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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북 식량지원의 적기 지나가는데:
정부는 언제쯤 쌀을 보내려는가?

문재인 정부가 대북 식량 지원 원칙을 밝힌 지 시일이 꽤 지났다. 그러나 지원이 언제 이뤄질지 여전히 불확실하다.

5월 20일 정부는 세계식량계획(WFP)·유니세프 대북 지원 사업에 800만 달러를 지원하기로 했다. 이 돈은 북한 아동·임산부 영양 지원과 모자보건 사업에 쓰인다.

그러나 북한 인구 40퍼센트가 영양 부족 상태임을 감안하면, 매우 부족하다. 무엇보다, 국제기구를 통한 우회 지원은 북한 사람들에게 닿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린다. 북한에서 5~9월이 식량이 가장 부족한 시기임을 감안하면, 때늦은 지원이 될 수 있다.

통일부는 “국민 의견을 충분히 수렴[해] 구체적인 [식량] 지원계획을 검토”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대북 식량 지원을 ‘북한 퍼주기’라고 비난하는 우파들까지 아울러서 여론을 청취하는 과정은 시간이 오래 걸릴 뿐 아니라, 의견 수렴 자체가 쉽지 않다.

연동

북한 당국은 문재인 정부의 식량 지원 원칙에 화답하지 않고 있다. 아마도 식량 지원 문제가 주요 정치·군사적 의제와 연동돼 있기 때문일 것이다.

5월 9일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2주년 특집 대담에서 북·미/남·북 대화에 속도를 내는 방안으로 한·미 당국들이 대북 식량 지원 문제를 논의했다고 밝혔다.

과거 북핵 협상 과정을 돌아보면, 인도적 지원 문제는 정치·군사적 의제와 얽혀서 협상 테이블 위에서 논의돼 왔다. 예컨대, 북한이 대북 사찰 등을 수용하는 대신에 미국이 대북 식량 지원을 약속하는 식이었다.

그래서 북한이 남한의 대화 제안에 선뜻 응하지 않는 듯하다. 이로써 식량난의 주요 원인인 제재는 풀지 않은 채 식량 지원 카드를 꺼낸 미국·남한에게 불만을 드러내는 셈이다.

대북 식량 지원은 북핵 협상과 무관하게 이뤄져야 한다. 식량 지원은 북한 정부나 지배 관료들이 아니라 평범한 노동자·서민에 대한 지원이다. 평양에 살며 샤넬 같은 수입 사치품을 부담 없이 구입하고 술자리에서 1000달러 정도는 예사로 쓰는 지배자들에게 식량난은 남의 일이다. 그러나 북한 노동자에게 식량난은 생존의 문제다.

문재인 정부는 구체적인 대북 식량 지원 방안을 무조건 즉시 내놔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