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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노란 조끼 운동, 다음은 어디로?

프랑스 ‘노란 조끼’ 운동이 계속되고 있다. 프랑스 정부는 계속해서 양보책을 내놓지만, 운동을 달래기에는 부족해 보인다. 

국내 중도 진보 언론은 초기에는 프랑스 정부의 말을 그대로 인용해 노란 조끼 운동을 극단주의자들의 폭력 시위인 양 보도했다. 그러다가 운동이 커지고 대통령 마크롱이 후퇴하자, 이제는 혁명 운운한다. 피상적이고 천박한 접근법이다.

영국의 혁명적 반자본주의 주간신문 〈소셜리스트 워커〉의 편집자 찰리 킴버가 현지의 생생한 목소리를 전하며 노란 조끼 운동의 성격과 전망을 설명한다.

마크롱의 때늦고 불충분한 양보는 노란 조끼를 만족시키지 못했다 12월 8일 파리 노란 조끼 시위 ⓒ출처 Photothèque Rouge /Martin Noda

프랑스 대통령 에마뉘엘 마크롱은 약간의 양보로 ‘노란 조끼’ 운동을 분열시켜 깨뜨리려 했지만, 보기 좋게 실패했다.

마크롱은 국영 TV에 출연해 시위대의 분노를 들었고 이해한다고 말했다. 또, 그 분노가 깊고 여러 면에서 정당하다고도 했다.

마크롱은 이렇게 덧붙였다. “제가 한 말이 여러분에게 상처를 줬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마크롱은 더 나아가 국가 재정 투입으로 최저임금을 조금 인상하고, 초과근로 수당에 대해 과세를 면제하겠다고 했다. 초과근로 수당에 세금을 부과하는 것은 10년 전 우파 대통령 니콜라 사르코지가 시행한 것이다.

연금 생활자들에 대한 세금 인상 계획도 일부 취소됐다.

마크롱은 이에 더해서 사용자들이 모든 직원에게 연말 보너스를 지급하도록 권고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마크롱은 가장 큰 분노를 산 정책인 부유세 감축은 되돌리지 않겠다고 주장했다.

이런 얘기를 11월에 했더라면, 솔깃하게 들릴 수 있었다. 그러나 노란 조끼 운동은 그 정도 자잘한 요구를 넘어선 지 오래이다.

노란 조끼 시위대 대다수는 마크롱의 양보에 시큰둥하다. 언론에 많이 등장했던 노란 조끼 시위 참가자는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빵 부스러기를 바라는 게 아닙니다. 우리는 바게트를 통째로 갖길 바랍니다.”

마크롱의 기만적 후퇴를 보며 노란 조끼 시위대의 가장 투쟁적인 사람들은 분노했다. 양보안이 너무 미흡하기 때문이다. 물론 마크롱의 후퇴는 다른 한편으로는 자신감이 부족한 사람들을 고무했다. 투쟁하면 쟁취할 수 있다는 것을 봤기 때문이다.

12월 15일 노란 조끼 반란의 “행동 V”가 예정돼 있다. 이 행동은 4주간 거리와 고등학교와 대학교에서 벌어진 투쟁, 그리고 점증하는 노동현장 투쟁의 뒤를 따르는 행동이다.

파업이 사활적으로 중요하다. 그리고 투쟁의 단결과 총파업을 촉구하는 호소가 늘어 왔다.

노란 조끼 운동은 벨기에나 네덜란드 등 다른 나라의 저항에도 영감을 줬다.

프랑스 노란 조끼 운동에 고무된 이라크의 시위대는 노란 조끼를 착용하고 있다. 이집트 독재자 압델 파타 엘시시는 2011년 이집트 혁명 기념일인 1월 25일을 앞두고 노란 조끼 판매를 금지했다.

영감

탄압은 운동을 꺾지 못했다.

12월 8일 프랑스 국가는 시위를 막으려고 경찰 9만 명을 전국에 배치했다. 파리에서만 경찰 8000명이 최루탄 18만 발을 쐈고, 장갑차 12대가 배치됐다.

전국에서 1200명이 체포됐고 많은 사람들이 부상을 입었다.

그래도 분노한 시위대를 막을 수는 없었다. 파리뿐 아니라, 마르세유, 디종, 보르도, 릴, 낭트, 스트라스부르, 니스, 캉, 상테티엔트, 툴루즈, 몽펠리에 등지에서도 시위가 일어났다.

특히 젊은 사람들이 노란 조끼 운동에 감명을 받았다. 그리고 노란 조끼 운동에 대한 탄압은 국가 폭력이 무엇인지를 여실히 보여 줬다.

마크롱은 속임수 양보로 운동을 무마시키지 못한다면 더 폭력적으로 나올 수 있다. 그리고 인종차별도 이용하려 할 것이다.

TV 연설에서 마크롱은 불길한 말도 했다. 프랑스 국민의 정체성 확립, 이민, 이른바 세속주의에 대한 위협과 관련해 모종의 조처가 있을 것이라고 한 것이다.

그러나 투쟁이 더 단결하고 더 전투적이게 된다면 마크롱의 책략을 물리치고 근본적인 변화로 나아갈 수 있다.


“마크롱, 너는 끝났어” ⓒ출처 Jacques BILLAUDEL

항의 시위가 파업으로 이어진다면 승리할 수 있다

1968년 5월의 반란 때 학생 지도자였던 다니엘 콩방디는 이렇게 주장했다. “노란 조끼 운동 참가자의 대다수는 [파시스트 정당인] 국민전선에서, 극우 저수지에서 왔다.”

이런 비방은 노란 조끼 운동 참가자 다수가 지지하는 요구들만 봐도 쉽게 반박된다.

노란 조끼 운동 안에서 제출된 요구안은 여러 버전이 있다. 그러나 노란 조끼 운동을 결속하는 가장 중요한 요구는 부자들에 대한 과세 대폭 증액, 서민 복지에 더 많은 재정 투입, 마크롱 퇴진, 민영화 중단 등이다.

프랑스 북동부 도시 코메르시의 노란 조끼 모임은 “전국에서 민중회의를 구성하자”고 호소하는 영상을 발표했다.

이 영상은 “평범한 사람들과 멸시받는 사람들이 배부른 사람들과 지배자들에게서 권력과 돈의 힘을 되찾아 오는 새로운 질서”를 바란다고 말한다. 노란 조끼 시위대 모두가 이렇게 생각하는 것은 아니다. 운동 안에서는 좌파와 우파가 영향력 경쟁을 벌인다.

그러나 보편적 추세는 왼쪽으로, 파업 노동자들과 거리 시위를 벌이며 점점 커지는 청년들과 단결하는 방향을 가리키고 있다.

이 반란을 심화하는 가장 효과적인 행동 방식은 시위를 확대하는 것이고, 더 많은 노동자들이 파업해서 생산과 서비스를 중단시키는 것이다.

거리 시위와 청년들의 운동과 연결된 대중파업이 확산되면 마크롱은 버티지 못할 것이다.

노동총동맹(CGT)는 12월 14일 금요일 행동의 날을 조직해 왔다. 이날 철도 등 공공부문의 중요한 부분에서 파업도 벌어질 예정이다.

이런 행동은 모두 환영할 일이다. 기층의 수많은 노동조합원들은 이미 노란 조끼 운동 참가자이거나 지지자들이다.

그러나 많은 노동조합 지도자들은 투쟁에 더 힘을 싣기를 매우 주저하고 있다.

노동조합 지도자들은 운동을 통제하기 위해 운동의 얼굴이 되려 애쓰고 있다.

노동조합 지도자들은 경제적으로든 정치적으로든 더 큰 것을 성취할 수 있더라도 그 전에 운동을 멈추려 할 것이다.

노동총동맹과 노동자의힘(FO)의 지도자들은 12월 9일 일요일에 시작하기로 예정돼 있던 트럭 운전 노동자들의 전국 파업을 취소했다.

파업이 예정대로 실행됐다면 정부에게 훨씬 더 큰 타격을 입혔을 것이다.


서민 세금 올린다고 기후변화를 막을 수 없다

12월 8일 파리 등 프랑스 전역에서 재앙적인 기후변화에 맞선 대규모 행진도 열렸다.

프랑스 정부는 해로운 온실가스 배출을 줄여야 한다며 유류세 인상의 본질을 위장하려 했다.

마크롱이 “우리가 갑론을박을 벌이며 이번 달을 허비하면 세계가 결딴날 것”이라며 유류세 인상의 본질을 위장하자, 노란 조끼 활동가들이 대응했다.

노란 조끼 운동이 기후변화 문제에 무지하고 이기적인 것처럼 만들려던 정부의 시도는 완전히 실패했다.

일부 노란 조끼 활동가들은 기후변화 행진에 참가했다.

노르망디 지역에서 도로 봉쇄에 참가했던 베노는 기후변화 행진에 참가하려고 동료들과 함께 파리에 왔다.

베노는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기후를 위해서, 자본주의의 과도함에 반대해서 여기 왔습니다. 우리는 모두 노란 조끼입니다.”

“이달이 지나면 세계가 결딴난다고? 같은 놈이 책임자이다, 하나의 투쟁.” 기후변화 행진에서 인기 있던 배너다.

일부 행진 참가자들은 노란 조끼를 입고 그 위에 이런 구호를 적었다. “부자들이 생태적 전환에 필요한 돈을 내게 하라.” 릴에서 벌어진 행진에서는 일부 참가자들이 반은 노란색이고 반은 녹색인 조끼를 입었다.

노동계급 사람들과 서민의 동의와 참여 없이, 그들에게 뭔가를 강요하는 방식으로는 극히 중요한 생태적 변화를 이룰 수 없다.

노란 조끼와 환경운동가들의 단결은 매우 중요한 한 발 전진이다.

기후변화 행진이 끝난 뒤, 기후변화 행진 참가자와 노란 조끼 시위 참가자들은 함께 마크롱 퇴진을 외쳤고 경찰 폭력에 함께 맞섰다.

노란 조끼 시위대의 목소리

“우리의 결심은 단단합니다”

저는 프랑스에서 이런 일을 처음 봤습니다.

저는 35년 동안 학생과 노동조합의 집회를 봐 왔습니다.

저는 12월 8일 툴루즈에 있었는데, 정부에 대한 분노가 이렇게 크게 표출된 것은 처음 봤습니다.

처음에는 노란 조끼 수천 명이 평화적으로 시위했고, 그다음에 환경 행진 대열이 합류했습니다.

그러자 경찰이 최루탄을 쏘며 폭력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시위대는 아무것도 갖고 있지 않았습니다. 우리는 자신감이 있고, 우리의 결심은 단단합니다. 이제 우리는 참지 않을 것입니다.

시위대는 바리케이드를 높이 쌓았고 경찰은 한 시간 정도 다가오지 못했습니다. 시위대는 보도블록을 깬 돌멩이, 근처 건설현장에서 주워온 자재, 재활용 쓰레기통에서 꺼낸 병을 던졌습니다.

지하철역에 불이 났습니다.

수십 명이 체포됐지만 사람들은 물러서지 않았습니다.

이런 일은 계속 벌어졌습니다. 지난주에는 학교를 봉쇄한 고등학생들이 경찰의 공격을 받았습니다.

올해 초 이 도시의 가난한 동네에서는 소요 사태가 일어났습니다. 감옥 안에서 한 사람이 사망하고 경찰이 무슬림 여성을 인종차별적으로 대한 것에 항의해서였습니다.

지금의 반란은 유류세 인상이 계기가 돼 시작했지만, 더는 그에 국한된 것이 아닙니다.

노란 조끼 운동은 모두가 와서 각자의 분노와 요구를 내놓을 수 있는 장소가 됐습니다. 참가자들은 대체로 진보적이고 잘 뭉쳐 있습니다.

소피, 툴루즈에서


“정치인들은 부자들만 위합니다”

우리는 노란 조끼를 사랑합니다. 우리는 경찰에 달려들고 그들의 명령을 따르지 않는 사람들을 존경합니다.

우리는 대입을 더 까다롭게 만들고 외국인 유학생들을 힘들게 할 교육 개편에 반대해 학교에서 싸우고 있습니다. 물론 우리는 지금의 현실에도 진저리가 납니다.

정치인들은 부자들과 기업들만 위합니다. 우리의 미래를 빼앗고 지구를 불태우는 자들 말입니다.

저는 1968년 반란에 대한 글을 읽는 게 이제는 싫증이 납니다.

저는 1968년 반란을, 아니 그보다 더 좋은 것을 바랍니다. 우리는 혁명을 원합니다.

엘리자베스(학생), 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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