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황리에 개막한 맑시즘2019:
대안을 모색하는 진지한 토론이 시작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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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19년째를 맞은 국내 최대 마르크스주의 포럼 ‘맑시즘2019’가 8월 22일 서울 고려대학교에서 성황리에 시작했다.
올해 맑시즘도 많은 지지와 연대 속에서 열렸다. 8월 22일 현재 단체 200곳가량이 맑시즘을 후원했다. 특히 문재인 정부의 노동개악에 맞서고 임금·노동조건 개선을 위해 투쟁하고 있는 여러 노동조합들이 맑시즘을 후원했다. 고려대학교의 여러 학생회와 진보적 학생 단체들도 행사를 지지·지원했다. 단체 외에도 120여 명이 맑시즘을 개인 후원했다.
“고 김용균의 안타까운 죽음의 외주화! 발전소 노동자에 아픔을 함께한 노동자연대와 맑시즘2019 개최 응원합니다.”(민주노총 전국공공운수노동조합 한국발전산업노동조합 한전산업개발발전본부)
“죽음의 일터를 사람 살리는 현장으로... 투쟁으로 세상을 바꾸자! ‘맑시즘2019’ 개최를 축하드립니다.”(민주노총 전국공공운수노동조합 전국집배노동조합)
많은 청년·학생·노동자들이 행사가 열리는 고려대에서 자본주의 위기의 대안을 모색하며 진지한 토론을 벌였다.
첫날 낮 시간 토론에서 마르크스주의 이론과 사회주의 정치에 대한 다양한 주제들, 김태형 심리연구소 ‘함께’ 소장이 진행한 심리학 관련 강연들, 최무영 서울대 물리학 교수의 ‘과학과 사회’ 주제에서 참가자들의 활발한 질문과 주장이 오갔다.
“심리학이나 과학 같은 학문조차도 자본주의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는 점이 인상적이었어요. 그런 학문들에도 생각지 못한 이면들이 있다는 점을 알게 됐죠.”(김규민, 대학생)
“최무영 교수님의 강연을 듣고 느낀 점은 학문이 현실과 맞닿아 있어야 한다는 것이었어요. 아무리 논리가 탄탄하고 빈틈없더라도 현실과 동떨어질 수 있다는 것을 알았어요. 경제학 같은 사회과학도 그런 학문이 돼선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어요.”(오수진, 대학생)
영국 사회주의노동자당 중앙위원이자 〈소셜리스트 워커〉 편집자인 찰리 킴버의 ‘트럼프, 버니 샌더스, 민주사회주의당’ 워크숍에서는 커다란 강연장이 많은 사람들로 가득 찼다. 그리고 열띤 토론이 이어졌다.
킴버는 미국 정치에서 주변화돼 왔던 사회주의가 다시 주목받고 있고, 인종차별과 여성차별에 맞선 저항과 노동자 투쟁이 늘어나고 있음을 지적했다. 민주사회주의당(DSA)은 이런 급진화의 초점이다. 킴버는 현재 형성되고 있는 기회를 발전시키려면 좌파가 미국 민주당으로부터 독립적으로 운동과 조직을 건설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청중 토론 시간에는 여러 청년들이 발언석에 나와 진정한 사회주의란 무엇인지, 어떻게 그것이 가능한지에 관해 토론했다. 청중들의 질문과 발언에 대한 킴버의 명쾌한 답변은 참가자들에게 많은 영감을 줬다.
‘개막 전체 토론 – 문재인 정부 2년 노동운동 평가와 좌파 활동가들의 과제’에는 김하영(노동자연대 운영위원, 조직노동자운동팀장), 김형계(노동전선 대표), 서정숙(공무원노조 부위원장), 양동규(민주노총 부위원장), 이을재(교육노동운동의 전망을 찾는 사람들 대표)가 연설했다.
“문재인 정부는 촛불 도둑 정권”이라고 김형계 대표가 표현한 것처럼 지난 2년은 문재인 정부의 친기업 반노동 본질이 드러나는 과정이었다.
김하영 운영위원은 이렇게 문재인 정부의 노동정책이 실체를 드러내는 데 좌파들이 기여했다는 점을 짚었다.(☞ 발제문 전문) 좌파들이 공조해서 민주노총의 경사노위 참가를 저지한 것은 문재인 정부를 곤혹스럽게 만들고 정부의 실체를 폭로하는 데 일조했다. 민주노총 조직률이 높아지고 투쟁의 활력이 회복하고 있는 현재, 좌파들이 기회를 잘 살려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김형계 대표도 문재인 정부에 맞선 노동자 투쟁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또 노동자 국제주의를 강화해야 하고, 좌파들이 “굳건한 연대를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양동규 부위원장은 정부가 일본의 경제 보복을 이유로 추진하고 있는 경제보복 대책 민관정협의회에 민주노총이 참여하지 않기로 결정했다는 소식을 알렸다. 민주노총이 정부와 협력할 것이 아니라 “제국주의 반대, 노동자 국제 연대, 노동 개악 반대”를 위해 독자적 행동이 중요하다며, “하반기 총파업” 조직을 강조했다.
이을재 대표도 민주당을 넘어서는 투쟁이 필요하다며 집중적인 투쟁을 만들어 가자고 했다.
이처럼 개막 토론에서는 문재인 정부에 대한 실망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민주당에게서 독립적인 노동자 투쟁을 성장시키기 위해 좌파들의 연대가 강화돼야 한다는 공감대를 확인할 수 있었다.
청중토론에서 대리운전 노동자, 기간제교사, 현대중공업 노동자, 세종호텔 노동자 등 문재인 정부의 약속 파기와 구조조정 추진 등으로 고통받고, 투쟁하고 있는 노동자들의 생생한 발언이 이어졌다.
이런 발언들에 많은 참가자들이 크게 공감하는 분위기였다. 한 대학생 참가자도 개막 토론에서 “노동 현장에서 싸우고 계신 분들의 목소리를 직접 들을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하며 소감을 밝혔다.
이날을 시작으로 맑시즘2019는 8월 25일(일)까지 고려대학교에서 열린다. 흥미로운 주제들이 아직 많이 남아 있다. 접수처는 고려대학교 민주광장에 있다. 그 옆에 차려진 책방에서는 신간 마르크스주의 서적을 비롯해 다양한 사회과학 서적도 만나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