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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의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책:
자회사 방안은 포장지만 바꾼 간접고용 비정규직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가 말잔치였음이 드러나다 ⓒ강철구

문재인 정부의 공공부문 정규직 전환 정책이 발표된 이래 온전한 정규직으로 전환된 노동자는 거의 “제로”에 가깝다.

전환자들 대다수는 무기계약직 또는 자회사 고용으로 또 다른 비정규직 신세가 됐다. 이런 전환조차 문재인 정부가 애초 약속한 수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8월 말 기준으로 전환 완료된 노동자 수는 정부가 전환 대상으로 선정한 공공부문 비정규직 17만5000명 중에서 고작 8만 4000명에 불과하다. 이 정책의 시금석으로 여겨진 인천공항공사에서조차 지금까지 단 한 명도 전환되지 않았다.

불과 1년 반 전에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라는 요란한 말잔치를 벌이더니 결과는 엉터리인 것이다. 소득주도성장론의 대표적 정책인 공공부문 정규직 전환 정책은 허울뿐이었음이 드러났다. 최저임금 1만 원 공약은 사실상 폐기된 지경이다. 문재인은 우향우 행보를 시작하기 전에 이미 자신의 핵심 정책을 스스로 무너뜨려 온 것이다.

지금도 교육기관, 연구기관, 병원, 공기업 등 공공부문 사업장 곳곳에서 정규직 전환 대상, 방식, 처우 등의 문제를 둘러싸고 갈등과 파행이 계속되고 있다. 최근 공공운수노조가 발표한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현장 실태와 문제점 사례 백서’에는 이런 갈등과 파행 실태가 빼곡히 적혀 있다.

문제의 핵심은 문재인 정부가 돈 안 드는 ‘정규직 전환’ 정책을 고수하는 것이다. 전환 제외, 무기계약직이나 자회사 고용도 정규직이라고 사기치기, 고용 안정이 우선이라며 처우 개선 요구 외면하기 등은 하나같이 비용을 최소화하려는 조처들이었다.

간접고용 유지

파견·용역 노동자들을 자회사로 전환하려는 시도는 공공기관 대부분에서 벌어지고 있다. 5000명~1만 명씩 대규모로 간접고용 비정규직을 사용해 온 인천공항공사, 철도공사, 도로공사, 한국전력, 발전공기업 등에서부터 서울대병원, 잡월드, 마사회, 중소기업진흥공단 등에 이르기까지 말이다.

정부와 공공기관들이 애써 직접고용을 하지 않고 자회사 방안을 밀어붙이는 이유는 사용자 책임을 지지 않고, 고용 보장과 임금·조건 개선 등을 위한 노동 비용을 억제하려는 것이다.

공공기관 자회사는 모회사보다 구조조정이 훨씬 손 쉽다. 공공기관 자회사가 지분 매각(민영화)이나 외주화를 통해 용역업체가 된 사례들이 적지 않다.

남동발전은 박근혜의 공공기관 ‘정상화’ 추진 때 부채 감축을 위해 자회사였던 한국발전기술(발전소 정비 업무)의 지분을 민간에 매각했다. 이번에 자회사로 전환되는 한국가스공사의 시설·미화· 경비 업종은 용역업체로 외주화되기 전에 자회사로 운영된 바 있다. 마사회도 자회사로 운영하다 용역으로 바뀐 사례다.

이러니 이번에 자회사가 된다 해도, 다시 용역업체로 되돌아가지 말란 보장이 없다. 최근 한 언론은 “정부와 한전 관계자들은 공공연하게, 직고용을 해도 경영효율성을 앞세우는 정권이 들어서면 아웃소싱을 해야 할 수도 있고, 100% 출자 자회사를 해도 이후 그 지분이 어떻게 관리될지는 알 수 없다고 말했다”고 폭로했다. 이런 이유를 들며 한전 사측은 검침원 5200명에 대해 자회사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

심지어 한국도로공사의 톨게이트 요금 수납원의 경우 법원에서 1, 2심 모두 불법파견 판정을 받았는데도 사측은 6700명의 노동자들에 대한 자회사 전환을 밀어붙이고 있다.

한국도로공사의 톨게이트 요금 수납원, 한전의 검침원 등은 향후 업무 자동화로 상당수의 인력 감축 우려가 제기돼 온 분야들이다. 자회사 전환이 고용 안정도 가져다 주지 못할 것이라면서 노동자들이 불안감을 떨치지 못하는 이유다.

자회사 전환 이후 처우 문제도 커다란 쟁점이다. 인천공항공사 사측이 임금 등 처우 개선을 최소화하려고 버티고 있는 것이 대표적이다. 중소기업진흥공단은 자회사 전환 시 약속했던 정년 연장과 임금 인상을 지키지 않고 있다. 자회사로 전환되는 노동자들은 근속도 인정받지 못하고, 고작 최저임금 인상분 정도가 반영되는 정도다.

민간 부문에서 추진된 자회사에서도 마찬가지 문제점이 드러나고 있다. 그래서 SK브로드밴드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자회사 전환을 두고 “덩치만 큰 하청기업”이라고 꼬집었다. 문재인 정부가 자회사 전환도 정규직이라고 포장을 해 준 덕에 공공부문뿐만 아니라 민간 부문의 사용자들도 직접 고용을 회피하는 길을 걷고 있다.

공동 투쟁

자회사 전환을 강요 받은 노동자들이 투쟁을 지속하고 있다. 9월 28일 한국잡월드, 마사회, 가스공사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파업을 하고 ‘공공운수노조 총력 투쟁대회’에 참가한다. 민주연합노조 소속 한국도로공사 요금 수납원 노동자들은 자회사 강행에 항의해 더불어민주당사 로비에서 10일 째 농성을 벌이고 있다. 한국노총 소속의 검침원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자신들의 대표자가 자회사 전환에 합의해 준 것에 반발하고 있다.

지금 정부는 노동자들의 요구에 완강하게 눈감고 귀를 닫고 있다. 이런 정부를 강제하려면 개별공공기관뿐 아니라 정부에 맞서 공동 투쟁을 확대해야 한다.

무기계약직 전환자 처우 개선하라

문재인은 지난해부터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고용 안정이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사실상 처우 개선은 기대하지 말라는 뜻이었음이 시간이 갈수록 분명해지고 있다.

정부가 무기계약직 전환자들에 대한 ‘표준임금모델’(직무급제)을 내놓았을 때 이미 그 속내가 확실히 드러났다. 평생을 일해도 정규직 말단 임금에도 도달하지 못하는 저임금과 차별을 고착화하는 내용이었다. 2017년 공공부문 무기계약직의 임금은 정규직 대비 61.1퍼센트에 그쳐 기간제 노동자들의 임금 수준에 가까웠는데, 이 수준으로 묶어 두려는 것이다. 2014년 박근혜 정부가 ‘비정규직 종합 대책(안)’에서 제시한 무기계약직 직무급제 도입 방안과 유사하다.

공공기관들은 이와 유사한 임금체계를 무기계약직과 자회사 전환자들에게 도입하는 데 열을 올리고 있다. 심지어 국민연금공단은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된 노동자 중 일부에게 임금피크제를 적용하겠다고 한다. 처우 개선은커녕 오히려 임금이 삭감되는 것이다.

이는 정규직 전환으로 실질적인 처우 개선을 바랐던 노동자들을 우롱하는 처사다. “전환 이후 처우 개선에 대한 약속은 온데간데 없이 정부 예산 확보를 위한 계획조차 없는 실정”(공공운수노조)이어서 노동자들의 불만은 날로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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