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故) 김용균 씨 사망 항의 운동:
노동자들이 왕창 참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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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에 내몰리고 나라에 버림받고 사람 취급을 못 받는 상황에서 죽었잖아요.” 그 자신도 비정규직 노동자인 김용균 씨 어머니의 피맺힌 목소리이다. 참으로 비통한 일이다.
그러나 체제의 이윤 논리를 신봉하는 자들은 냉혹하다. 김용균 씨의 죽음에 마땅히 책임을 져야 할 자들이 모르쇠로 발뺌한다.
고인이 일했던 한국서부발전은 한국 최대의 단일 화력발전소이다. 그러나 비용 3억 원을 아끼려 28차례에 걸친 설비 개선 요구를 묵살했다. 지금도 한국서부발전 사장은 원청의 책임을 인정하지 않는다.
문재인 정부도 고인의 죽음에 책임이 있다. 문재인은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 약속을 전혀 지키지 않았다. 그래 놓고 또다시 말로 때우려 한다.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특히 위험, 안전 분야의 외주화 방지를 위해 더욱 노력해 주기 바란다.” 어이없는 유체이탈 화법이다. 불법촬영 근절을 요구하는 ‘불편한용기’ 시위대가 외쳤듯이, “문재인이 문제다!”
이 와중에 부아 돋우는 개혁파 정치인이 또 있다. 박원순 서울시장(더불어민주당 소속)이다. 서울시는 광화문광장에 설치된 고(故) 김용균 씨 분향소를 철거하라는 공문을 민주노총에 보냈다. 박 시장 자신이 분향소에 조문하고 페이스북에 조사까지 남겨놓은 뒤에 일어난 일이다. ‘민주노총의 서울시’라는 우파의 가당찮은 비판을 의식한 중도파 정치인의 이중 플레이이다.
물론 우파 정당들의 비판은 가당치 않다. 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은 정부의 미온적인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조차 반대한다. 정부 개정안은 재계의 반발에 밀려, 노동계의 요구에 비해 많이 후퇴해 애초의 외주화 금지와 사용자 처벌이 약화됐다. 우파 정당들은 이마저 난도질하겠다는 것이다.(〈노동자 연대〉 271호에 실린 김문성, ‘정부의 산업안전보건법은 크게 부족하다’ 기사를 보시오.)
그래서 주류 정당들이 합의해 이번 임시국회에서 정부 개정안이 통과된다면, 그것은 노동계가 아니라 사용자의 입김이 더 많이 들어간 법안일 것이다.
때마침 특감반의 민간인 사찰 문제로 청와대는 곤혹스럽게 됐다. 위선자들이 ‘딱 걸렸다.’ 그러나 진보파가 우물쭈물하고 있는 동안 한국당이 이를 건수로 청와대 공세에 화력을 집중시키고 있다.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 통과 여부도 이 전선의 향방에 종속돼 있다.
우파 정당들의 반동적인 사용자 편들기 때문에 일각에서처럼 ‘더 이상 후퇴 없이 정부 안을 통과시켜야 한다’고 주장해서는 안 된다. 정부 안은 지난해 문재인 자신이 약속한 것보다 후퇴했다. 통과해도 실속이 별로 없다. 정의당과 민중당의 의원들이 발의한 법안들이 낫다. 국회 의석의 열세 때문에 정부 안 통과를 (마지못할지라도) 지지하는 것은 문재인에게 노동자를 공격할 기회를 주는 것이다.
그러므로 노동계 지도부들이 우파 정당들은 매우 강하게 규탄하는 반면, 정부·여당에 대해서는 비판을 많이 누그러뜨려 사실상 후자가 무사히 빠져나가는 효과가 나게 돼서는 안 된다. 투쟁의 표적을 분명히 해야 한다.
지금 문재인 정부는 협공으로 압착돼 있다. 우파는 청와대 특검반 비위 문제를 고리로 집요하게 공격한다. 노동자들은 문재인 정부의 개혁 배신과 후퇴에 항의한다. 특히, 김용균 씨 사망 항의 운동이 분노에 기름을 붓고 있다.
현재 항의 운동은 공식적으로는 문재인 책임과 사과를 요구하고 있다. 그런데 가장 온건한 단체들은 문재인에게 책임을 묻기를 꺼린다. 문재인 정부를 너무 몰아붙이면 우파를 이롭게 할 수 있다는 단견 때문인 듯하다.
그러나 문재인은 노동 대중의 기대에 (마지못해서라도) 부응하려 하기는커녕 노동 대중을 배신하고 있다. 이것이 문제의 진정한 본질이다.(〈노동자 연대〉 271호에 실린 ‘노동개악 시도 경계해야 한다 ― 더불어민주당인가, 더불어한국당인가’를 보시오.)
이로 인해 정치적 양극화가 진행되고 있다. 물론 한국당이 문재인의 실패로부터 이득을 챙길 수 있다. 이것은 그림의 오른쪽 부분이다. 그러나 그림의 왼쪽은 노동계급 나름의 대안이 성장하는 것이 되도록 해야 한다.
그러자면 모든 힘을 다해 노동 대중이 문재인의 영향력으로부터 벗어나는 과정을 가속시켜야 한다. 그래서 투쟁의 표적을 명확히 하는 것이다.
운동의 확대를 위해
김용균 씨의 사망에 대한 추모와 항의가 지속되고 있다. 지난주 토요일(12월 22일) 서울에서는 1차 범국민 추모제가 열렸다.
이 집회에서 많은 연사들이 고인의 죽음을 “사회적 타살”, “구조적 살인”이라고 성토했다. 그리고 문재인을 “공범”으로 지목했다. 고인의 죽음을 단지 개인의 불행으로 여기지 않았다.
이처럼 고인을 그리는 행위(추모)는 고인을 죽게 만든 체제와 그 수혜자·수호자들에게 항의하는 행동과 떼려야 뗄 수 없다. 항의를 잘하는 게 추모를 잘하는 것이다. 항의 운동이 크게 일어나 책임자를 처벌하고 사회를 진보적으로 전진케 하는 것이 고인의 억울한 죽음을 헛되지 않게 하는 진정한 추모일 것이다.
그러려면 항의 운동이 지금보다 훨씬 더 크고 더 단호해져야 한다. 유류세 인상 반대 투쟁을 한 프랑스 ‘노란 조끼’ 시위는 좋은 본보기다. ‘노란 조끼’는 매우 강경하고 격렬하게 투쟁했다. 대통령 마크롱은 큰 정치적 타격을 받았다. 결국 유류세 인상 철회를 비롯해 몇 가지 양보 조처를 내놓았다.
조직 노동계급의 대거 동참이 항의 운동을 키울 수 있다. 물론 고인의 죽음에 대한 ‘사회적’ 공분이 있다. 노동자들은 물론이고 청년·대학생들도 커다란 울분을 토한다.
노동자와 청년·학생이 함께 싸우면 항의 운동을 강화할 수 있다. 잘 조직돼 있는 조직 노동계급의 동참이 이 운동에 든든한 원동력을 제공할 수 있고, 학생들의 참가는 이 운동에 생기와 감수성을 불어넣을 수 있을 것이다.
지난주 토요일 민주노총 결의대회는 400여 명이 참가했다. 노동조합이 아직 본격적으로 조합원들을 충분히 동원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노동자들이 항의 운동의 중심에 서면 다른 사회집단이 운동에 참가하지 못할 거라고 본다. 정반대로 틀린 생각이다.
2013년 12월 철도 노동자들의 파업은 박근혜 정부에 대한 대중적 반감의 초점 구실을 했다. 그 덕분에 대학가에서 파업 지지 캠페인이 벌어졌다(‘안녕하십니까’ 대자보 운동 등).
또, 2016년 10∼11월 박근혜 퇴진 촛불이 거대한 대중 시위로 성장하게 된 결정적 계기는 철도 파업과 전국노동자대회 등 민주노총 조합원들의 선도적 대중 투쟁이었다.
특히, 김용균 씨 죽음은 민주노총이 그동안 매우 중시해 온 비정규직 문제와 직결돼 있다. 그런 만큼 민주노총이 엄호 사격만 하는 지원 부대 구실을 해서는 안 된다. 민주노총에게는 최전선에서 지도적 구실을 해야 하는 책무가 있다. 민주노총이 연초에 특별 전국 노동자대회를 개최해 이 항의 운동의 동력을 증폭시켜야 한다.
그리고 이런 항의 운동을 전국적으로 확산하려면 문재인 정부의 핵심부가 자리잡고 있는 수도 서울을 항의의 중심 무대로 삼는 것이 불가피할 것이다. 태안 상황실을 포기하자는 말이 절대 아니다. 서울에도 투쟁 본거지를 구축하자는 것이다.
김용균 씨 사망 운동은 단지 한 사업장의 노사 관계 문제가 아니다. 정치적 문제이자, 자본주의 체제의 문제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
한국 자본가 계급의 정치적·경제적 권력의 중심은 수도 서울이다. 체제의 수혜자·수호자들이 서울에 몰려 있고 서울에서 중요한 결정을 내린다.
따라서 서울에서 특별 전국 노동자대회를 개최하면 운동을 정치적으로 만들기 ― 계급 대 계급의 투쟁 ― 에 도움이 될 것이다. 지도자들이 운동의 정치화를 꺼린다면 몰라도 말이다.
비정규직 철폐! 위험의 외주화 금지! 진상규명! 책임자처벌!
태안화력 청년 비정규직 노동자 故김용균 투쟁승리
1.19 전국노동자대회
1월 19일(토) 오후 2시 광화문광장
진상규명 및 책임자 처벌! 위험의 외주화 중단! 비정규직, 이제 그만!
청년 비정규직 故김용균 5차 범국민추모제
1월 19일 (토) 오후 3시 30분 광화문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