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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LO 핵심협약 비준 촉구 공동행동의 날:
문재인 정부에 대한 불만이 표현되다
대정부 투쟁을 벌여야

올해로 100주년을 맞는 국제노동기구(ILO)의 총회가 6월 3~19일 열린다. 이를 앞둔 6월 1일 서울 대학로에서는 ILO 핵심협약 비준을 촉구하는 집회가 열렸다.

이 집회에는 공무원노조와 건설노조 주축으로 2000여 명이 참가했다. 참가자들은 ILO 핵심협약 비준 문제에서도 후퇴하는 문재인 정부를 비판했다. 집회를 마치고는 종로 대로를 관통하면서 사람들에게 집회의 주장을 알렸다. “ILO 핵심협약 즉시 비준하라”, “노동3권 보장하라.”

집회 참가자들이 서울 도심을 행진하며 조건없는 ILO 핵심협약 비준을 요구하고 있다 ⓒ이미진

ILO 핵심협약의 취지는 노동3권 중 단결권, 즉 노조 할 권리를 보장하는 것이다. 집회에서는 이런 권리를 제약 받는 노동자들의 목소리를 많이 담아냈다. 무대에서 상영된 영상에서는 보육 노동자, 간병인 노동자, 병원 비정규직 노동자 등이 현실을 폭로했다. 연단에서는 공무원의 노조 결성이 제약받는 제도와 현실을 규탄하는 발언이 나왔다.

“공무원은 재난 현장 등 행정의 제1선에서 일하지만 정권의 하수인이라는 멸시를 받고 노동자라는 것을 인정받지 못한다. 이런 현실을 바꾸는 첫걸음이 ILO 핵심협약 비준이다.”(김주업 공무원노조 위원장)

그러나 문재인 정부는 지금 노동자들의 염원과 거꾸로 가고 있다.

파업권 등을 제한하려는 사용자들의 요구를 들어주려고 (이 문제를 경사노위 논의로 넘겨서) 시간만 질질 끌던 문재인 정부는 최근 핵심협약의 국회 비준을 추진하겠다고 했다. 마치 노동자들의 소원을 들어주는 듯이 말이다. 그러나 자신이 할 수 있는 전교조 법외노조 철회나 시행령 개정 같은 일은 단 하나도 하지 않고 있다.

그 때문에 국회에서 ILO 핵심협약을 비준 받겠다고 한 것이 진지하게 보이기보다는, 자유한국당의 반대를 핑계 삼아 노동법 개악을 정당화하려는 꼼수로밖에 보이지 않는 것이다.

게다가 정부가 내놓은 법안조차 점거 파업을 금지하는 등의 개악을 담고 있다. 결국 문재인 정부가 ILO 핵심협약 비준 동의안을 국회로 가져가기로 한 것은 사실상 노동법 개악 선전포고이다.

집회와 행진에서도 이런 정부 행태에 대한 비판이 나왔다. 전날 민주노총 집행간부들이 3명이나 구속된 것도 이런 분위기에 일조했을 것이다.

“정부는 사회적 합의, 법 개정 핑계 거둬들여라. ILO 즉시 비준하라. 민주노총 간부 구속은 배신이다. 정부는 적폐 야당이 있는 국회에 ILO 비준안을 제출하겠다고 했다. 이것은 비준을 안 하겠다는 말이다. 또는 비준하더라도 법 개악을 같이 하겠다는 말이다.”(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

“문재인 대통령은 사람이 먼저인 세상, 노동 존중 세상, 노동자의 노조 할 권리 보장을 약속했다. 그러나 모두 거짓말이었다. 이제 우리는 문재인 대통령을 양치기 소년이라 불러야 한다.”(박혜성 기간제노조 위원장)

“문재인 정부는 촛불 정부가 아님을 선언했다.”(권정오 전교조 위원장)

이날 집회에서는 일본 노동운동 활동가가 보낸 연대 메시지도 낭독됐다. “일본은 ILO 핵심협약 8개 가운데 2개를 제외하고 6개를 비준했습니다. 그러나 이를 지키지 않고 있습니다.”

일본도 노동기본권 쟁취의 과제가 있으니 양국의 노동운동이 연대하면 좋겠다는 내용이었는데, 한편에서 일본의 사례는 ILO 핵심협약이 비준되더라도 그것으로 문제가 모두 해결되는 것이 아님을 일러 준다. 단결의 자유는 단결해 지속적으로 싸워서 쟁취해야 하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가 ILO 핵심협약을 조건없이 즉각 비준케 하려면, 비준되더라도 실질적 적용을 강제하려면 그만큼 강력한 투쟁이 뒷받침돼야 한다.

그 점에서 이날 집회는 아쉬움도 컸다. 공무원노조와 건설노조를 제외하면 다른 노조들은 상징적으로만 집회에 참가했다. 좌파 노동단체들의 참가도 저조했다. 아마도 이 쟁점에 관한 노조 지도자들의 메시지가 지금까지 일관되지 못했던 것이 영향을 미쳤을 성싶다.(정부를 믿고 기다리자는 건지, 지금 당장 정부를 상대로 압박하는 투쟁을 하자는 건지 말이다.)

한편, 이날은 제20회 서울퀴어문화축제가 열리는 날이기도 했다. 민주노총은 이 축제에도 참가했을 뿐만 아니라, 성소수자에 연대하는 의미로 ILO 집회의 일부 손팻말과 배너의 바탕에 성소수자 운동의 상징색인 무지개색을 넣었다. ILO 집회 후 종로를 관통해 행진한 대열이 보신각을 사이에 두고 퀴어퍼레이드 행진 대열과 마주섰을 때 양측 참가자들은 서로 환호하며 연대의 인사를 건넸다. 경찰은 두 대열이 만나지 못하도록 막았다.

공무원노조가 대학로에서 사전대회를 열고 있다 ⓒ이미진
건설노동자들이 ‘레미콘 노동자 전진대회’를 마치고 ‘ILO핵심협약비준 촉구 공동행동의 날’ 집회에 참가하고 있다 ⓒ이미진
ILO긴급공동행동과 민주노총이 6월 1일 오후 서울 대학로에서 ‘ILO핵심협약비준 촉구 공동행동의 날’ 집회를 열고, ILO핵심협약을 조건 없이 지금 당장 비준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미진
공무원, 교원해직자, 기간제교사, 학습지교사 등 현장 노동자들이 무대에 올라 ILO 핵심협약 비준 촉구하며 공연을 하고 있다 ⓒ이미진
가족들과 함께 집회에 참가한 건설노동자가 “ILO 핵심협약 즉각 비준”을 요구하며 인증샷을 찍고 있다 ⓒ이미진
집회 참가자들이 서울 도심을 행진하며 조건없는 ILO 핵심협약 비준을 요구하고 있다 ⓒ이미진
집회 참가자들이 서울 도심을 행진하며 조건없는 ILO 핵심협약 비준을 요구하고 있다 ⓒ이미진
집회 참가자들이 서울 도심을 행진하며 조건없는 ILO 핵심협약 비준을 요구하고 있다 ⓒ이미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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