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 기내 청소노동자 투쟁 :
손배 철회·노조 탄압 중단, 대한항공이 책임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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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 기내 청소노동자(공공운수노조 한국공항비정규직지부)들이 4월 17일부터 손배가압류 철회와 노조 탄압 중단을 요구하며 대한항공 본사 앞 농성을 이어 가고 있다.
대한항공 2차 하청업체인 이케이맨파워 측은 올해 3월 노조 간부 12명에게 5200만 원이 넘는 손해배상을 청구하고, 최저임금 수준의 임금을 받는 노동자들의 월급통장에 손배가압류를 걸었다.
노동자들이 노동조건 개선을 요구하며 부분 파업 등을 벌여 손해를 입었다는 것이다. 손해배상 청구 사유 중에는 노동자들이 점심시간 1시간을 온전히 사용한 것도 포함됐다. 비행 일정에 맞춰 들쭉날쭉한 시간에, 10~15분 만에 점심을 허겁지겁 먹어야 하는데, 투쟁 기간에 점심시간을 준수한 것이 ‘점심시간 임의 변경’이라며 말이다.
대한항공 자회사이자 이케이맨파워의 원청인 한국공항이 노조 탄압에 공모한 정황도 드러났다. 노조가 공개한 자료를 보면, 한국공항은 파업 대비 대체인력 투입, 손배가압류 계획, 민주노총 조합원 탈퇴 현황 등을 수시로 보고 받으며 개입해 왔다.
노동자들은 이케이맨파워와 한국공항뿐 아니라 ‘진짜 주범’인 대한항공이 책임지라고 요구하고 있다. 대한항공 기내 청소노동자들은 대한항공의 지시와 감독을 받고 있다고 말한다. 노동자들은 ‘불법파견’ 소지가 있다고 여기고 있다.
올해 창립 50년이 된 대한항공은 매출액과 자산이 각각 3500배와 4280배로 증가했다. 2015년 3분기 이후 연속 흑자를 기록해 왔다. 대한항공 성장의 이면에는 노동자들의 열악한 노동조건이 있다.
한국공항비정규직지부 김태일 지부장은 “[사측이] 통상임금을 줄이려고 임금과 교통비를 분리 지급하고 있다. 월급 지급 다음 날이나 며칠이 지나 교통비를 지급한다. 이런 식으로 대한항공이 원하청 노동자들에게 부당 이익을 취한 금액이 수백억 원은 될 것이다”며 대한항공의 치졸함에 분통을 터트렸다.
대한항공 기내 청소노동자들은 장시간 노동을 하면서도 최저임금 수준을 받고 있다(본지 283호 기사 ‘대한항공 기내 청소노동자 투쟁손배가압류, 노조 탄압 중단하라’). 기내 청소 과정에서 유해물질에 노출되는 등 안전과 생명도 위협받아 왔다. 정년 60세 이후에는 6개월~1년마다 재계약하는 촉탁직 노동자로 일하며 고용 불안에 시달리기도 했다. 노조 설립 이후에는 하청업체 재계약 과정에서 해고 위협을 받고 있기도 하다. 지난해 이케이맨파워는 ‘도급 계약 종료’를 이유로 해고 통보를 했다가 노동자들의 반발에 부딪쳐 철회하기도 했다.
사측이 노조를 탄압하고 있지만 노동자들은 굳건하게 투쟁하고 있다. 노동자들은 2017년 노조 설립 직후 13일간 파업을 벌여 승리한 경험을 갖고 있다. 노조가 있어 “더 이상 유해물질이 있는 비행기 내부 청소는 하지 않게 됐다”며 자부심도 높다. 지난 파업에서는 항공기를 지연시켜 대한항공에 직접적인 타격을 줄 만큼 힘이 있음을 보여 주기도 했다.
노조 탄압에 맞서며 노동조건 개선을 위해 투쟁하는 노동자들에게 지지와 연대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