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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교통공사 운전·승무 노동자 운행 거부 투쟁 예고:
“불법 파업” 비난 중단하고 운전 시간 연장 철회하라

1월 9일 서울교통공사노조는 사측이 운전 승무 노동자들(기관사와 차장)의 지하철 운전 시간 연장 조처를 1월 20일까지 철회하지 않으면 21일부터 “부당한 업무 지시”를 전면 거부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두 달여 전에 일방 개악된 운전 시간 연장 조처 철회를 요구하며 사측과 서울시에 수 차례 면담도 요구하고 농성과 집회를 하며 항의했지만 해결에 나서지 않았다.

ⓒ이미진

이번 공격은 문재인 정부가 기업주들의 애로 사항을 해결해 주기 위해 탄력근로제 확대 개악을 적극 주문하고, 주 52시간제 후퇴와 특별연장근로 확대 등을 추진하는 와중에 벌어진 일이기도 했다.

운전 승무 노동자들은 열차 안전을 위협하는 운전 시간 연장을 되돌리려면 전면적인 업무 거부가 가장 확실한 방법이라고 여기고 있다. 운행 거부에 돌입해서라도 노동 조건을 원상회복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상당한 것이다.

서울교통공사 사측은 노동자들이 실제 행동에 돌입하면 대체인력을 투입해도 서울지하철 1~8호선 중 60퍼센트가량의 운행이 중단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서울시와 서울교통공사 측은 노조가 예고한 지하철 운행 중단이 며칠 앞으로 다가왔지만 물러서지 않고 있다.

1월 17일 사측은 운전 시간 연장은 합법적 조처이고 노동자들의 투쟁은 “불법 파업”이라는 비난을 퍼부으며 운행 거부에 동참하면 강경 대응을 하겠다고 밝혔다. 한 승무사업소에는 파업 참가 시 해고 등 중징계와 손해배상 청구를 할 것이라는 협박문이 게시됐다.

그러나 사측의 불법 비난과 협박은 완전히 부당하다.

진짜 불법을 저지르고 있는 것은 노동자들이 아니라 사측이다. 사측은 이미 폐기된 취업규칙을 내세워 단체협약을 무시하고 일방 개악을 밀어붙였다.

사측은 운전 시간을 고작 평균 12분만 늘렸을 뿐이고 총 노동시간이 늘지는 않았다고 말한다.

그러나 이는 거짓말이다. 이번 개악으로 하루 근무 시간이 12시간을 초과하는 경우가 90개가량 생겨났다. 전동차 입·출고 점검, 승무 준비, 운행 사이 대기시간 등을 포함해 말이다. 이는 명백히 근로기준법(주 52시간 상한제) 위반이다.

사측은 심각하게 노동시간이 연장되는 일부만 골라내어 조정한다는 꼼수 방안을 내놓았다. 그러나 노동자들은 그 정도로는 결코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고 입을 모은다. 이번 개악은 단지 소수 노동자들만 장시간 노동으로 내모는 효과를 내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기관사들은 지하철 운행 중 운전 시간이 12분 초과됐다고 운전을 중단할 수 없다. 결국 실제 연장 시간이 길어져 10명 중 한 명 꼴로 1~2시간씩 실 운전 시간이 늘어났다.

지하철 기관사 업무의 특성상 사측이 말하는 운전 시간 12분 연장은 결코 사소한 것이 아니다. 승무 노동자들은 컴컴한 지하터널을 하루 5시간 가까이 다니며, 적게는 수백 명에서 많게는 수천 명의 승객을 태우고, 2분 간격으로 역마다 정차를 반복하고, 승·하차 승객들의 안전을 꼼꼼히 살피는 등의 일을 한다. 운전하는 동안 생리현상도 참아야 하고 제때 끼니를 해결할 수도 없다.

안 그래도 열악한 노동조건이 이번 운전 시간 연장 조처로 더욱 악화됐다. 운전 시간 연장 이후에만 기관사 2명이 공황 장애 진단을 받았다.

사측의 이간질

그런데도 사측이 물러서지 않는 것은 비용 절감에 혈안이 돼 있기 때문이다. 사측은 기관사들의 노동시간 연장을 통해 추가 비용을 최소화하면서 부족한 인력을 어느 정도 메울 수 있다. 이번 조처로 106명의 인력 증원 효과를 냈다고 한다. 그간 기관사들은 원치 않는 휴일 근무까지 해가며 부족한 인력을 메워 왔는데, 사측은 휴일 근무 수당 비용을 대폭 줄이려는 것이다.

사측의 이런 태도는 서울시가 지하철 적자 해소를 위해 자구책 실행을 강하게 압박해 온 것과 직접적으로 연관돼 있다. 지하철 같은 공공서비스는 수익성을 우선하지 말고 당연히 정부가 재정을 지원해야 마땅하다. 적자가 발생하는 것은 당연하다. 이를 뻔히 아는 서울시가 일체의 지원도 없이 적자를 줄이라고 압박하는 건 결국 노동자들을 쥐어짜서 해결하라는 주문인 셈이다. 이처럼 서울시는 마땅히 져야 할 책임을 노동자들에게 전가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사측은 이번 공격이 다른 직종 노동자들에게 ‘정당한 수당 배분’을 위한 것이라며 속이 뻔히 들여다 보이는 이간질하고 있다. 기관사들이 초과근무수당(휴일 대체근무 수당)을 너무 많이 가져가 다른 직종 노동자들은 초과근로를 해도 수당을 받을 수 없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사측은 승무 노동자들이 “우리도 휴일에 쉬고 싶다. 제발 부족 인력을 충원해서 휴일에 쉴 수 있게 해 달라”고 해도 인력 부족을 이유로 쉬는 날 휴일 근무를 강제했다. 이번 개악 이후에도 승무 노동자들이 휴일 근무를 거부하자 휴가 승인을 하지 않거나 휴가신청 후 근무를 하지 않는 노동자들을 ’무단결근‘ 처리했다.

이런 사측이 운전 승무 노동자들이 수당을 많이 가져가 다른 노동자들이 피해를 본다고 비난하는 것은 완전히 위선이다. 사측의 말대로 다른 분야 노동자들의 초과근로수당이 부족하다면, 이는 마땅히 서울시가 재정을 늘려 지급해야 한다. 사측이 부족한 인력 충원을 하고 이에 필요한 재정을 투여하지 않은 채, 노동자들을 초과근로로 내몰면서 수당을 놓고 경쟁하게 만드는 것은 비열하기 짝이 없다.

이와 같은 서울시의 적자 감축 압박이 지속되는 상황에서는 운전 승무 노동자들에 대한 노동조건 악화 공격으로 끝나지 않을 것이다. 기술과 차량 분야에 인력 감축, 유연노동 시도가 벌어지는 것을 봐도 알 수 있다.

만약 사측의 이런 이간질이 먹힌다면, 다음번에는 다른 직종 노동자들이 이런 비난의 대상이 될 수 있다. 따라서 이간질에 맞서 지하철의 다른 직종 노동자들이 이 투쟁을 적극 지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야 사측이 함부로 다른 노동자들의 조건 악화도 시도하기 어렵게 만들 수 있다.

정의로운 투쟁

지하철 운전 승무 노동자들이 운행 거부에 들어간다면, 이는 결코 비난 받을 행동이 아니다. 오히려 노동자와 승객의 안전을 지키기 위한 정의로운 투쟁이다.

노동자들은 운전 시간 증가로 인한 피로감과 스트레스 상승이 무엇보다 안전 운행을 위협하고 있다고 입을 모아 말한다.

게다가 사측이 인력 부족 문제를 해결한답시고 지하철 운행 횟수를 감축해 열차 지연 사태가 속출하고 있다. 사측은 지난 11~12월에 2호선 운행을 총 18회 감축했다. 당연히 열차당 승객 수가 늘고 혼잡도가 높아져 열차 운행이 지연됐다. 노동시간이 늘었는데도 사측은 노동자들에게 정시 운행 압박까지 가해 한층 위험이 커지고 있다. 한 기관사는 “정시 운행 압박은 정차 시간을 제대로 지키거나 출입문 개폐와 스크린도어를 꼼꼼하게 확인하기 어렵게 만들어 사고 위험을 키운다”고 꼬집었다.

이처럼 정작 지하철 승객의 안전을 내팽개치고 있는 것은 사측과 서울시다. 시민 불편을 내세워 노동자들을 비난하는 것이 완전히 위선인 이유다.

연대 확대

“노동 존중”을 말해 온 문재인 정부, 박원순 시장 하에서 서울교통공사 운전 승무 노동자들이 “불법 파업” 비난을 받고 있다.

박원순 시장은 문재인 정부보다 진보적인 노동 정책을 펴 온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사실 확실하게 친노동 정책을 폈다고 말할 수 없다. 비정규직 정책에서 문재인 정부보다 나은 점이 일부 있지만, 서울시 공무직 차별이나 광범한 민간위탁 유지 정책 등에서 보듯 한계를 공유하고 있다. 그간 지하철 9호선이나 쓰레기 소각 시설 노동자들의 투쟁은 적잖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서울시 노동 정책에 상당한 불만이 있다는 것을 보여 줬다.

특히 박원순 시장은 정규직 노동자들의 조건에 대해서는 매우 인색했다. 임금피크제 도입으로 서울시 산하 공공기관 노동자들이 임금 삭감 압박에 시달리고 있는 것이 대표적이다.

서울교통공사는 노동이사제가 도입된 1호 공공기관으로 ‘바람직한 공공부문 노사 관계 모델’로 거론돼 왔다. 그러나 이번 운전 승무 노동자들의 불만이 폭발 지경에 이른 데서 보듯 그간 지하철 노동자들의 조건은 개선되지 않았다. 노동이사제는 사측이 노동조건 일방 개악을 밀어붙이는 것에 어떤 제어력도 발휘하지 못한 것이다.

이번 투쟁은 박원순 서울시장의 노동 정책을 심각한 시험대에 올려놓고 있다. 그동안 여러 서울시 산하 기관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투쟁으로 조건을 개선해 왔듯이, 정규직 노동자들 역시 정당한 권리와 조건 개선을 위해 투쟁해야 서울시와 사측의 양보를 강제할 수 있을 것이다.

이번 운행 거부 투쟁은 (필공 파업 때처럼 필수 유지 인력을 남기지 않아) 실질적인 지하철 운행 중단 사태를 초래할 수 있어 서울시와 사측을 상당히 압박할 수 있을 것이다.

노동자들이 투쟁에 나서면 노동운동이 적극 지지·연대를 해야 한다. 지하철 운전 승무 노동자들의 투쟁이 고립돼 공격받도록 방치해서는 안 된다. 노조가 잘 조직돼 있는 대표적인 공공기관에서 이런 공격이 관철되면 이는 민간 부문 사용자들에게 좋은 본보기가 될 것이다.

민주노총과 공공운수노조 지도부는 이 투쟁을 적극 엄호하며 연대 확대에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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