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정
24살 청년 비정규직 고(故) 김용균 2차 범국민 추모제:
말로만 하는 위로 필요 없다, 대통령이 책임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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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서울 광화문 중앙광장에서 열린 고 김용균 씨 2차 범국민 추모제에 수천 명이 모였다.(주최측 발표 3000명)
체감온도가 거의 영하 20도가 넘는 날씨였고, 전날부터 온통 언론들이 정부가 통과시킨 산업안전보건법으로 문제가 해결될 듯 떠들었는데도, 집회 참가자들은 지난주보다 조금 더 늘었다. 민주노총 조합원 등 노동단체 회원들이 다수였다.
집회가 시작될 무렵, 광화문 북단 광장에서는 우리 쪽 무대를 등지고 대한애국당이 조직한 태극기집회가 규모 있게 열리고 있었다. 최근 문재인 지지율 하락에 고무된 듯 보였다.
김용균 씨 사망 항의 운동이 수천 명 규모로 열린 것이 중요한 이유였다. 문재인 정부의 개혁 배신에 대한 급진적(좌파적) 항의만이 우익이 득세하는 것을 견제할 수 있고 문재인 정부에게 실망한 사람들에게 결집할 초점을 제공할 수 있다.
이날 집회에서는 정부의 산안법 개정으로는 노동 현장에서 반복되는 죽음을 막을 수 없다는 점이 강조됐다.
이 점이 중요한 이유는 이날 집회에 두 가지 쟁점이 걸려 있었기 때문이었다. 하나는 정부의 산안법 개정안에 대한 고 김용균 사망 항의 운동의 입장을 분명히 하는 문제였다.(전날 대책위가 비판적인 입장 발표를 하긴 했다.) 또 하나는 산안법 통과 직후 정부가 유가족에게 대통령과의 만남을 요구한 것에 대한 답이었다.
두 쟁점에는 이 운동이 문재인에게 어떤 태도를 가질 것인가라는 더 큰 쟁점이 깔려 있다. 항의 운동 안에는 이 문제에서 긴장이 있다. 이 때문에 집회 연사들 사이에서 주최측과 엇갈리는 메시지를 전한 경우도 있었다. 참가자들의 분노와 항의는 정부 책임을 묻는 구호를 외치며 행진할 때에야 제대로 표현됐다. 행진과 정리집회에서는 힘이 느껴졌다.
집회 사회자부터 민주노총 김경자 수석부위원장, 김용균 씨의 어머님, 김용균 씨와 같은 일을 하는 한국발전기술지부 노훈민 분당지회장 등 무대에 오른 연사들은 대부분 개정 산안법은 미미한 시작일 뿐, 문제가 해결된 것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철저한 진상 규명과 강력한 책임자 처벌, 위험의 외주화를 금지하고 기업주 책임을 강화하는 산안법 재개정,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양질의 청년 일자리 창출 등이 향후 과제로 제시됐다.
자신을 밥하는 노동자라고 소개한 교육공무 노동자 김영애 씨, 맥도날드 아르바이트 노동자 윤재민 씨, 특성화고 졸업생 이은아 씨, 413일째 고공 농성중인 박준호 금속노조 파인텍지회 사무장(영상통화) 등은 이번 참사에 비정규직 문제가 있다고 입을 모았다.
고(故) 김용균 씨의 어머니 김미숙 씨는 날 것 그대로의 단어들로 분노를 표현하면서도 쟁점들에 분명하고 단호하게 생각을 밝혔다.
김미숙 씨는 “인간 대접 못 받고 간” 아들에 대한 원통함과 아들을 그렇게 죽인 “짐승보다 못한 놈들”에 대한 “원한”을 털어놨다. 그래서 문제가 제대로 해결돼야만 함을 강조했다.
“[태안화력발전소에서만] 10년 동안 12명이나 목숨을 잃었다고 하는데 발전소 하청에게 일을 시키는 것을 금지하는 것이 상식이라고 생각하는데 여전히 용균이의 친구들은 하청노동자로 일을 해야 합니다. 이런 절박한 내용을 담아내지 못했고 원청 기업을 강력하게 처벌하지 못하는 것도 너무 화가 납니다. 태안화력의 1~8호기 컨베이어는 지금도 돌아갑니다.
“우리 아들 용균이의 억울한 죽음은 문재인 대통령의 약속이 제대로 지켜졌다면 막을 수 있었던 죽음이었습니다. 대통령이 약속했고 용균이가 이루고자 했던 꿈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진상이 철저히 밝혀지지 않고 책임자 처벌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저는 대통령을 만나지 않겠습니다. 말로만 하는 약속, 말로만 하는 위로 필요 없습니다.”
사실 개정 산안법이 김용균 씨의 업무를 외주 금지하지도 않았는데도 버젓이 “김용균법”이라고 불리는 현실에서 정부와 정치권에 이용만 당할지도 모른다는 불신은 정당하다. 이미 국회에서 산안법 통과시 그런 시도들이 있었다. 사고 발생 2주도 더 지나서 위로하자고 만나는 것은 위선일 뿐이다. 이미 제시한 요구가 있으므로 정부는 그에 대한 책임있는 답과 실천을 보여 주는 게 먼저다.(그런 점에서 세월호 유가족 유경근 씨가 집회 연단에서 김미숙 씨에게 일단 만나서 요구하라고 한 건 부적절하고 잘못된 조언이다.)
거리 행진은 쉼없이 구호를 외치며 청와대로 향했다. 대통령이 책임져라, 외주화 중단, 비정규직 정규직화 등을 구호로 외쳤다. 청와대 앞 정리집회에서는 공공운수노조 이태의 부위원장과 태안 발전소의 동료 노동자가 노동 안전과 비정규직 문제에서 달라진 것 없는 현실에 대해 문재인 정부의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호소해 대열의 호응을 받았다.
대책위는 매주 추모제를 이어갈 계획이다.
발전비정규노동자 결의대회
1월 12일(토) 오후 3시 청와대사랑채 앞
진상규명 및 책임자 처벌! 위험의 외주화 중단! 비정규직, 이제 그만!
청년 비정규직 故김용균
4차 범국민추모제
서울: 1월 12일 (토) 오후 5시 광화문
※ 타 지역 일정은 아래 광고물 참조.
집회 연단의 발언 중 부적절한 내용에 관한 짧은 비판적 언급을 추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