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천지에 책임 전가 말고 정말 필요한 조처 단행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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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와 이윤 체제를 비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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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2일 현재 코로나19 확진자가 4300명이 넘었다. 사망자가 20명을 넘고 특히 ‘자가 격리’ 상태에서 사망한 환자들이 늘면서 두려움도 커지고 있다. 병상과 의료 인력이 환자 증가세를 따라잡지 못하면서 갈수록 많은 사람들이 방치되는 악순환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경증과 중증을 구분해 대처하는 것도 절대적 병상 부족 때문에 별 의미가 없는 상황이다.
급기야 대구 시장은 정부에 긴급명령을 발동해서라도 병상을 확보해 달라고 호소했다. 국립대병원장들은 환자를 다른 도시로 옮겨서라도 치료하기로 결정했다. 국립대병원장들은 사립 대학병원들에도 치료를 분담해 달라고 요청했다. 실행으로 옮겨질지는 두고봐야 하겠지만 늦게나마 이런 결정이 내려진 것은 다행이다.
다만, 이토록 당연하고 간단한 조처를 지금껏 취하지 않아 2000여 명이 두려움 속에 방치되고 그 중 일부가 죽어간 데 대한 책임은 정부가 져야 할 것이다. 감염자를 찾아내는 속도에 비춰 보면 전파를 막고 환자들을 돌보기 위한 조처는 더디다 못해 한심한 수준이다. 이처럼 감염자의 규모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데, 적절한 대응이 이뤄지지 않자 불신과 불만이 커지고 있다.
그러자 정부·여당과 친정부 언론들은 집단 감염이 일어난 신천지 교회에 책임을 떠넘기려 해 왔다.
특히, 총선이 다가오는 상황에서 여당 지지율이 하락하자 일부는 신경질적으로 반응하며 마녀사냥까지 자행하고 있다. 박원순 서울시장의 이만희 ‘살인죄’ 고발은 가장 두드러진 사례다. 문재인 정부가 앞서 언급한 국립대병원의 대응을 진작에 명령하지 않은 것도 총선을 앞둔 눈치보기 때문이었던 듯하다. 우한 교민을 국내로 이송했을 때처럼 지역 주민들이 반발하면 총선에 불리해질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지금까지 발표된 확진자 통계를 보면 신천지 교회가 이번 코로나19 확산의 주요 매개고리가 된 것은 사실로 보인다. 무엇보다 신천지 교회 측이 정부의 방역에 협조하지 않은 점이 많은 이들에게 반감을 불렀다. 방역의 타이밍을 놓치게 만들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부의 책임 회피성 신천지 교회 비난은 합리적 비판을 넘어 이 교회 신자들에 대한 온갖 편견을 불러일으키는 데로 나아가고 있다. 신천지 교회를 ‘이단’으로 배척하던 이들도 이 틈에 비난 대열에 동참해, 정말이지 이 교회에서 코로나19가 시작된 것 같은 착각마저 일으킬 정도다.
신천지 교회
신천지 교회 신자들은 이번 감염병 확산의 피해자이지 가해자가 아니다. 치명률은 낮지만 전염력이 높은 사스-코로나바이러스-2*의 특징과 한중 교류 수준, 초기의 불확실성 등을 고려하면 중간 매개고리는 신천지 교회가 아니라 어디라도 될 수 있었다.(우연은 필연이 현실화되는 것을 매개하는 변수일 뿐이다.)
중앙방역대책본부는 신천지 교회 신자들이 코로나19의 발원지로 알려진 중국 우한 지역을 방문했다고 발표했다. 우한이 봉쇄된 것이 1월 23일이므로 그 전에 빠져나온 것으로 보인다. 다만, 그 교회 신자들 사이에서 감염률이 이례적으로 높았던 것은 상대적으로 모임이 잦고 실내 밀접접촉 횟수도 많았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 시기에 국내에서 코로나19에 대한 경계 수준은 정부든 아니든 그다지 높지 않았다. 1월 23일 기준으로 국내 확진자는 우한에서 온 중국인 한 명뿐이었다. 체계적인 방역이 이뤄지지 않는 상황에서 감염이 빠르게 확산된 것은 인종, 종교 등 문화적 특징과는 아무 관계 없다.
지금까지 중국에서는 무려 8만여 명이 감염되고 2000여 명이 사망했다. 확산세는 조금 가라앉고 있지만 여전히 매일 수백 명씩 확진자가 늘어나고 있다. 이탈리아와 이란에서도 확진자가 1000명을 넘고 수십 명이 사망했다. 프랑스와 독일에서도 확진자가 100명을 넘어섰다. 미국에서도 확진자가 늘고 사망자가 나오면서 세계보건기구도 조만간 판데믹(세계적 유행)을 선언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4000명이 넘는 국내 확진자 중에서도 40퍼센트가량은 신천지 교회와 관계가 없다.
게다가 2월 중순에는 문재인 대통령 자신이 나서서 코로나19가 “머지않아 종식될 것”이라며 재벌 총수들과 간담회를 했다. 홍남기 부총리는 경제에 악영향이 없도록 “정상적인 경제 활동을 해 달라”고 촉구했다. 무증상 전파자(감염자)가 존재한다는 우려가 제기됐지만 그럴 가능성은 낮다고 우려를 일축한 것도 정부다.
그러니 ‘신천지’라는 단어를 다른 어떤 단체 이름으로 바꿔도 대규모 감염으로 이어질 조건은 충분히 갖춰져 있었던 셈이다.
그런데도 법무부는 지난해 7월부터 8개월간 우한에서 한국으로 입국한 신천지 교회 신자가 42명이라고 밝혔다. 바이러스가 중국에서 처음 발견된 시기는 11월 말~12월 초였다. 따라서 법무부가 굳이 지난해 여름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수치를 발표한 것은 국내 코로나19 유행의 책임이 신천지에게 있다는 인상을 주려는 것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결국 정부가 신천지 책임론을 부각시키는 것은 여론을 그리 몰고 가 정부의 명백한 실패를 가리고 그 책임을 떠넘기려는 처사다. 오히려 정부가 신천지 교회 신자들의 피해에 대해 사과해야 할 상황이다. 무엇보다 처음부터 책임을 떠넘기려는 의도가 뻔히 보인 신천지 비난은 안 그래도 ‘이단’ 비난에 시달려 온 신자들이 정부의 방역 조사를 기피하게 만들었을 것이다.
중국으로부터의 입국을 전면 차단해야 했다는 우파 야당도 거짓말쟁이고 위선적이긴 마찬가지다. 중국은 한국의 최대 수출국이자 핵심 산업과 생필품 유통까지 연결돼 있는데, 그런 중국 정부와의 관계를 생각하면, 미래통합당이 집권당이었어도 중국에 대한 전면 입국 차단은 하지 못했을 것이다.
게다가 우한 지역을 제외하고는 다른 지역에서 입국한 사람이 바이러스를 전파한 사례는 아직 없다. 있다고 하더라도 감염병 확산의 원인을 발원지의 문제로 환원하는 것은 문제 해결에 별 도움이 안 될 뿐 아니라 적절한 진단도 아니다.
충분조건
책임 회피 위한 속죄양 만들기에 열을 올리는 것은 또한 문재인 정부가 확진자들을 입원시킬 병상조차 마련하지 못하고 있는 한심한 상황을 모면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해소되지 않는 마스크 대란이 이를 잘 보여 준다. 유전자 검사를 매일 수천 건씩 해내는 나라에서 마스크 다섯 장을 사기 위해 3시간씩 줄을 서야 하는 하는 광경은 투자의 우선 순위가 어디에 있는지 단적으로 보여 준다.
문재인 정부 들어서도 공공병원은 하나도 늘어나지 않은 반면 유전자 검사 등 규제는 기업 이윤을 위해 하나둘씩 완화해 왔다. 이런 규제완화 정책들은 이명박근혜 시절에도 추진돼 온 것들인데, 문재인 정부에서 실제로 이행되고 있다. 이 와중에 민주당이 발표한 총선 공약에도 공공병원 확충 계획은 없다.
진단 기술이 갈수록 발전하는 반면에 치료와 예방 기술이 이를 따라잡지 못하는 것은 오늘날 자본주의 의료 체계의 특징이기도 하다. 진단 시스템은 상시적으로 가동돼야 하므로 투자자들에게 즉각적인 이윤을 보장하는 경우가 많다. 병에 걸린 것으로 의심되는 사람뿐 아니라 병에 걸리지 않은 사람들도 잠재적 소비자이므로 시장도 넓다. 반면, 치료와 예방 기술의 경우 그 대상이 누구냐에 따라 투자 대비 이윤 획득 가능성이 불투명한 경우도 많다. 만성 질환 등 노인성 질병에 대한 연구 개발 투자가 극도로 더딘 것도 이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21세기 들어서도 감염병에 대처하는 수단은 19세기에 개발된 기술들 – 격리 등 – 에서 크게 발전하지 않고 있다. 백신 개발을 위한 상시적 연구·개발은 민간 제약회사들에 맡겨져 이윤 논리에 휘둘리고 이번 같은 감염병 사태로 정부가 백신 개발을 지원해도 그 특허권은 민간 기업들에 넘어가곤 한다.
많은 이들이 지적하듯이 21세기 들어 잦아지고 있는 신종 감염병의 등장은 자본주의 체제가 낳은 생태 훼손 문제 중 하나다. 그리고 자본주의 사회에서 질병의 예방과 치료에 지속적으로 투자할 수 있는 주체는 오로지 정부(국가) 밖에 없다.
많은 이들이 바라 온 것처럼, 문재인 정부가 하다못해 자신이 약속한 만큼이라도 공공의료에 투자했다면 이처럼 한심한 상황이 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최근 중국 연구진이 미국의학저널(JAMA)에 기고한 통계 결과를 보면 중국에서 확진자 감소에 가장 큰 구실을 한 것은 춘절 휴가(와 휴가 연장 조처)였던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사회 활동을 어느 정도 정지시키지 않는 한 ‘사회적 거리 두기’가 효과를 보기 어렵다는 것은 수많은 공공보건 연구자들이 지적해 온 바다. 직장에 출근해야 하는 대도시 노동계급 사람들이 어떻게 2미터 이내 접촉을 피할 수 있겠는가.
문재인 정부도 이를 잘 알고 있다. 유·초·중·고 개학을 3주나 미룬 이유일 것이다. 그러나 한사코 휴업 조처는 피하고 있다. 당장 개학을 미룬 아이들을 돌봐야 하는 문제도 있는데 말이다. 기업 이윤에 해를 끼치는 것만은 피하려 하기 때문일 것이다.
지금 비판받아야 할 대상은 신천지 교회 신자도 중국인도 아닌 이윤 체제와 그 체제의 수혜자이자 조력자인 정부다. 문재인 정부 자신이 이를 잘 보여 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