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 지지율 추락:
문재인 정부의 개혁 배신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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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둘째 주 공식정치에서 주목할 것은 문재인 대통령 국정수행 지지도가 2개월 연속 하락세를 기록한 점이다.
총선에서 문재인 정부는 코로나 대응 덕과 재난지원금 지급 덕을 크게 봤다. 총선 압승 효과 탓에 4월 말~5월 초에만 해도 문재인의 지지율은 70퍼센트대까지도 올랐었다. 워낙 높이 올라서 5월의 하강세는 별 주목을 받지 않았다.
그러나 6월 이후 중요한 악재들을 만나 지지율이 빠르게 하강해 50퍼센트 아래로 떨어졌다. 집값 급상승과 인천공항 정규직화 문제 등이 주요인이 됐다.
6월 중순 이후 남북관계가 경색된 것도 하락 추세에 영향을 줬다. 남북관계는 올해 들어 ‘K-방역’의 성과를 자화자찬하기 전까지는 문재인 정부의 최대 업적처럼 여겨졌다.
그래서 문재인은 남북관계를 회복하려고 미국 대선 전 북·미 회담 가능성을 언급하고, 7월 3일 대북 안보 라인 인사도 교체했다. 특히, 여전히 대북 채널을 보유한 것으로 알려진 민생당 박지원을 국가정보원장 후보로 지명했다.(관련 기사: 박지원 국정원장 지명: 남북관계의 막힌 물꼬가 다시 터질까?)
박지원은 김대중 정부의 핵심 인사로, 임동원 전 통일부장관 등과 함께 2000년 남북정상회담 성사 과정에 깊숙이 관여했다. 그 과정에서 북한 정권에 불법 송금을 한 것이 드러나 노무현 정부 첫해에 구속되기도 했다. 그 뒤로 친노 진영은 박지원을 줄곧 경계하며 정치적으로 긴장 관계가 형성됐다. 정권 탈환을 위해 잠시 갈등을 봉합했지만, 2016년 총선을 앞두고 다시 갈라섰다. 당시 문재인이 민주당을 친문 중심으로 재편하는 과정에서 박지원과 천정배 등 비문 호남계를 밀어낸 것이다.
그랬던 박지원을 요직으로 끌어들인 것은 문재인의 다급함을 보여 주는 듯하다. 이는 남북관계의 안정적 긴장완화를 중시하는 일반적인 진보진영 지도자들에게 다시 기대감을 갖게 하려는 목적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미국과 협력해 북한을 비핵화시킨다는 전망에 남한 정부가 기본적으로 동조하는 상황에서는 남북 화해가 지속 가능하지 않다는 것이 최근 한 달을 포함해 여러 해 동안 몇 차례 확인됐다. 친미 노선이 한국의 ‘국익’에 부합한다는 기조는 박지원이 몸담았던 김대중 정부도 마찬가지였다.
〈니혼게이자이 신문〉(日本経済新聞)은 현재 남북관계의 긴장은 “영변 핵시설 폐기를 미국 측에 제안하라”는 한국의 대북 조언이 2019년 2월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에서 통하지 않았기 때문에 시작됐다고 보도했다. 북한의 친구처럼 다가와서는 결과적으로 미국한테 좋은 일을 시켜준 셈이니, 북한 수뇌부가 “달나라 타령” 운운하며 주제넘게 나서지 말라고 할 만도 하다.
물론 국정원장이 국내 정치에서 매우 막강한 힘을 가진 직책이라는 점에서 박지원 임명이 주목되기도 한다.
한편, 문재인은 6월 말 노무현 청와대 행정관(경찰에서 청와대로 파견) 경력이 있는 부산 출신 김창룡을 차기 경찰청장으로 내정했다. 김창룡의 청장 임기 중에 대선이 있다. 정권 재창출을 위해 요직을 배분하며 범민주당계의 단합을 꾀하는 면도 있어 보인다.
“최고의 민생 과제는 부동산”
부동산 문제야말로 최근 결정적으로 정부의 발목을 잡았다. 6월 17일 정부가 발표한 규제가 오히려 서민층을 규제 대상에 포함한 것 때문에 불만이 터져나왔다.
이미 문재인 정부는 다주택자에게 혜택을 주는 제도로 원성을 사고 있었다. 정부는 지난해 공공 규제 목적으로(세금 부과, 임대료 규제 등) 다주택 보유자를 임대사업자로 등록하게 한다고 밝혔는데, 실제로는 사업자 등록 유인책이라는 이름으로 오히려 각종 세제 혜택을 줬다.
이번에는, ‘투기 과열’을 막겠다며 서민층(특히, 30~40대) 대출을 규제한 것이다. 서민층은 수도권 집값(특히 아파트값)이 더 오르면 아예 내 집 마련이 불가능해진다는 절박감이 크다. 공공주택 공급은 적고, 금리가 낮아 전세 보증금이나 월세가 오르고 있어서, 빚을 내서라도 집을 사야 한다는 압력도 크다.
그러므로 청와대와 정부 고위공직자들이 다주택 보유자들로 새삼스럽게 알려진 것은 정권의 악재였다. 대통령 비서실장(노영민)이 불을 질렀다. 두 채 중 한 채를 처분한다더니, 서울 반포 고가 아파트는 남기고 자기 지역구인 충북 청주의 저가 아파트를 팔겠다고 한 것이다(그 뒤 입장을 바꿨지만).
문재인은 7월 3일 다급하게 김현미 국토부 장관을 불러서 추가 대책을 지시하고 보유세 강화 등 집 부자 규제 강화와 서민층 주택 공급 확대 등을 지시했다. 같은 날 민주당 대표 이해찬도 부동산 사태에 “국민께 송구하다”며 정책 실패를 인정했다. 사안이 심각함을 그제서야 깨달은 것이다.
문재인은 6일 청와대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다시 “지금 최고의 민생 과제는 부동산”이라고 강조했다. 여론조사를 봐도 부동산 문제가 지지율 하락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서울, 30대가 최근 조사에서 부정평가로 크게 돌아섰다.
그러나 노무현 정부도 말만 그럴싸하게 하고 오히려 부동산 폭등에 기여했었다. 당시 부동산 정책라인이 이번 정부에서도 중심에 있었다. 언제나 그렇지만 특히 경제 위기 국면에서 자산가들은 사유재산권과 이윤 보호에 사활을 건다. 용두사미가 예상되는 이유다.
인천국제공항 비정규직 논란에 대응하는 걸 봐도 청년들이 정부에 기대를 걸기가 어렵다. 그들의 불만이 고조된 것에는 정부가 개혁 약속을 저버린 탓이 결정적으로 크다. 공공부문의 양질의 일자리를 수십만 개 만들고 비정규직을 정규직화하겠다는 공약은 파산했다.
우파와 기업주들의 반대에 정부가 대체로 순응했기 때문이다. 여권은 인천공항 논란에서 청년들을 비난하며 비정규직 편을 드는 듯 폼을 잡았지만, 진지한 반성이나 해법은 전혀 내놓지 않았다.
양극화 억제
부동산 문제와 남북 문제에서 문재인이 직접 나서서 불만과 분노를 봉합하려고 하는 것은 현 상황에 대해 정부·여당의 위기감이 크다는 방증이다. 그런데 두 쟁점은 좌우 양극화를 촉발할 수 있다. 정부·여당이 반일 민족주의 정서를 슬슬 자극하는 배경이다.
물론 우파와 진보·좌파 둘 다 취약해 문재인의 정치적 위기는 억제되고 있다. 미래통합당은 〈동아일보〉 논설위원 출신인 초선 의원 조수진이 한탄을 할 정도다. “통합당은 비대위원장 뽑는 걸로 두 달 끌었다. 헌정사에 이런 정당은 처음이다.”
그런데 우파가 반사이익을 곧바로 얻지 못하는 것은 문재인 정부가 (그럭저럭 진보 지도자들의 협조를 구해 왼쪽의 정치적 불만이 행동으로 표출되지 못하게 적절하게 단속함으로써) 지배계급의 이익을 표현하는 정당으로서의 임무를 결정적으로 도전받지 않은 채 수행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런 점에서 사회적 대화가 좌초 위기에 몰린 것은 정부에게 악재가 될 수도 있었다. 문재인은 포퓰리즘을 이용해 노동운동을 묶어두며 정치 안정을 꾀해 왔다. 문제는 노동운동의 대응이 변변찮다는 점이다.
노사정 대표자 회의 잠정 합의안이 민주노총 중앙집행위원회 다수와 비정규직 조합원들의 반대에 직면했는데, 김명환 위원장은 임시대의원대회 소집으로 잠정 합의안 가결을 시도하고 있다.(관련기사: [노동자연대 성명]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의 임시대의원대회 소집에 부쳐)
노동운동의 두 주요 정치조직인 정의당과 진보당은 잠정 합의안 찬반이라는 첨예한 쟁점에서 당의 공식 논평을 내지 않고 있다. 정치 운동과 경제 투쟁의 분업에 따라 노동조합 문제에 대해 정당이 왈가왈부하지 않는다는 개혁주의 전략에서 비롯한 침묵일 수도 있고, 노동운동 내부의 첨예한 의견 대립을 회피하려는 눈치 보기 정치에서 비롯한 침묵일 수도 있다. 아무튼 두 주요 진보정당들이 잠정 합의안을 폐기하고 투쟁을 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히지 않음으로써, 두 정당이 민주당으로부터 본질적으로 독립적이지 못한 상황은 지속되고 있다.
한편, 내부 갈등 속에서도 민주노총 중집은 예정됐던 대규모 노동자대회를 큰 이견 없이 취소했다(서울시의 취소 권고에 응해). 사회적 대화에서 투쟁으로의 방향 전환은 여전히 불투명한 것이다.
그러나 경제 상황, 코로나 위기, 한반도 주변 정세 모두 지배계급에게 불리해지고 있다. 지배자들은 심화되는 경제 위기의 대가를 노동계급에게 떠넘기려고 한다. 이것이 문재인 정부의 핵심 임무다. 따라서 노동운동은 정부와 타협할 것이 아니라 정부에 맞서 싸워야 한다. 안타깝게도 지금은 다들 민주노총 노동조합 기구들과 조직들의 통일성 보존에 우선순위를 두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