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실이 부족해 코로나19 환자들을 연수원에 입소시키는 모습은 불과 한 달 전 우한 전시장에 차려진 수백 개의 야전침대를 연상시킨다. 실제로 체육관을 활용하자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5000만 명이 넘는 인구에 세계경제 10위권인 나라에서 고작 수천 명을 입원시킬 공공병원이 없어 이러고 있는 사실에 수많은 사람들이 답답함을 느끼고 있다.
마스크 공급도 제대로 못해 허둥대는 정부의 무능을 보며 분노를 느끼는 이들도 많아지고 있다. 주변 사람들을 생각해 꼭 쓰라더니 공급난이 생기자 ‘아껴 쓰라’, ‘햇볕에 말려 쓰라’ 하고 말을 바꾸는 정부를 보며 도대체 누굴 믿어야 하나 하는 생각밖에 안 든다.
다만 하루가 갈수록 지쳐가는 공무원과 의료진의 모습을 보며 차마 그 분노를 표하지 못하고 있을 뿐이다.
세계보건기구는 코로나19 감염증을 일으키는 바이러스 이름을 ‘사스-코로나바이러스-2’라고 지었다.
2003년 중국 광둥성에서 번졌던 사스의 원인 바이러스와 매우 비슷하게 생겼기 때문이다.
일부 과학자들이 이 사실에 착안해 사스에 면역력이 있는 사람은 코로나19에도 면역력을 갖지 않을까 하고 생각한 듯하다.
바이러스가 사람 몸에 침투하면 처음에는 면역계를 혼란에 빠뜨리며 파죽지세로 세포들을 파괴한다. 면역 세포들은 세포보다 훨씬 작은 바이러스를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몰라 우왕좌왕하지만 마침내 대응 수단을 마련하게 된다. 백혈구의 일종인 B세포가 해당 바이러스에 특화된 항체를 생산하기 시작하면 전세는 역전되고 바이러스는 박멸된다. B세포 중 일부는 이 바이러스를 퇴치할 무기(항체) 생산법을 기억해 훗날 같은 바이러스가 침투했을 때 신속히 대량 생산 체제에 돌입한다. 이를 면역이라 한다.(유튜브에 이해를 돕는 영상이 많으니 참고하시오.)
백신은 이 원리를 이용해 바이러스의 일부(보통 캡이라고 하는 껍질)를 사람 몸에 주입해 항체 생산법을 훈련시키고 기억하도록 유도하는 약이다. 아이들이 홍역, 풍진 등 위험한 바이러스성 질병에 걸리기 전에 예방주사(백신)을 맞는 이유다.
다만 바이러스는 그 변이가 심해 항체가 작용하는 부위에 돌연변이가 생기면 항체가 제대로 작용하지 않는다. 독감(인플루엔자) 백신이 매년 새로 만들어지는 이유다.
그런데 최근 〈연합뉴스〉 보도를 보면, 얼마 전 한국화학연구원은 사스와 메르스 항체가 코로나19에도 작용할 것 같다고 발표했다. 사스와 메르스 모두 코로나바이러스의 다른 형제가 일으킨 병이었으므로 가능성이 있는 얘기다. 이 얼마나 반가운 소식인가.
그러나 2003년 사스와 2015년 메르스 사태 뒤에 해당 바이러스에 대한 백신은 만들어지지 않았다. 사스 백신을 개발하던 기업은 사스 확산이 멈추자 개발을 중단해 버렸다. 이윤이 남지 않기 때문이다. 메르스 백신을 개발하던 연구자들은 5년째 연구 중이다. 임상시험 등에 필요한 투자가 부족했기 때문이다.
결론을 말하자면 현재 사스-코로나바이러스-2에 대한 백신은 없다. 백신이 개발되고 있지만 임상시험 기간 등을 고려하면 올해 말이나 내년 초가 돼야 안전하고 효과적인 백신이 보급될 것이다.
백신 개발을 위해 (자본주의 국가와 다국적기업들의 모임인) 세계경제포럼 등이 주도해 만든 국제기관 ‘세피’에 따르면 세계보건기구가 위험군으로 분류한 11개 바이러스 백신을 개발하는 데 하나당 평균 28억 달러(약 3조 원)가 든다. 그 돈이 부족해 여태 백신이 없는 것이다. 세피가 지금까지 기부받은 돈은 8억 달러(9480억 원)밖에 안 된다.
그런데 이번에 코로나19 피해 때문에 한국 정부가 새로 편성한 추경 예산이 약 12조 원이다. 이런 낭비가 또 있을까?
1994년에 유엔과 세계보건기구가 만든 국제백신연구소는 한국에 그 본부를 두기로 결정했지만 2003년에야 서울대학교에 본부를 차렸다. 2018년 연례보고서를 보면 그 해 수입이 3000만 달러(355억 원)에 지나지 않는다. 그중에 한국 정부가 지원한 돈은 570만 달러(67억 원)다. 한국 정부가 미국에서 구입한 F-35 전투기가 한 대당 8000만 달러(948억 원)다.
세계 자본주의 지배자들은 백신 따위 아무래도 상관없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