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비정규직 노동자 김용균 씨 사망 한 달:
말로만 위로하고 정작 책임은 외면하는 문재인 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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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안발전소 청년 비정규직 노동자 김용균 씨가 석탄을 이송하는 컨베이어벨트에 끼어 사망한 지 한 달이 됐다. 그는 2018년 12월 11일 새벽에 주검으로 발견됐다.
김용균 씨 사망 소식이 알려진 것은 비정규직 100인 대표단의 정규직 전환 요구 기자회견에서였다. 그의 주검이 발견되고 8시간이 흐른 뒤였다. 김용균 씨가 든 “문재인 대통령, 비정규직 노동자와 만납시다” 손 팻말 구호가 비정규직 100인 대표단의 대표 구호였다. 이를 지지하며 동참한 인증샷이 애석하게도 고인의 유언이 되고 말았다.
동료의 억울한 죽음 소식을 전하며, 이태성 발전비정규직연대회의 간사는 이렇게 울부짖었다. “대통령은 올[2018년] 초, 국민 생명·안전 지키기 3대 프로젝트를 발표했습니다. 하청 노동자지만, 우리도 국민입니다. 죽지 않게 해주십시오. 그 길은 위험의 외주화를 중단하는 것입니다.”
김용균 씨 죽음에 대한 추모와 분노가 확산됐다. 정부에 재발 방지와 해결책을 촉구하기 위해 민주노총과 공공운수노조 등을 중심으로 고(故) 김용균 시민대책위(이하 시민대책위)가 신속히 구성됐다.
하나뿐인 자식을 잃은 슬픔 속에서도, 김용균 씨의 유가족들은 고인의 억울한 죽음을 규명하고 고인의 유언을 이루고자 적극 나섰다.
김용균 씨의 죽음은 지난 20여 년간 지속돼 온 발전소 민영화·외주화 정책과 문재인의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 약속 파기에서 비롯한 ‘사회적 타살’이다. 체제의 냉정한 이윤 경쟁 논리와 이를 수호해 온 역대 정부가 합작한 ‘구조적 살인’이다.
“대통령에게 이 사태의 책임 묻습니다. 공기업에서 어떻게 이토록 무지막지한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책임을 져야 합니다.”(김용균 씨 어머니)
그런데 김용균 씨 사망 한 달이 지났는데도 달라진 것이 없다. 문재인 정부가 실질적인 대책(외주화 중단, 정규직 전환)을 내놓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정부·여당이 한 일이라곤, 산업안전보건법(산안법) 개정안을 기업주들도 수용할 만한 수준으로 통과시킨 것이 전부다. 자유한국당의 반대가 알리바이가 됐다.
문재인은 1월 8일 산안법 개정 공포안을 의결하면서 “개정 산업안전보건법은 열악한 환경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의 안전을 위한 법률”이라고 했는데, 가당찮다. 위험 작업의 외주화가 금지되지 않았고, 고(故) 김용균 씨를 포함한 발전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여전히 하청 노동자다. 그래서 발전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외주화 금지와 정규직 전환이 법안에 포함되지 않은 것에 대한 실망과 불만이 크다”. 이 개정안을 어떻게 ‘김용균 법’이라고 부를 수 있는가.
산안법 개정안이 통과되자 문재인은 김용균 씨 유가족을 만나겠다고 밝혔다. 상이한 사회 세력으로부터 협공을 받아 압착을 당한 처지에서 벗어나고자 한 꼼수로 보였다. 산안법 통과 이전부터 유족과 시민대책위의 요구는 명확했는데, 청와대는 지금도 이 요구를 실질적으로 수용하지도, 책임있는 답변을 내놓지도 않고 있다.
따라서 유가족과 시민대책위가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 정규직 전환에 대한 대통령의 책임 있는 조치가 있어야만, 문재인을 만난다고 한 것은 옳다.
문재인 정부가 문제 해결에 진지하다면 행동으로 보여 줄 일이다. 그러나 김용균 씨 사망 이후 문재인이 한 것은 ‘말로 때우기’뿐이다. “법적 안전장치를 마련하고 재발방지 조치를 철저히 하는 것이 그의 희생을 헛되이 하지 않는 것”이라고 했지만, 동시에 친기업 규제 완화가 올해 정부의 중점 방향이라고 강조했다.
유체이탈 화법이 전임자 못지 않다.
말로 때우기
집권 1년 8개월간 문재인 정부는 말로는 개혁을 떠들었지만 실천에서는 대중의 진보적 개혁 염원을 배신했다.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 최저임금 1만 원, 의료 영리화 반대 공약 파기 등등. 문재인이 약속한 개혁 중, 제대로 이행된 것이 뭐가 있을까? 이것이 문재인의 지지율이 하락하고 우파가 세를 만회하고 있는 원인이다.
문재인은 지난해 공공부문 정규직화가 엉망진창이 되고 있는데도, 공공기관장들을 불러 모아놓고선 ‘정규직화가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고 격려했다.
공공부문 민간 투자 확대, 규제 완화 추진 등 역대 정부들의 공공부문 민영화·외주화 정책을 유지·확산시키고 있다. 박근혜 퇴진 후 집권한 정부가 박근혜의 친기업 정책들을 계승하는 것이다.
문재인의 방향과 실천이 우경화·친기업으로 가고 있는데, 어떤 부처 장관과 공공기관장들이 노동을 ‘존중’할까?
발전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현 정부에서도 산업통상자원부(산자부)가 발전 정비산업의 민간 경쟁 확대 정책을 철회하지 않는 것이, 발전사 사장들이 정규직화를 거부해 온 배경이라고 한결같이 지적해 왔다.
그러므로 김용균 씨 어머니의 회한 서린 외침대로 문재인에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 많은 사람들이 문재인의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 약속이 지켜졌다면 김용균 씨가 죽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한다. 김용균 씨 사망 항의 운동은 문재인 정부를 정조준해야 한다.
김용균 씨의 죽음은 노동운동이 오랫동안 요구하며 투쟁해 온 비정규직 문제와 직결해 있다. 최근 3년간 많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스스로 노동조합을 만들며 싸웠는데, 그 대부분이 민주노총에 가입했다. 따라서 민주노총을 위시한 노동운동은 김용균 씨 사망 항의 운동의 최전선에서 주력 부대 구실을 해야 한다. 노동자들 자신의 문제이다.
우파가 문재인의 지지율 하락을 이용해 공세를 강화하고 있는 상황 때문에 노동운동이 문재인을 타깃 삼기를 주저해서는 안 된다.
노동계 지도부들이 지난해 연말 산안법 개정안 처리 과정에서 우파 야당은 규탄하면서 정부·여당에 대해서는 비판을 누그러뜨렸는데, 이 과정에서 정의당·민중당이 제출한 더 나은 법안은 논의도 되지 못했다.
그러나 우파가 아닌 왼쪽의 대안이 있어야 문재인 개혁 포기에 대한 대중의 배신감과 환멸감이 사기저하로 이어지지 않을 것이다.
노조가 조직에 나서야
민주노총과 공공운수노조 등이 1월 19일 전국노동자대회 개최를 결정했다. 당사자인 발전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매주 서울 범국민 추모제에 참가해 왔고, 1월 12일엔 청와대 앞에서 집중 상경집회를 진행한다. 공공운수노조는 “대통령의 위로 표명이 아닌 실질적 문제 해결이 될 때 대통령과의 면담[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지금 정부는 시민대책위의 요구들 중 어느 것 하나 진지하게 다루지 않고 있다. 시민대책위가 제시한 진상조사위원회(제대로 된 진상 규명과 강력한 책임자 처벌을 위한 기구) 구성도 진척이 더디고,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은 ‘기다리라’는 말뿐이다.
정부에 “실질적 문제 해결”을 압박하려면, 조합원들이 대거 참가하는 투쟁이 필요하다. 전국노동자대회가 조합원 동원의 초점 구실을 해야 한다.
이 와중에 정부는 최저임금위원회에서 인상 자체를 제약할 기구 이원화 방안을 내놓았다. 탄력근로제 확대 개악의 2월 국회 통과 방침도 여전하다.
김용균 씨 사망 항의 운동은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투쟁, 탄력근로제 확대 같은 노동조건 공격 반대 투쟁 등과 연결시켜야 한다.
민주노총 지도부는 경제사회노동위원회에 기웃거리지 말고, 전국노동자대회를 그 위상에 걸맞게 조직하고 정부에 맞선 저항 구축에 실질적인 힘을 기울여야 한다. 그래야 미조직 대중과 다른 사회집단의 동참을 이끌어 낼 수 있다. 프랑스 ‘노란 조끼’ 운동처럼 크고 단호하게 투쟁을 건설해야 한다.
비정규직 철폐! 위험의 외주화 금지! 진상규명! 책임자처벌!
태안화력 청년 비정규직 노동자 故김용균 투쟁승리
1.19 전국노동자대회
1월 19일(토) 오후 2시 광화문광장
진상규명 및 책임자 처벌! 위험의 외주화 중단! 비정규직, 이제 그만!
청년 비정규직 故김용균 5차 범국민추모제
1월 19일 (토) 오후 3시 30분 광화문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