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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병원 청소노동자 파업권 제약 논란:
사측은 약속대로 정규직 전환하라

서울대학교병원이 ‘정규직 전환 이전에 필수유지업무 비율을 먼저 합의해야 한다’며 비정규직(파견용역직) 정규직화 약속을 흔들고 있다.

앞서 9월 3일 서울대학교병원 파견용역직 노동자들(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은 파견용역직 노동자 614명과 보라매병원 200여 명 정규직화 약속을 사측한테 받아냈다. 2년 가까이 싸워 온 투쟁의 성과였다. 특히 조국 사태로 정부가 위기를 겪던 상황에서 투쟁에 나섰던 것, 정규직·비정규직 공동 파업 등 정규직의 연대와 3개 산별연맹의 공동 투쟁 등 연대 투쟁을 했던 것의 효과가 빛났다.

그런데 서울대병원은 정규직 전환 시점(11월 1일)을 코앞에 둔 상황에서 병원 측이 제시한 필수업무유지 비율을 받아들이라고 요구하고 있다. 이것을 수용하지 않으면 정규직으로 전환하지 않겠다고 협박한다. 공공운수노조에 따르면 어처구니없게도 병원 측은 청소 노동자들의 80퍼센트를 필수업무유지로 책정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병원에 꼭 필요한 노동자들이 아니라서 직접고용 안 한다던 사측이 이제 와서 ‘필수업무유지’를 강요하는 것이다.

10월 25일 서울대병원에서 열린 기자회견 “파업권 제약하려 하는 서울대병원 규탄한다” ⓒ고은이

필수업무유지 제도는 노무현 정부 시절에 도입된 악법 중에 악법이다. 노동자들이 파업할 권리는 헌법으로 보장되는데, 필수업무유지에 해당하는 노동자는 법률적으로 파업이 금지된다. 더구나 이 ‘필수’의 범위가 광범해 병원을 포함한 공공부문 노동자들은 이 족쇄에 묶여 파업 힘을 제대로 사용하는 데 제약을 받는다.

필수업무유지

서울대병원 측이 이런 악법을 이용해 정규직 전환을 압박하는 것은 노동자들의 투쟁 능력을 약화시키려는 것이다. 장차 노동자들이 조건 개선을 요구하며 싸우게 될 상황을 대비한 조처다. 병원 측이 2년 내내 자회사 전환을 내세울 때 든 이유도 ‘파업에 대처하기 힘들다’는 것이었다. 그 점에서 노조가 두 달 전 정규직화 합의를 할 때 ‘전환 전 필수유지업무 비율 합의’를 하기로 한 것은 부적절했다.

최근 공공부문에서 노동자들이 직접고용되거나 자회사로 전환된 곳에서 이와 비슷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노동자들이 턱없이 부족한 임금·처우에 불만을 터뜨리며 투쟁에 나서자, 사용자들이 어떻게든 파업 효과를 제약하려고 달려들기 때문이다.

지난해 9월 엘지유플러스 소속 하청업체 노동자들(희망연대노조 LG유플러스한마음지부)은 원청 직접고용으로 전환됐다. 노동자들은 정규직 전환 이후에도 턱없이 낮은 임금을 인상하려고 투쟁을 준비했다. 그런데 현행 필수유지업무 제도에 따르면 노사가 협정을 맺거나 합의하지 못하면 지방노동위원회의 결정에 따르도록 돼 있다. 한마음지부의 경우 중앙노동위원회에서 임단협 조정중지 결정이 내려지고도 2주 뒤에야 지방노동위원회에서 필수유지업무 비율이 결정됐다.

KAC공항서비스 소속 노동자들도 7월 중순 임금교섭 조정중지 결정이 났지만 아직까지 필수유지업무 비율이 결정되지 않아 손발이 묶여 있다. 서해선 노동자들도 9월 25일 임금교섭 조정중지 결정이 났지만 경기지노위는 10월 21일에야 필수유지업무 비율을 결정했다. 그것도 필수유지업무비율을 평균 68.5퍼센트로 책정해 파업권을 심각하게 제약했다.

이처럼 필수유지업무 제도를 이용한 파업권 제약 시도는 문재인 정부가 더 많은 노동자들에게 강요하는 제약의 일부다.

서울대병원 사측은 이런 일을 미연에 방지하려고 정규직화 합의문에 조건을 단 듯하다.

서울대병원 비정규직 노동자들(민들레분회)은 사측의 부당한 강요가 정규직화를 어렵게 만들고 있다는 점에 분노하고 있다. 노동자들은 10월 31일 파업을 예고하고 11월 1일 정규직 전환을 요구하고 있다. 서울대병원은 높은 비율의 필수유지업무 압박을 중단하고, 정규직 전환 약속을 지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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