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노삼성 파업 때문에 물량 수주가 반토막 났다고?:
노동자에게 책임 전가 중단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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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노삼성자동차 노동자 투쟁을 공격하는 보도들이 연일 나오고 있다. 파업 때문에 판매량이 줄고, 물량 수주도 축소됐다는 것이다. 자유한국당 홍준표는 페이스북에 노조 때문에 “르노삼성도 곧 GM군산 공장 신세가 될” 것이라며 악담을 퍼부었다. 위기의 책임을 노동자들에게 전가하는 것이다.
그러나 올해 1~3월 르노삼성의 판매가 줄어든 것은 파업 때문이 아니라 세계적인 경기 악화에 따른 것이다.
르노삼성의 수출 물량에서 가장 큰 규모를 차지하는 것은 미국 수출을 위해 닛산이 위탁한 ‘로그’다. 그런데 경기 둔화의 영향으로 올해 미국의 자동차 판매는 감소세를 이어가고 있다. 올해 1~2월 미국에서 로그 판매는 전년 대비 21.9퍼센트 줄었고, 올해 1분기 르노삼성이 생산한 로그 판매는 47.2퍼센트가 줄었다. 여기에 미국의 이란 경제제재 때문에 중동으로 수출하던 QM6의 판매가 전년 대비 58.7퍼센트 줄었다. 이 때문에 올해 1분기 르노삼성의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
얼마 전 닛산이 올해 르노삼성에서 생산할 로그 물량을 10만 대에서 6만 대로 줄이는 것을 검토하겠다고 한 것도 로그 수요 자체가 줄어든 영향이 크다.
최근 자동차 시장의 수요는 감소하는 반면 기술 개발을 위한 비용 부담은 증가하면서 자동차 기업들이 대부분 수익성 위기를 겪고 있다.
닛산도 지난해 순이익이 그 전해에 비해 45퍼센트나 줄었다. 그래서 닛산은 미국과 멕시코 공장에서 1700명 감원을 추진 중이고, 중국 생산량도 20퍼센트 축소할 계획이다. 영국 공장에 대한 투자 계획과 신모델 생산 계획도 철회했다. 이처럼 닛산은 세계적 차원에서 수익성을 위한 구조조정을 진행하면서 르노삼성의 물량을 축소한 것이다. 미국 수출 감소 탓에 일본 규슈 공장의 가동률도 떨어지는 상황에서 닛산은 르노삼성의 물량을 일본 공장으로 돌려 수익을 높이고 싶어 한다.
르노와 닛산의 갈등도 물량 축소의 한 배경이 됐을 것이다. 르노와 닛산은 동맹 관계이지만 지난해 말 르노·닛산·미쓰비시 자동차연합의 전(前) 회장 카를로스 곤이 일본에서 체포된 일로 심각한 갈등이 드러나기도 했다. 카를로스 곤은 부패 문제로 체포됐지만, 르노가 닛산을 합병하려는 시도에 반대하는 (일본 정부 측과 연계된) 닛산 측의 의도가 작용한 듯 보인다. 이는 자동차 시장의 경기가 악화하는 상황에서 국가를 등에 업은 기업들 간의 갈등이 심해질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준 사례이기도 했다.
게다가 미국이 고율의 자동차 관세 부과를 추진하고 있는 것은 자동차 업계에 먹구름을 드리우고 있다.
세계 최고 수준의 노동 강도
이런 상황에 노동자들은 아무런 책임이 없다. 노동자들은 지난 수년간 공장을 살리려면 고통을 감내해야 한다는 강요를 받으며 열심히 일해 왔을 뿐이다. 그 결과 르노삼성 노동자들은 그야말로 세계 최고 수준의 노동 강도에 시달리고 있다.
르노삼성은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통해, 2012년 이후 1600명 공장에서 쫓아냈다. 그 전까지 5700명이 하던 일을 이제 4100명이 하고 있다. 1인당 노동생산성은 2012년 5800만 원에서 2016년 2억 2000만 원으로 4배가량 증가했다.
르노삼성 부산공장의 시간당 생산대수(UPH)는 60대로 국내 최고 수준이다. 1분에 1대씩 생산하고 있는 것이다. 1개 라인에서 7개 차종을 만드는 혼류 생산을 하고 있어서 상당한 숙련도도 필요하다.
그래서 르노삼성 부산공장은 세계적으로도 생산성(착취율)이 높기로 유명하다. 자동차 공장의 생산성을 평가하는 하버리포트에서 2017년 르노삼성 부산공장은 전 세계 148곳 공장 중 8위, 르노그룹 내에서는 3위에 이름을 올렸다.
노동자들은 그야말로 “골병”이 들고 있다. 3월 21일에는 노동자 한 명이 작업 중에 허리 통증으로 쓰러져 구급차에 실려 갔다. 노동자들은 “이런 일이 자주 있었다”고 말한다.
“화장실 갈 시간이 없어서 쉬는 시간에 뛰어 다녀 와야 겨우 해결하는 수준입니다” “높은 노동강도를 이기지 못하고 희망퇴직하는 동료들의 뒷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합니다.” 심지어 점심시간은 45분밖에 안 된다.
사측은 노동자들의 임금이 높은 수준이라고 하지만, 르노삼성의 매출액 대비 인건비 비율은 5퍼센트 수준으로 한국의 다른 자동차 기업들의 절반도 되지 않는다. 기본급은 매우 낮은 수준이라 노조 측에 따르면 13년차 이하는 최저임금에도 못 미치는 실정이다. 그런데도 평균 연봉이 현대차의 85퍼센트 수준이라도 되는 것은 그야말로 뼈 빠지게 야근, 특근을 한 결과일 뿐이다.
이렇게 노동자들을 착취한 결과 르노삼성은 2013년부터 흑자로 전환했다. 2016년과 2017년에는 역대 최대인 4000억 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거뒀는데, 대부분 배당에 사용했다. 르노가 주식의 80퍼센트 가량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르노삼성의 수익금을 고스란히 챙겨 간 것이다. 르노는 2007~2017년 배당금으로만 6180억 원을 챙겨 갔다. 2000년 삼성차를 인수할 당시 인수금액 6150억 원을 훌쩍 뛰어 넘는 돈이다.
그러고도 사측은 상황이 조금만 어려워지면 노동자들에게 고통을 떠넘긴다. 올해 물량이 줄어들 것은 이미 예상됐던 일인데, 사측은 이미 지난해부터 올해 800명을 외주화하겠다고 밝혔다. 최근 교섭에서도 사측은 직원 20퍼센트를 외주화하겠다고 공언했다.
물량 압박하며 위기를 부추기고, 공장을 살리려면 고통을 받아들이라며 “바닥을 향한 경쟁”을 강요하는 것이다.
“저희가 수년 동안 임금 줄이고, 노동 강도 높이고, 양보하고, 토요일 특근, 일요일 특근 시키는대로 다 했습니다. 그런데 그 결과가 17명 중에 11명이 산재나 병가를 낼 정도로 골병을 얻고, 낮은 임금, 열악한 환경입니다. 물량을 받기 위해서 또다시 양보하면 우리 스스로가 회사를 떠나게 될 정도입니다. 그러니까 사원들이 파업 찬반 투표에 90퍼센트 이상 찬성했던 거죠.”(금속노조 르노삼성지회 정종훈 지회장)
최근 사측은 한국GM처럼 공장이 폐쇄되지 않으려면 양보하라고 압박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GM노조는 대규모 희망퇴직과 휴직, 임금 삭감 등을 수용했지만, 사측은 공장 폐쇄를 단행했다. 국내외 여러 경험들을 봐도 거듭된 양보는 노동자들을 더 열악한 조건으로 내몰 뿐, 일자리를 지키는 대안이 되지 못했다.
자동차 산업의 위기가 심화하는 상황에서 더욱 굳건하게 투쟁과 연대를 확대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