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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GM은 세계 곳곳에서 노동자들에게 고통을 전가해 왔는가?

한국GM의 미래가 불투명하고 철수설마저 돌자, 금속노조 한국지엠지부는 한국GM의 미래를 위해 “생산성 향상”, “비용 절감”, “파업 자제” 등을 협력할 의사가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미국과 유럽 자동차 노동자들의 경험은 한국GM 노동자들에게도 교훈을 줄 수 있다.

GM은 2009년 거의 망할 뻔했다. 그러자 미국 공장들에서 악랄한 구조조정을 추진했다. 3년 만에 3만 명이 넘는 노동자들을 해고하고, 신규 입사자들의 임금을 거의 절반으로 삭감했다(이중임금제). 노동자와 퇴직자들에게 지급하던 건강보험 보조금도 없앴다.

그 결과 GM은 2년 만에 흑자로 돌아섰다. 반면 GM 노동자들은 그러지 못했다. 2016년 세계를 놀라게 한 미국 미시간주 플린트시의 먹는 물 오염 사태는 노동자들의 처지와 지역 경제가 얼마나 나락으로 떨어졌는지를 잘 보여 줬다.

플린트는 1936년 GM 노동자들의 공장점거 투쟁으로 잘 알려진 도시다. 한때 GM은 플린트에서 8만 명을 고용했다. 투쟁적 노동운동 전통 덕분에 플린트는 임금 수준이 괜찮은 도시였다. 그러나 지금 플린트시 평균 임금은 2500만 원으로, 미국 노동자 평균 임금보다 훨씬 낮은 수준이다.

미국 GM 노동자들과 그 기반 도시들의 쇠퇴는 GM의 쇠락을 뜻하는 것이 아니었다. 정반대로 GM은 이윤을 지키고자 자신을 세계적인 거대 기업으로 만들어 준 노동자들을 버리고 떠난 것이다.

경합시키기

세계 자동차 산업에서는 “(노동자)경합시키기”가 판을 친다. 자동차 기업들이 임금 삭감과 공장 폐쇄를 위협하며 세계 각지 공장 노동자들을 서로 경합시키는 것이다. GM은 이 분야의 선수다. 2009년 이후뿐 아니라 그 20~30년 전부터 그랬다.

GM은 1980년대 일본 기업들과의 경쟁에서 밀려 위기를 겪기 시작했다. 그러자 일부 공장을 멕시코처럼 임금이 싼 지역으로 옮겼다. 공장 대다수가 여전히 미국에 남았지만, GM은 미국 GM 노동자들에게 공장 폐쇄를 위협하면서 임금 삭감과 인원 감축을 요구했다.

미국 자동차노조(UAW) 지도자들은 이런 위협에 거듭 항복했다. “경합시키기”에 넘어간 것이다. 그래서 2009년 이전에 미국 GM 노동자들의 조건은 이미 상당히 하락해 있었다.

노동자들이 일자리를 지키고자 임금 삭감을 수용하면 모두에게 이익인 것처럼 보일 수 있다. 회사도 살고 노동자도 일자리를 잃지 않고 말이다. 그러나 이런 과정이 거듭되면서 노동자들에 대한 착취가 강화됐을 뿐이라는 점이 분명해졌다. 그렇다고 일자리를 지키지도 못했다. 2009년 실시된 충격적인 대량 해고는 이 점을 분명히 보여 줬다.

야비함

2009년의 구조조정으로 미국 GM의 자동차 1대당 생산비용은 유럽보다 147만 원이나 낮아졌다. 이제 GM은 유럽 노조들도 UAW만큼 노동조건 하락에 동의하기를 바랐다. “경합시키기”가 다시금 시도됐다.

2012년 유럽 생산 축소 계획이 추진된 과정은 “경합시키기”의 야비함을 좀 더 잘 보여 준다. 2012년 1월 GM은 유럽 생산을 축소하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어느 곳의 생산을 줄일지는 말하지 않았다. 그리고 GM 경영진은 어느 노조가 양보안을 내놓을지 지켜봤다.

충분한 양보안들이 나오지 않자 GM은 독일 보쿰에 있는 오펠 공장과 영국 엘즈미어포트에 있는 복스홀 공장이 폐쇄될 수 있다는 정보를 언론에 흘렸다.

몇 개월 만에 GM은 노동 유연성의 대폭 강화와 함께 영국 복스홀 공장에서 생산을 지속한다고 발표했다. 영국 최대의 노동조합 유나이트(Unite)의 지도부는 2009년에 합의한 임금 동결과 각종 수당 삭감을 유지하고, 이에 더해 교대제를 비롯한 근로시간 유연화, 수당 없는 연장 근로, 비정규직 증가 등에 합의했다.

GM은 공장 폐쇄를 위협하면서 유럽 주요 공장들의 노동조건 악화를 얻어 낸 것이다. 노동조합 지도부는 다시금 “경합시키기”에 굴복한 것이다.

교훈

독일 보쿰 공장은 결국 2014년 폐쇄됐다. 그래서 영국 엘즈미어포트 공장의 협상이 노동자들의 대안인 것처럼 보일 수 있다. 그러나 결코 그렇지 않다. 그동안의 경험을 보면 엘즈미어포트가 보쿰으로 가는 경유지가 아니라고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미국과 유럽의 노동조합 지도자 대부분은 GM의 공장 폐쇄 겁박에 못 이겨 임금 삭감과 인원 감축 등을 거듭 양보했다. 하지만 이런 거듭된 양보는 생산 지속과 일자리 보장으로 이어지지 못했다.

그래서 폐쇄에 직면한 공장을 보면, 거듭된 조건 하락과 인원 수축으로 노동자들이 싸울 자신이 점점 없어진 경우가 많았다. 10년 전에만 해도 노동자가 1만 명이었던 독일 보쿰 공장도 2014년 폐쇄 무렵에는 겨우 3000명이었다.

미국과 유럽 자동차 노동자들의 경험은 GM이 노동자들을 경합시키며 노동조건을 악화시키는 것에 협력하는 것으로는 결코 일자리를 지키지 못한다는 것을 보여 준다.

거듭된 굴복의 결과는 30년 전보다 더 적은 노동자들이 더 열악한 조건에서 더 많은 차를 생산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세계화 때문에 노동자들의 투쟁 잠재력이 약화돼서 벌어진 일이 결코 아니다. 세계 자동차 노동자들은 여전히 강력하고 노조도 꽤 건재하다. GM이 노동자들과 전면전을 벌이기보다 공장 간, 노동자 간 갈등을 조장하는 방식으로 야금야금 공격하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사용자들의 공격에 맞서는 데 그 힘을 실제로 사용하는 것이다. 각개격파에 맞서 노동자들이 연대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공장 폐쇄 위험에 직면한다면 공장을 점거하고 정부더러 공장을 인수해 일자리를 지키라고 요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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