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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류 양당, 서로 싸워도 진보정당들의 진입 막는 데엔 한통속

“연동 비례대표제.” 12월 23일 국회 본회의에 올라간 선거제 개정안을 정의당 간부들은 페이스북에서 이렇게 불렀다.

민주당이 자당의 선거 성적과 자유한국당을 의식해 연동형 선거제 개혁의 취지를 크게 훼손한 안을 본회의에 올렸기 때문이다.

공식 정치는 그동안 주류 기성 정당인 민주당과 한국당이 실제 지지도보다 더 많은 의석을 차지하며 지배해 왔다. 두 당은 강력한 지역주의 구도와 승자 독식 선거제(소선거구제)를 결합시켜 그렇게 했다.(과대 대표)

그래서 투표로 드러난 정당 지지율과 의석수를 ‘연동’시키는 선거제가 개혁안으로 제출됐던 것이다.

그러나 이미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정개특위) 합의 단계에서 연동률이 50퍼센트, 연동형 적용 의석 75석으로 후퇴했다(“준연동형”). 본회의에 올라간 안은 여기에 더해 지역구 의석 253석도 그대로 유지하기로 했다. 남은 47석 중에서도 30석까지만 연동률이 적용되고, 17석은 현재의 비례 배정 방식이 유지된다. 이 17석은 민주당과 한국당이 나눠 갖는 비례 몫이 될 것 같다.

결국 전체 의석의 10퍼센트인 30석을 정당 지지도가 일부 반영되는 의석으로 확보한 것이다. 주류 기성정당들이 지지도보다 많은 의석을 차지하고 노동계 진보정당들은 그 반대인 현실을 개선하기에는 턱없이 미흡하다.

게다가 이른바 국회의 “진입 장벽”(의석 배분의 기준이 되는 득표율 하한선)을 낮추지 않아서, 정의당보다 지지도가 낮은 진보정당들이 의석을 확보하기는 여전히 매우 어렵다.

제도가 단순하기라도 해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으면 좋으련만 그렇지도 못하다.

“비례 한국당,” “비례 민주당” 같은 비례 투표용 위성 정당을 만드는 편법 발상이 나오는 것도 입법안의 불충분함에서 어느 정도 비롯한다. 비록 그런 편법이 실제로 성공할지는 알 수 없지만 말이다.

비례를 위한 위성정당 설립 방안은 지역구와 비례 의석 비율이 1 대 1(등가)이고 연동형 100퍼센트 제도에서는 불필요하다.(금지될 확률도 있다) 그러나 본회의 안은 지지율 연동 의석 배분이 지역구 선거 후 소수의 잔여 의석(30석)을 나누게 돼 있으므로 오히려 주류 양당이 편법을 시도할 여지가 생긴다.

연동형도 준연동형도 아닌 “연동맛” 선거제라는 비판이 적절하게 느껴지는 이유다. 선거법 개정이 누더기처럼 된 것에는, 자당에 유리한 선거제만 선호하고 (기성 제도에서 과소대표된) 노동계 진보정당의 의석 확대를 경계하는 데서 서로 이해관계가 통하는 주류 양당이 책임이 가장 크다.

우리는 선거제 개혁 염원에 초를 친 주류 양당을 규탄하고 노동계 진보정당들의 선거적 성공을 바란다. 동시에, 촛불 이후 불리해진 세력균형을 뒤집으려고 우파가 끊임없이 도발하고, 문재인 정부가 이에 타협하는 상황에서 노동자 투쟁이 더 활성화되도록 진보정당들이 노력하기를 바란다.

민주당은 자신의 정당 지지율이 한국당의 곱절에 이를 때는 지지율 연동형 선거제 도입을 찬성했다. 그러나 이제 한국당 지지율이 오르고 더 오를 가능성이 높아지자 연동형에서 계속 후퇴해 왔다. 80퍼센트가 넘던 대통령 지지율이 반토막 나고, 50퍼센트에 육박하던 민주당 지지율도 떨어졌다.

중요한 것은 상황이 이렇게 달라진 이유다. 핵심은 문재인과 민주당이 2년 반 전 취임 때엔 진보 염원에 부응하는 정부가 되겠다고 약속하고서 그후 이를 계속 어겼기 때문이다.

민주당이 선거제 개혁 약속을 배신한 것은 지지율이 떨어진 대가를 정의당 등 진보정당들에게 떠넘기는 것이기도 하다.

정권을 잃고 찌그러졌던 수모를 되갚으려고 혈안인 우파를 막으려면 똑같이 기득권 수호에 혈안인 민주당을 지지해선 안 된다 ⓒ출처 자유한국당

한국당의 노골적 반동

개혁성이 한참 부족한 선거제 법안이 본회의에 올라갔는데도 한국당은 여전히 반대한다. 새 임시국회에서 선거법 등이 통과될지도 불투명하지만, 통과돼도 갈등과 혼란이 가라앉지는 않을 것 같다.

한국당은 패스트트랙 법안들의 본회의 상정에 맞서 직권남용 등 형사 고발, 국회의장 직무정지 가처분, 헌법재판소 권한쟁의심판 등을 제기하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한국당은 필리버스터로 장시간 반대 발언들을 이어가고 있다. 선거법 개정을 무력화시킬 “비례 한국당” 창당도 실제로 추진하겠다고 하고 있다.

한국당이 이토록 격하게 나오는 것은 이 자들이 선거법뿐 아니라, 검찰 관련 법안들, 유치원 3법 등에 모두 반대하기 때문이다.

한국당은 이 법안들이 통과되면 자신들이 다시 정권을 잡는 데에 장애물이 늘어난다고 생각한다. 유치원법의 경우에는 자기 지지 기반을 보호하려는 이해관계도 있다.

이런 것만 봐도 한국당이 누구를 노골적으로 대변하는 당인지 잘 드러난다. 이런 당이 진보정당들의 의석 늘리기 염원을 비아냥거리는 것은 꼴사나운 악다구니일 뿐이다.


“검찰 개혁”을 지지해야 할까?

한국당은 검찰 개혁안이 여당의 장기집권 음모라고 비난한다. 그러나 검찰 예산 독립을 막고 법무부 예산으로 통합한 것이 이명박 정부였다. 또, 인사권과 뒷조사를 이용해 검찰을 쥐고 흔들려 한 것이 박근혜 정부였다. 한국당의 비난은 바로 자기들의 장기집권 ‘음모’를 자백하는 것에 불과하다.

그렇다고 해서 현재 여당의 방안을 검찰 개혁이라거나 진보 개혁적 법안으로 볼 수는 없다는 것이 문제다. 알려진 대로라면, “검사의 피의자 신문조서 증거능력 제한”이 포함된 것이 사법 절차의 매우 제한된 개혁일 것이다. 그러나 그밖에는 별다른 게 없다.

검찰 권한을 축소한다고 하지만, 그 권한을 경찰·국정원 등과 공유하는 것일 뿐이다. 이번 본회의 안은 검찰의 보완수사 요구권 등을 보장했다. 검찰이 만족할 리 없겠지만 말이다.

무엇보다 검찰·경찰·국가정보원 등 핵심 권력기관의 비민주적이고 부패한 성격이 개혁될 수는 없다. 이런 기관들끼리 경쟁하는 것에서 누구 편을 들 수도 없다. 경찰 수사권 강화가 어느 면에서 진보인가? 그렇다고 견제와 균형 관계를 이루며 검찰과 경찰이 잘 협력하라고 할까? (최근 재심 사건들처럼) 공안 수사나 힘없는 청년들에게 누명 씌우는 사건들에서나 그런 사례가 발견된다. 경찰의 그런 반인권적 수사를 지금까지 태연하게 지휘해 온 검찰을 지지할 수도 없다.(청와대-경찰-검찰이 모두 부패 의혹의 대상인 울산도 한 사례다.)


조국 전 장관은 결국 구속되는 것일까

검찰이 조국 전 정관의 사전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조 전 장관이 민정수석 시절 유재수 특별감찰 무마 사건에서 직권남용을 했다는 것이다.

검찰발 보도들을 보면, 검찰은 당시 조국 민정수석이 감찰 중단에 최종 결정 책임을 가지고 있었을 뿐 아니라 실제로 결정권자로서 행동했다고 보고 있다. 그리고 특별감찰반의 감찰을 중단시킨 것, 이후 수사 의뢰를 하지 않고 금융위원회에 감찰 사실을 통보한 것, 이 두 행위가 각각 특별감찰반과 금융위원회에 대한 직권남용이라고 본다.

관련자들의 증언을 종합하면, 조국이 유재수 감찰 무마에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은 참말인 듯하다. 조국이 자기보다 윗선의 지시를 따랐다고 증언하지 않는 한은 말이다.

그러나 감찰 책임자이므로 오히려 그것이 직권남용인지를 입증하는 것은 법적으로 쉽지 않다. 조국 전 수석이 “정무적 판단”이라고 주장하는 이유다.

법원은 관료 사회의 질서를 보호하려고 “정무적 판단,” “정책적 판단”에 대해 매우 보수적으로 판단한다. 가령 박근혜 청와대의 민정수석 우병우의 직권남용 혐의에 대한 구속영장도 두 차례나 기각시켰다.

멀리 거슬러 올라가 보면, 김영삼 정부의 경제부총리였던 강경식은 허위 보고를 하는 등 IMF 공황을 불러 온 책임자로 기소됐지만 직무유기, 직권남용에 대해 일관되게 무죄 선고를 받았다. 고의성이 없는 “정책적 판단”은 처벌 대상이 아니라는 이유였다.

그러나 결국 우병우는 민간인 사찰 지시 부분이 입증돼, 구속돼 재판을 받았다.

조국 전 수석의 경우에도 유재수 구명 활동이 조국에게 구체적으로 전달된 증거, 즉 권력형 부패 의혹이 증거로 입증된다면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

지금은 매우 까다로운 법적 판단이 이뤄지고 있고, 최근 피의사실 공표 금지 조처 등과 겹쳐서 증거가 얼마나 확보됐는지도 알 수 없다. 이런 상황에서는 조국 전 장관의 구속 여부를 예측하기 어렵다.

기나긴 조국 일가 수사의 끝이 조국 구속을 목표로 한 것이었다는 반발도 검찰이나 법원에게는 부담이 될 것이다. 이런 부담에도 불구하고 검찰이 조국 전 장관 구속영장 청구를 한 것은 검찰 관련 입법안들을 염두에 둔 실력 시위 성격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이런 배경 속에서도 증거가 충실해 조국 전 장관이 구속된다면, 수사의 끝이 어디까지일지 모른다는 점에서 문재인 정부의 레임덕 위기가 시작될 수도 있다.

그렇게 되면, 우파와 한국당에게는 총선에서 이길 수 있는 전망이 열릴 수 있고, 보수대통합도 진전될 수 있다.

내년 총선이 문재인 정부에 대한 중간평가로 치러질 것은 여당의 저항에도 불구하고 명백하다. 하지만 그것이 우파에 유리한 문재인 정부 심판 구도로 가는 것은 촛불 이후 사회적 세력균형에 대한 강력한 역습이 될 것이다.

그러나 그런 상황이 된다고 해도 노동운동과 좌파가 친기업 기조를 강화해 온 문재인 정부를 편들 수는 없다.

단기적 이해득실에 급급하기보다는 장기적 전망을 보아, 우파의 부활과 이를 가능케 한 문재인의 친기업 기조 모두에 반대해야 한다. 그러려면 아래로부터 노동계급 대중을 동원할 태세와 날카로움을 갖춘 좌파의 건설이 필수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