서는 “정치 공세”라며 적극 방어한다.

친문 인자들의 이중적 위선을 제쳐놓더라도, 이재명 지사에게 제기된 의혹들은 아직은 실체가 불분명하다. 조폭 연루 의혹을 보도한 SBS의 〈그것이 알고 싶다〉를 봐도 확신이 안 든다. 〈그것이 알고 싶다〉는 이재명 지사가 조폭과 유착했다는 ‘사실’이 그의 공적 의사 결정에 어떻게 영향을 미쳤는지를 꼼꼼하게 검증하기보다는, ‘뭔가 있긴 있나 보다’는 냄새만 풍기는 선정적 방식의 보도에 그쳤다.

그래서 오히려 이재명 지사의 기업 규제 방침에 불만을 품은 대기업들이 공작에 나선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예컨대, 이재명 지사는 경기도 내 관급 건설공사에서 원가 공개를 추진하는 등 건설사에 불리한 정책을 추진하려 한다. 8월 13일 이재명 경기도정 인수위는 남경필 전 지사가 추진한 사업 8개의 검증을 경기도에 요구했다.

공교롭게도 SBS의 대주주는 남경필이 경기도지사를 하던 시절에 경기도청 신청사 건설을 수주한 태영건설이다. 한편, 백혈병 유발 삼성전자 공장이 있는 수원 영통구에서 3선을 했고 삼성 장학생으로 불리는 김진표가 이재명 찍어내기에 앞장선 것도 시사적이다.

이런 우경적인 공격에 맞서 살아 남으려면 이재명 지사는 친문 인자들과 타협하는 게 아니라 본인이 약속한 진보적 개혁을 단호하게 실행하고, 의혹들은 투명하게 해명해 지지층에 책임지는 정치를 해야 할 것이다(우선회하는 문재인 정부를 보호할 민주당원으로서의 책임이 아니라).

문재인의 레임덕을 미리 방지하겠다는 친문 인자들의 행태는 우파에게도 사기를 회복할 자신감을 준다. 선거에서 남경필 지지는 한 에피소드다. 정권 초기부터 정권 퇴진을 주장해 온 우파에게 여권의 분열은 그 자체로도 고무적이겠지만, 여권 내 상대적 진보파 숙청 시도는 정권의 우경화를 재촉할 것이기 때문이다. 여러모로 지지층의 염원에 고약하게 찬물 끼얹는 친문 진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