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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낙연 총리, 일왕 즉위식 참석:
문재인 정부, 역시 친제국주의적임을 드러내다

국무총리 이낙연이 10월 22일 열린 나루히토 일왕 즉위식에 참석했다. 이낙연은 24일 일본 총리 아베와 회담을 하고 문재인의 친서도 전달할 것으로 알려졌다. 기업주 언론들은 이낙연의 방일이 한일 갈등을 풀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

문재인은 한일 갈등이 불거지자 자신이 항일 투사인 양 행세해 왔지만, 이낙연의 일왕 즉위식 참석은 문재인 정부도 제국주의에 타협하는 그저 그런 정부임을 보여 준다.

19~20세기 일본의 식민 지배와 전쟁 범죄는 바로 일왕의 직접적 통치 하에서 벌어졌다. 일왕이 침략과 전쟁의 최고 책임자였음에도 패전 후에 살아남은 것은, 미국이 자국의 패권 유지를 위해 일본의 구질서와 천황제를 존속시켰기 때문이다.

오늘날 천황제는 ‘상징’으로 남아 있다지만, ‘상징’ 천황제의 존재 자체가 미국과 일본의 제국주의적 이해관계를 반영하고, 과거의 침략과 식민 지배에 대한 은폐이자 책임 회피인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일왕 나루히토가 ‘평화’, ‘헌법 수호’를 언급한 것을 두고 그를 ‘평화주의자’로 보거나 그에게서 아베 ‘견제’를 기대하는 것은 대단히 비현실적이다. 실제로 나루히토는 즉위식에서 그런 언급을 일절 하지 않았다.)

일왕이 일본 우익의 정치적 상징 구실을 해 왔다는 점도 봐야 한다. 일왕 앞에서 군국주의의 상징인 만세 삼창을 하는 아베를 보라.

문재인 정부는 항일 제스처로 일본 제국주의에 반감이 있는 대중에게 환심을 사려 했지만, 이제 물러서려는 듯하다.

처음부터 문재인 정부는 일본 제국주의에 일관되게 맞설 의지와 능력, 무엇보다 이해관계가 없었다. 한국 지배계급은 50년 넘게 일본과 경제·안보 면에서 많은 이해관계를 공유해 왔다. 주요 진보·좌파가 일본에 맞서는 문제에서 문재인 정부를 같은 편으로 보고 응원해 왔지만, 애초부터 무망한 일이었던 것이다.

강제동원 피해 배상 문제에서 문재인 정부는 지난 6월부터 한·일 기업의 자발적 출연금으로 기금을 만들어 피해자에게 위자료를 지급하는 타협안(1+1안)을 줄곧 제시했다.

심지어 정부는 일본이 협상에 응한다면 더 후퇴할 수 있음을 시사해 왔는데, 최근에는 한국 정부가 기금 마련에 참여하는 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른바 ‘1+1+α’ 안으로, 일본 정부와 기업들의 책임과 부담을 더욱 덜어 주는 방안이다. 물론 이런 타협안조차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으로 강제동원 피해 보상 문제가 진즉에 해결됐다고 보는 아베 정부는 받아들이려 하지 않는다.

뿐만 아니라 문재인 정부는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지소미아) 종료를 선언할 때부터 얼마든지 그 협정을 복원할 수 있음을 감추지 않아 왔다. “타개책을 찾아 일본의 부당한 조치를 원상 회복하고 지소미아의 종료를 재검토할 수 있다.”(이낙연) 즉 애초에 지소미아 종료 선언은 일본 제국주의에 대한 진지한 반대에서 비롯한 게 아니었다. 미국의 중재를 이끌어내려는 목적도 있었다.

그런데 미국이 지소미아 종료에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며 한국을 압박하고 일본을 편드는 상황에서 11월 말 지소미아 종료 시점이 다가오자, 다급해진 쪽은 오히려 문재인 정부가 됐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한국이 미국의 아시아 전략을 지지하고 미국을 정점으로 일본 제국주의와도 협력해 온 장본인이었다는 점이다. 이는 자유한국당 시절의 문제만이 아니다. 역대 민주당 정부도 마찬가지였다.

트럼프는 일왕에게 보낸 축하 메시지에서 “[미일] 협력관계는 인도-태평양 지역과 전 세계의 평화와 번영을 위한 흔들리지 않는 기둥”이라고 말했다. 문재인 정부가 한미동맹을 강조하며 일본에 맞서겠다는 것은 애초부터 모순을 안고 있었던 것이다.

아덴만에서 합동훈련하는 강감찬함과 일본 군함 ⓒ출처 국방부

그래서 문재인 정부가 지소미아 종료 선언을 한 뒤에도 일본과의 군사 협력은 계속됐다. 지난 9월 강감찬함은 일본 군함과 함께 아덴만에서 합동훈련을 벌였고, 11월에도 한국은 미국·일본·호주 등과 함께 잠수함을 동원한 군사훈련에 참여할 계획이라고 알려졌다. 10월 1일 미국에서 열린 한미일 합동참모본부의장 회의에도 참여했다. 그러는 동안 미국(과 일본) 제국주의에 항의하고, 제국주의에 대한 한국 정부의 지원을 중단하라는 정당한 목소리를 낸 학생들은 구속했다.

이낙연의 일왕 즉위식 참석은 제국주의 문제에서도 문재인 정부는 진보·좌파가 협력하거나 견인할 만한 정치 세력이 아님을 다시 한 번 분명히 보여 준다. 허상을 좇아 문재인 정부에 기대를 걸고 비판을 삼갈 게 아니라 문재인 정부와 독립적으로 일본 제국주의·군국주의에 반대해야 한다.

특히 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이 노동개악을 밀어붙이기로 합의한 이때, 노동자들의 조건을 방어하고 개악을 막기 위한 투쟁을 건설하는 데서도 이 점은 매우 중요하다. 그간 한일 갈등과 조국 사태 국면에서 많은 노동운동 지도자들이 정부의 위기를 기회로 이용하지 못하고 오히려 정부에 대한 노동자 대중의 경계심을 무디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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