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30만 ‘노란 조끼’ 시위, 중도파 대통령을 타격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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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25일 프랑스 전역 2000여 곳에서 ‘노란 조끼’ 시위가 크게 일어났다. 거의 30만 명이 도로를 점거하며 격렬하게 싸웠다. 프랑스 정부는 물대포와 최루탄을 동원해 탄압했지만 시위대는 물러서지 않았다. “극단적 중도파” 대통령 에마뉘엘 마크롱은 한발 물러설 것을 시사했다.
프랑스 자동차 운전자들은 의무적으로 형광 노란 조끼를 차량에 구비해 놓아야 한다. 시위 참가자들이 그 형광 노란 조끼를 착용해 노란 조끼라는 이름이 붙은 이 운동은 처음에는 유류세 인상에 반발해 일어났다. 프랑스 정부는 올해 1년 동안 경유 유류세를 23퍼센트, 휘발유 유류세를 15퍼센트 인상했다. 기후변화와 대기 오염에 대처하기 위해서라면서 말이다.
프랑스 대부분 지역에서는 대중교통 사정이 좋지 않아 자가용으로 출퇴근하는 사람이 많다. 교외 지역일수록 더욱 그렇다. 특히 트럭·택시 운전사들이 유류세 인상에 타격을 입었다. 프랑스 차량의 60퍼센트가 경유차이기도 하다.
더욱이, 최근에 소득 상위 1퍼센트에 대한 세금이 인하돼 사람들은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노란 조끼 시위에서 가장 인기 있는 구호는 “우리 돈 퍼다가 부자들 주냐”이다.
11월 중순에 트럭·택시·사설구급차 운전사 등의 SNS 호소로 시작된 노란 조끼 운동은 마크롱의 노동계급 공격에 대한 더 광범한 분노를 담고 있다. 노란 조끼 운동은 마크롱 정부 내내 이어진 각종 저항의 연장선에 있는 운동이다.
프랑스 동남부에 위치한 꺄드네에서 도로 점거에 참가한 시위대는 이렇게 말했다. “더는 견딜 수가 없습니다.
“우리는 숨이 막힐 지경입니다. 힘 없고 빽 없는 우리들은 열심히 사는데도 게으르다는 핀잔을 듣습니다.”
극우의 시위?
언론은 시위대 일부가 보인 성차별적·인종차별적 행동을 전체의 일인 양 호도했다.
또, 서민층이 주된 참가자인 노란 조끼 운동의 초기에는 파시스트 정당인 국민전선(최근에 당명을 국민연합으로 바꿨다)이 지지하고 나섰다. 이를 두고 프랑스 정부는 노란 조끼 운동이 극우의 운동인 것처럼 말했다.
그러나 운동이 전개될수록 성차별·인종차별은 약해지고 노동계급적 색채는 짙어졌다.
노란 조끼 운동 조직자들은 성명을 발표해 이렇게 말했다. “누구나 원한다면 운동에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 피부색, 출신 나라, 성적 지향, 성별, 종교 모두 상관없다.
“노란 조끼는 민족주의나 파시스트의 순한 양이 아니다.”
11월 25일에는 성차별과 성폭행에 반대하는, 주로 여성이 참가자인 대규모 집회도 열렸다. 노란 조끼 시위대와 여성 시위대는 서로에게 박수를 보냈다.
조직 노동자들도 점점 노란 조끼 운동을 지지하고 있다. 11월 23일 프랑스 북부에서 파업 중이던 아마존 노동자들은 노란 조끼 시위에 참가했다.
정유 업체 토탈의 파업 노동자들도 빨간색 노조 조끼를 입고 노란 조끼 시위대와 함께 도로를 봉쇄했다.
프랑스 노동총동맹(CGT)는 이번 주말에 전국 다발 집회를 예고했다.
프랑스 노란 조끼 운동은 한국에 사는 우리에게도 몇 가지 시사하는 점이 있다. 첫째, 문재인은 마크롱에게 크게 일체감을 표했는데, 그런 신자유주의적 “극단적 중도파”는 기후변화 대처 같은 명분을 내세우며 노동계급과 서민을 공격하는 위선을 떤다. 둘째, 저항과 투쟁은 비록 승리하지 못하더라도 다음의 투쟁을 위한 좋은 토대를 남긴다. 셋째, 중도파의 배신으로 말미암은 대중의 반감을 극우가 이용하려 한다. 넷째, 그러므로 좌파와 노동운동의 구실이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