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위기에 직면한 한국 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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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위기 고통 노동자에게 떠넘기지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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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가 중국을 넘어 세계적으로 유행할 가능성이 커지면서 세계경제의 불안정성이 한층 커지고 있다. 이번 주 월, 화 이틀 동안 미국 뉴욕증시의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지수는 6.3퍼센트 폭락했다. 이는 미·중 무역전쟁이 본격화하던 2015년 8월 이후 가장 큰 하락폭이다.
현재 코로나19로 상황이 심각한 중국, 한국, 일본, 이탈리아의 GDP만 합쳐도 세계 GDP의 27퍼센트에 이른다. 만약 사태가 장기화되고 더욱 확대되면 가뜩이나 취약한 세계경제는 더욱 심각한 충격에 빠질 것이다.
중국에서 확진자가 줄어드는 등 사태가 진정되고 있다는 말도 있다. 그러나 이는 중국 인구의 절반 이상을 이동 제한하고, 인구의 10퍼센트 이상인 1억 5000만 명을 자택에 격리시킨 결과이다. 그래서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지난주 중국 경제 가동률은 50~60퍼센트에 불과했다. 후베이성에서는 2월 17일 기준으로 전체 공장 중 46퍼센트만 가동됐고, 전체 노동자의 3분의 1만 출근했다고 한다.
이윤 축적을 위해 의료에 투자하지 않다가 문제를 키운 중국 지배계급은 경제 악화를 심각하게 걱정하고 있다. 그래서 “경제 정상화”를 해야 한다며 공장 가동을 서두르고 있다. 그러나 겨우 가동한 공장에서도 확진자가 나와 다시 조업이 중단되는 등의 일이 벌어지고 있다.
한국에서도 확진자가 급증하면서 경제가 타격을 받고 있다. 소비가 위축돼 여행업, 운송업, 도·소매업 등이 타격을 받았을 뿐 아니라 생산에도 차질이 생기기 시작했다.
삼성전자 구미 사업장, SK하이닉스 이천캠퍼스, LG전자 인천사업장 등에서도 확진자가 나와 공장 가동이 일시 중단됐다. 특히 중국산 부품 수급에 차질이 생긴 자동차 공장들이 가장 큰 타격을 입었다.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는 2월 들어 6.5일과 5.4일 휴업했다.
그래서 최근 노무라 증권은 한국의 1분기 경제성장률이 최대 0.2퍼센트, 최악의 경우 -2.9퍼센트를 기록할 것이라는 보고서를 냈다. 물론 상반기에 사태가 진정되면 반등할 수도 있겠지만 경제성장률은 이미 낮은 상태였다.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은 2009년 이후 최저를 기록한 지난해보다 더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임금 삭감
이런 와중에 기업들은 잇달아 경영 위기의 고통을 노동자들에게 떠넘기려 한다. 곳곳에서 무급휴직 등이 강요됐을 뿐 아니라 임금 삭감 계획 등이 발표됐다.
이스타항공은 이달 임직원 급여를 40퍼센트만 지급하겠다고 했다. 안타깝게도 이스타항공 조종사 노동조합은 4개월 동안 임금 25퍼센트를 삭감하는 데에 합의했다.
지난해 한국 상장 기업들의 영업이익은 그 전해에 비해 절반가량 줄은 것으로 추정된다. 이런 상황에서 코로나19 사태로 경제 상황이 더욱 악화하면 기업들의 노동자들에 대한 공격은 더욱 커질 것이다.
보수 언론들은 노동자들이 투쟁하려는 제스처만 취해도 ‘경제가 어려운데 웬 투쟁이냐’며 비난 강도를 높이고 있다. 이런 분위기에서 얼마 전 검찰이 현대중공업에서 추락사한 노동자를 강제로 부검하려 하는 등 반(反)노동자적인 공격도 벌어지고 있다.
그러나 노동자들은 심화하는 경제 위기에 아무런 책임이 없다. 오히려 코로나19 사태와 경제 위기 모두에서 노동자들과 가난한 사람들이 가장 큰 고통을 당하고 있다. 노동자들은 제대로 된 보호장비도 없이 서비스를 제공하거나 생산을 해야 한다. 무급휴가, 임금 삭감, 해고 위협 등으로 경제 위기의 고통을 직격으로 받고 있기도 하다.
지금과 같은 심각한 감염병 위기와 경제 위기는 모두 이윤 중심으로 굴러가는 자본주의 체제에 근본 원인이 있다. 이윤을 위한 무분별한 생산이 낳은 지구 온난화 때문에 갈수록 겨울이 따뜻해져서 감염병이 발발할 가능성은 점점 높아져 왔다. 이윤 축적만을 중시하며 공공의료에는 투자하지 않는 정부 정책 때문에 감염병 문제는 사회적 재앙이 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로 더욱 악화하고 있는 경제 위기도 이윤율이 장기적으로 저하하며 장기 침체의 늪에 빠져 있는 자본주의 체제의 핵심 동학이 그 근본 원인에 있다.
따라서 이윤이 중심인 자본주의 체제에 도전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윤 논리 때문에 고통받지만, 동시에 자본주의 체제에 도전할 힘을 지닌 노동자들의 투쟁이 중요한 이유이다.
추경 ─ 기업주·부자가 아니라 노동자·서민에게 지원하라
지난 2월 13일 롯데마트의 200개 점포를 폐쇄하겠다는 구조조정 계획이 발표되던 날, 문재인은 재벌·대기업 총수들을 청와대로 불러 간담회를 열고 세제 지원 등을 약속했다. 그 자리에 롯데지주 부회장 황각규도 있었지만 문재인은 구조조정 계획에 대해서 한마디 비판도 하지 않았다.
2월 21일 한국에서 코로나19 환자가 급증하기 시작할 때에도 문재인은 “과도한 불안 말고 경제활동하라”는 메시지를 던졌다. 평범한 사람들의 불안감보다 자본주의 시장경제를 더 중시하는 시각이 반영된 말이었다.
코로나 사태가 급격히 확대되고 경제 상황이 악화하자 기업주들과 우파들은 법인세 인하, 규제 완화, 기업 지원 강화를 요구하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정부도 신속하게 추경을 하겠다고 밝혔다. “기업 피해 최소화와 국민 소비 진작, 위축된 지역경제를 되살리기 위해서”라고 했다. 이처럼 친(親)기업적인 취지가 분명하니, 처음에는 토를 달던 황교안도 금세 추경 지지 입장을 밝혔다.
정부는 아마도 기업 지원을 강화하면 시장경제가 활성화해 결국 노동자에게도 몫이 돌아갈 것이라고 말할 것이다. 그러나 지난 수십 년간 위기가 심화될 때마다 정부들은 대규모 기업 지원책을 내 왔지만 시장주의자들이 약속한 낙수효과는 나타나지 않았다. 수익률이 상당히 낮은 상황에서 기업들은 정부 지원으로 연명하며 이윤을 위해 노동자들의 몫마저 공격했고, 빈부격차는 늘어 왔다.
따라서 기업 지원 강화로는 노동계급과 가난한 사람들의 삶을 개선할 수 없다. 노동계급과 가난한 사람들의 생활 조건을 지키려면 기업 지원이 아니라 노동계급의 필요를 충족하는 조처를 강화해야 한다.
정부는 공공병원을 대규모로 확충해야 함은 물론 노동자들에게 유급 휴가를 보장하고, 기업들이 임금 삭감이나 해고를 하지 못하도록 규제해야 할 것이다. 또, 파산하는 기업을 국유화해 일자리와 노동조건을 보장해야 한다.
노동운동은 고장 난 자본주의 시장 경제 살리기에 협조할 것이 아니라 노동계급의 생활 조건을 지키기 위한 투쟁을 강화해 나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