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화생물학자 롭 월러스 인터뷰:
코로나19 위기의 구조적 원인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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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때문에 전 세계가 충격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각국 정부는 전염병 대유행의 구조적 원인을 해결하려 하기보다는 눈앞에 닥친 상황을 면하는 데에 급급하다. 다음은 독일의 반자본주의 월간지 《마르크스21》이 진화생물학자 롭 월러스와 코로나19의 위험성, 산업적 농업이 끼친 영향, 감염병에 대처하는 지속 가능한 해결책에 관해 인터뷰한 것이다.

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는 얼마나 위험합니까?
지역 감염이 어떤 국면이냐에 달려 있습니다. 이제 막 시작됐는지, 절정인지, 진정 국면인지에 따라 다를 것입니다. 지역 공공 보건 체계의 기민함, 인구 구성,
그러면 코로나19를 둘러싼 이 모든 소동은 공연히 공포를 부추기는 것일 뿐인가요?
아니오.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 중국 우한에서 감염이 시작됐을 당시 코로나19는 증례치명률
더 구체적으로 말씀해 주십시오.
오늘날 세계 교통망은 역사상 가장 밀접합니다. 코로나19에 대한 백신이나 명확한 치료약이 없고 현재로서는 집단 면역*도 형성돼 있지 않기 때문에, 사망률이 단 1퍼센트라도 심각하게 위험할 수 있습니다. 코로나19의 잠복기가 최대 2주에 이르고 증세가 나타나기 전에도 전염이 가능하다는 증거가 점점 느는 것을 보면, 감염에서 자유로운 곳은 거의 없을 듯합니다. 코로나19 치사율이 1퍼센트라고 가정하면, 40억 명 감염 시 4000만 명이 사망하는 겁니다. 전체 숫자가 크면 비율이 낮아도 절대치는 큽니다.
다른 치명적 병원체보다 치명률이 낮은 듯 보이지만 실제로는 무시무시한 수치네요.
물론입니다. 그리고 지금은 전염 초기에 불과합니다. 신종 감염병 다수가 전염 과정에서 변한다는 점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물론, 그러면서 감염력, 병독성이 모두 약화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전염 과정에서 병독성이 훨씬 커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스페인 독감은 1918년 봄 1차 유행 때 비교적 가벼운 감염병이었습니다. 그러나 1918년 겨울에서 1919년에 걸친 2차, 3차 유행 때는 무수히 많은 사람의 목숨을 앗아갔습니다.
그러나 보통의 계절성 인플루엔자보다 감염자
코로나19가 별 것 아닌 것으로 드러나면 저도 기쁠 겁니다. 그러나 다른 치명적 질병을 들이대며 코로나19가 위험하지 않다고 일축하려는 이런 시도는, 코로나19에 대한 우려를 폄훼하는 말장난입니다.
계절성 인플루엔자와 비교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말씀이시군요.
서로 다른 유행곡선* 구간에 있는 두 병원체를 비교하는 것은 어리석은 짓입니다. 물론 세계보건기구
그런 비교에 오해의 소지가 있다 해도, 두 병원체 모두 바이러스이고 심지어 둘 다 RNA 바이러스로 특정하게 분류되지 않나요? 두 바이러스 모두 구강, 인후, 때로는 폐에 영향을 줍니다. 둘 모두 전염성이 매우 높고요. 그렇지 않습니까?
그렇긴 합니다만, 말씀하신 것들은 표면적인 유사성일 뿐 그것만 보면 두 병원체의 핵심적 차이를 놓치게 됩니다. 우리는 계절성 인플루엔자의 역학에 관해 많은 것을 압니다. 그러나 코로나19의 역학에 관해서는 거의 아는 것이 없습니다. 이 방정식에는 미지수가 너무 많아요. 코로나19가 한껏 창궐하기 전까지는 모르는 채로 남아 있는 요인들도 있을 것입니다. 또, 두 바이러스를 대립시킬 문제가 아님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코로나19는 코로나19고 계절성 인플루엔자는 계절성 인플루엔자입니다. 다중 감염이 대유행해 인구 집단들을 한꺼번에 타격할 수 있다는 것이 핵심적 우려 사항이어야 합니다.
선생님께서는 여러 해 동안 유행병과 그 원인을 연구하셨습니다. 저서 《거대 농장이 거대 독감을 낳는다》
새로운 감염병이 유행할 때마다 제기되는 진정한 위험은 모든 새로운 코로나19
새로운 감염병이 유행하면 정부
그 구조적 원인은 누구의 탓입니까?
저는
어떤 질병이 그런 사례인가요?
현재 자본과 무관한 병원체는 없습니다. 아주 오지에 있는 병원체도 비록 멀리서이긴 하지만 자본에 영향을 받습니다. 에볼라바이러스, 지카바이러스*, 코로나바이러스, 황열병, 조류인플루엔자의 여러 변종들, 아프리카돼지열병 등 많은 전염병이 오지에서 발병해 교외로, 지역의 중심지로 번졌고, 결국에는 세계 교통망을 타고 번졌습니다. 콩고의 과일박쥐가 진원지인 것으로 추정되는 에볼라바이러스는 몇 주 만에 미국 마이애미에서 일광욕을 즐기는 사람들에게로 번졌습니다.
그 과정에서 다국적기업들은 어떤 구실을 했습니까?
오늘날 지구는 유기 물질의 총량으로 보나 토지 사용으로 보나 하나의 거대한 산업적 농장입니다. 농업 기업들은 식료품 시장을 지배하려 합니다. 거의 모든 신자유주의 프로젝트는 더 발전한 산업 국가에 기반을 둔 기업들이 더 약한 나라의 토지와 자원을 약탈하는 것을 지원하기 위한 것입니다. 그 결과, 오랜 기간 진화한 삼림 생태계에 가로막혀 있던 여러 새로운 병원체가 풀려 나와 전 세계를 위협하게 됐습니다.
농업 생산 방식이 여기에 미친 영향은 무엇입니까?
농업이 자본의 필요에 따라 조직되고 자연 생태계를 쓸어버리기 때문에, 병원체가 위험성과 전염성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진화할 수 있었습니다. 치명적 질병을 이만큼 잘 배양하는 체제도 없을 것입니다.
어째서 그렇습니까?
가축의 유전적 동질성이 높아짐에 따라, 질병의 전파 속도를 늦출 수도 있는 면역 장벽이 사라집니다. 높은 개체 수와 사육밀도는 전파율을 높입니다. 가축이 매우 밀집한 환경은 가축의 면역 반응을 약화시킵니다. 모든 산업 생산이 그렇듯이 축산업계도 시간당 산출량을 늘리려 합니다. 그러면서 질병에 걸릴 새로운 개체를 계속 공급합니다. 이는 병독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바이러스의 진화를 촉진합니다. 다시 말해 이윤에 눈이 먼 농업 기업들은 10억 명을 죽일 수 있는 바이러스의 배양을, 그저 감수할 만한 위험으로 여긴다는 것입니다.
정말요?
농업 기업들은 역학적으로 위험한 짓을 하고는 그 비용을 남들에게 떠넘기고 있는 것입니다. 동물, 소비자, 농부, 지역 환경, 여러 정부들이
많은 언론은 코로나19 발원지가 우한의
그렇기도 하고 아니기도 합니다. 그 주장을 뒷받침하는 공간적인 증거들이 있습니다. 감염 경로를 따라가면 야생동물을 팔던 우한의 화난 수산도매시장으로 이어집니다. 우한 시장에서 채취한 시료들은 야생동물을 가둬 뒀던 시장 서쪽 끝 구역을 진원지로 가리키는 듯합니다.
그러나 얼마나 거슬러 올라가서 어디까지 조사해야 할까요? 사태는 정확히 언제 시작된 걸까요? 수산도매시장에만 초점을 맞추면 외곽 지역에서 밀렵이 부상하고 점점 시장화된 현실을 간과하게 됩니다. 전 세계적으로, 그리고 중국에서도 밀렵 식품은 점차 어엿한 공식 경제 부문처럼 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농업 기업과 밀렵 식품 부문의 관계는 그저 식품 시장을 나눠 갖는 것에 그치지 않습니다. 돼지
코로나19 이전에도 중국 정부가 중국에서 발생한 바이러스를 은폐하려 한 적이 있지 않나요?
그렇습니다. 그러나 이는 중국만의 현상이 아닙니다. 미국과 유럽도 최근 H5N2
현재 세계보건기구
그렇습니다. 코로나19 같은 병원체가 나타나면 보건 당국들이 위험성의 통계적 분포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할 위험이 있습니다. 우리는 병원체가 어떤 반응을 일으킬지 모릅니다. 우한의 한 시장에서 시작된 전염이 몇 주 만에 전 세계로 번졌습니다. 병원체가 제풀에 꺾일 수도 있습니다. 그러면 매우 좋겠죠. 그러나 알 수 없는 일입니다. 더 철저히 대비하면 병원체의 전파 속도를 늦출 가능성도 커지겠죠.
WHO의 선언은 제가 말한
보건의료 서비스의 신자유주의적 재편 때문에 연구와, 병원 같은 곳의 전반적인 환자 돌봄이 모두 악화됐습니다. 예산이 더 넉넉한 보건 체계가 있었다면 바이러스에 대처할 때 어떤 점이 달라졌을까요?
무시무시하지만 의미심장한 일화가 있습니다. 미국 마이애미에서 의료기기 회사 직원 한 명이 중국에서 귀국한 뒤 독감 증세를 보였습니다. 그는 자신이 들어 놓은 보잘것없는 오바마케어*가 코로나19 검사를 보장해 주지 않을까 봐 걱정했지만, 검사를 받는 것이 가족과 지역사회를 위해 옳다고 결심하고는 병원에 검사를 요청했습니다. 그러나 그의 걱정은 옳았습니다. 자그마치 3270달러
바이러스가 발견되자마자 세계 도처의 정부들은 특정 지역이나 도시 전체를 강제로 봉쇄하는 등 권위주의적이고 징벌적인 조처로 대응했습니다. 그런 조처가 정당한가요?
전염병 유행을 이용해 독재적 통제라는 선택지를 시험하는 최근 상황은 재난으로 득을 보는
아시다시피 독일에서는 사실상 나치 정당인
극우파는 지금의 전 세계적 질병들을
전염병에 맞서기 위한 지속가능한 대안으로는 무엇이 있을까요?
신종 바이러스 출현을 억제하려면 식량 생산을 근본적으로 바꿔야 합니다. 농업을
전염병 유행이 점차 활발해지는 현 상황에서 사회주의자들은 어떤 요구를 해야 합니까?
기존의 사회적 재생산 수단인 산업적 농업은 공중 보건 때문만이라도 완전히 철폐돼야 합니다. 자본주의적으로 발전한 식량 생산 체계는 전 인류를 위험에 빠뜨리는 관행에 의존합니다. 이번 코로나19의 경우에는 위험한 감염병 대유행을 야기하는 데에 일조했죠. 이 같은 위험한 병원체가 애초에 등장하지 않도록 식량 공급 체계를 사회화해야 합니다. 그러려면 농촌의 필요를 우선에 두는 방식으로 식량 생산을 재편해야 합니다. 그러려면 식량을 길러 내는 환경과 농민을 보호할 생태적 농법이 필요합니다. 큰 그림에서 보면, 환경과 경제를 갈라 놓은 물질 대사의 균열을 치유해야 합니다. 다시 말해, 우리에게는 쟁취해야 할 세상이 있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