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군사협정 종료 통보했지만:
문재인 정부는 일본과 타협할 여지를 남겨 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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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22일 문재인 정부가 한일군사협정을 연장하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한국군과 일본군이 기밀을 공유하고 공동 대응을 할 수 있게 하는 한일군사정보포괄보호협정(GSOMIA, 이하 “지소미아”)은 중국 등을 겨냥한 미국의 미사일방어체계(MD)와 한·미·일 삼각 동맹의 핵심고리다.
당연히 미국은 문재인 정부의 결정에 곧바로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한편 지소미아 폐기를 주장해 온 좌파·진보 진영 일부는 이번 결정을 환영하면서 어려운 결정을 내렸다고 문재인 정부를 독려하기까지 한다.
그러나 아직 지소미아는 끝나지 않았다. 지소미아 종료 통보 이틀 후 북한이 방사포를 발사하자 한국 합동참모본부는 지소미아를 통해 일본과 정보를 공유하겠다고 했다. 지소미아는 11월까지 효력이 있기 때문이다.
국무총리 이낙연은 남은 3개월 안에 “타개책을 찾아 일본의 부당한 조치를 원상 회복하고 지소미아의 종료를 재검토할 수 있다”고 했다. 일본이 물러서면 협상 종료 통보도 없던 일로 하겠다는 것이다.
게다가 지소미아가 없어도 양국은 한·미·일 정보공유약정(TISA)에 따라 미국을 거쳐 군사 정보를 공유할 수 있다. 청와대 국가안보실 차장 김현종도 이 채널을 강화하겠다고 했다. 물론 미국은 더 신속하고 포괄적인 지소미아를 선호하지만 말이다.
김현종은 지소미아 종료를 계기로 “한·미 동맹을 업그레이드 하겠다”고도 했다. 그러나 한·미 동맹을 “업그레이드”하자면서 일본과 군사적 협력을 거부하는 것에는 근본적인 모순이 있다. 미국은 중국 등을 겨냥한 “인도-태평양 전략”에서 일본을 핵심 파트너로 삼기 때문이다.
책략
문재인 정부의 지소미아 종료 통보는 책략인 측면이 크다. 국내적으로는 핵심 친문 인사인 조국이 법무부 장관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딸의 특혜 의혹 등으로 대중의 실망과 분노를 자아내고 있는 상황이 한 요인으로 작용했을 것이다. 한·일 갈등에서 미국의 중재를 이끌어 낸다는 계산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안보 협력을 강조하며 사실상 일본 편을 들어온 미국의 태도는 지소미아 종료 통보 후에도 크게 바뀌지 않았다. 미국 국무부는 “문재인 행정부가 동아시아 안보 위험에 관해 심각하게 잘못 알고 있다”고 경고했다. 미국은 “11월 안에 한국 정부가 생각을 바꾸길 바란다”고 압박했다.
집권 초부터 문재인 정부는 꾸준히 친미 노선을 견지해 왔고 그러면서 한·미·일 동맹 요구에도 타협해 왔다. 예컨대 문재인 정부는 대중의 분노를 산 2015년 ‘위안부 합의’를 최종적 해결로 인정하지 않는다고 발표하고 ‘화해·치유재단’을 해산했지만, 새로운 합의를 맺으려 하지는 않는다. 결국 전임 정부들처럼 피해자들이 세상을 떠나기를 기다리겠다는 것이다. ‘위안부’ 문제가 한·미·일 동맹에 걸림돌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지소미아에 관해서도 문재인 정부의 행보는 모순과 한계에 부딪히고 결국 미국에 협조하는 것으로 귀결될 공산이 크다.
과거에 노무현 정부도 “친미적 자주”를 표방하며 균형외교와 한미동맹 사이에서 줄타기 하다 결국 이라크 파병, 주한미군 전략적 유연성 합의 등 한미 동맹 강화로 나아갔다.
한편 문재인 정부가 지소미아 종료를 계기로 “우리 안보 역량을 강화”한다며 군비 증강을 추구하는 것도 모순을 낳을 것이다. 예컨대 국방부가 도입하려는 차세대 전투기 F-35는 미국이 지정한 일본의 정비창에서 수리해야 하고, 함대공 요격 미사일 SM-3 최신형은 미국과 일본이 공동 개발한 것이다.
한국의 군사력 증강은 그 자체로 다른 열강의 군사력 증강과 함께 동아시아 불안정의 한 요인이기도 하다.
따라서 일본 제국주의에 반대하고 동아시아의 평화를 바란다면 제국주의 질서에 협력하는 문재인 정부의 정책을 비판하고 반대하는 것이 중요하다. 지소미아의 완전한 파기를 요구하고 호르무즈해협 파병과 군비 증강에 반대하는 것이 중요한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