곳곳에서 레미콘 노동자들이 투쟁에 나서고 있다.
6월 1일 ‘ILO핵심협약 비준 촉구 범국민행동의 날’ 집회에 앞서 수도권의 레미콘(콘크리트믹서 트럭) 노동자들이 모여 ‘레미콘 노동자 전진대회’를 연다. 5월 31일 부산에서는 최근 노동조합으로 가입한 레미콘 조합원 1000여 명이 참가하는 레미콘 지회 발대식이 열린다. 지난주에는 울산 16개 레미콘 회사에 소속된 노동자들이 운송비 5000원 인상을 요구하며 총력투쟁을 결의했다.
20년 전, 레미콘 노동자들은 건설기계 노동자들의 선두에서 노동조합을 설립하고, 노동기본권 쟁취를 위한 투쟁에 나섰다. 1990년대 정규직이었던 레미콘 노동자들은 사용자들의 강요로 도급계약을 맺고 지입제의 굴레에 매인 특수고용 노동자가 됐다. 1997년 경제 위기 이후에 월수입이 100만 원에도 못 미칠 정도로 조건이 열악해지자 노동조합으로 단결해 투쟁에 나서기 시작했다.
특히 2001년 4월부터 163일간 치열하게 전개한 전면 파업은 특수고용노동자의 열악한 현실과 노동기본권 보장의 필요성을 사회적으로 널리 알리는 계기가 됐다. 당시 김대중 정부는 여의도 파업 농성장에 경찰력을 투입해 무자비하게 짓밟았고, 사용자들은 노동조합에 가입했다는 이유로 노동자 수백 명을 내쫓았다. 이런 무자비한 탄압 속에서 3000명에 이르던 레미콘 조합원은 600명으로 줄었다.
그러나 2013년 울산에서 레미콘 노동자들이 다시 투쟁이 벌이고 조직화가 성과를 거두자, 다시금 희망이 움트기 시작했다.
게다가 최근 건설 경기가 침체하자 운송 횟수에 따라 임금(운송료)을 받는 레미콘 노동자들의 처지는 더 열악해지고 있다. 최근 특수고용 노동자들이 ILO 핵심협약 비준, 노동기본권 보장을 촉구하며 투쟁에 나서자, 레미콘 노동자들도 다시금 노동조합의 깃발로 모이기 시작하고 있다.
“지역 내 16개 업체 노동자 대부분이 노조로 조직된 울산은 그나마 나은 편이지만, 대부분은 운송료가 10년째 거의 동결 수준이고 회당 운송료도 (울산보다) 몇만 원씩 낮아요. 매달 170만 원에서 200만 원가량의 차량 할부금과 보험료, 유지비까지 빠져나가면 정말 손에 남는 게 없어요.”(울산의 한 레미콘 노동자)
오랜 침묵을 깨고 다시금 투쟁의 기지개를 켜는 레미콘 노동자들에게 아낌없는 격려와 응원을 보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