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와 사영화된 의료로 위험에 노출된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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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나라이지만 코로나바이러스 대응은 최악이다. 심지어 최근 트럼프마저 코로나 확진 판정을 받았는데, 그는 감염력이 사라졌다는 것을 확인하기도 전에 백악관에 복귀해 선거 운동을 재개했다. 고장난 체제가 어떻게 20만 명 이상의 목숨을 앗아갔는지 사라 베이츠가 살펴본다. 이 기사는 9월 27일에 쓰였다.
도널드 트럼프는 2월 26일에 미국의 코로나 상황이 차차 더 나아질 것이라고 장담했다. 당시 미국의 확진자 수는 한 줌[15명]밖에 되지 않았다.
그 후 최소 20만 5000명이 사망했고 690만 명 넘게 확진됐다. 트럼프가 터무니없는 소리를 했음을 이보다 더 잘 반증하는 것도 없을 것이다.
미국 인구는 세계 인구 대비 4퍼센트에 불과하지만 코로나19 확진자 수는 약 20퍼센트를 차지한다. 팬데믹을 경시하는 데 여념이 없는 우파 정부 때문에 바이러스 확산을 막을 기회를 모두 놓쳤다.
비영리 기구인 파트너스인헬스의 CEO 실라 데이비스는 정부의 접근법을 이렇게 묘사했다. “병원을 준비시키고 아픈 사람들이 나타나기를 기다려라.”
“특히 초기에 지역사회 전파를 막기보다는 입원이 필요한 20퍼센트의 사람들에게 코로나19 대응을 전부 집중했습니다.”
미국은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나라다.
그러나 코로나19 검사를 받으려면 뜨거운 태양 아래서 몇 시간을 기다려야 하고, 보건 노동자들은 개인보호장구를 확보하느라 고군분투하고 있다.
“오리건 주에서 [코로나] 검사를 받는 사람은 정말 적습니다.” 그 주에서 가장 큰 도시인 포틀랜드의 사회주의자이자 마르크스21 회원인 숀 커밍의 말이다. “차가 없으면 검사를 받기 위해 3시간 동안 줄을 서야 합니다.”
“부자들은 검사를 받고 가난한 사람들은 못 받습니다. 이 사실은 누가 죽어가는지, 누가 가장 큰 피해를 당하는지를 보면 알 수 있습니다. 바로 노동계급입니다. 버스 운전사, 우편 노동자, 보건 노동자 등 말입니다.”
민영화된 의료 체계로 인해 지금까지 매년 수백만 명이 죽음에 내몰리고 반면에 제약 회사와 비대한 [의료용품] 공급자들은 이윤을 벌어 왔는데, 이 의료 체계는 팬데믹으로 완전히 박살났다.
대형 마트의 선반들을 텅 비게 만든 적시 조달 방식은 의료용품 상점 찬장에 마스크와 장갑도 충분히 공급하지 못했다.
연방 정부 차원의 허술한 계획도 일부분 책임이 있다. 이러한 비상사태에 대비해야 할 국가전략비축 의료물자에서 인공호흡기와 마스크 1억 개가 부족하다는 것을 너무 늦게 확인했다.
2009년 신종 플루 때 소모한 인공호흡기와 마스크들을 보충하지 않고 있었다.
미국인들은 보통 고용과 연동된 건강보험을 통해 의료비를 지불한다. 현재 2600만 명이 실업 수당을 청구한 상황에서, 전보다 훨씬 적은 사람들만 보험을 이용할 수 있고 그조차 보장 범위가 제한적이다.
코로나바이러스로 고통받은 사람들은 어마어마한 병원비에 맞닥뜨린다. 62일 동안 입원한 70세 코로나 환자 마이클 플로는 110만 달러(한화 12억 5000만 원)가 넘는 치료비를 청구받았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살아남은 것에 죄책감을 느낍니다. ‘왜 나인가? 내가 무얼 잘못했길래 이런 일들을 당하는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말도 안 되는 치료비를 보면 살아 있다는 죄책감이 확실히 더 커집니다.”
공화당도 민주당도 사회 변화를 원치 않는다
미국 21개 주에서 코로나 확산세가 커지고, 매일 약 4만 명이 새롭게 확진되고 있음에도 도널드 트럼프는 현실을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11월 대선을 앞두고 완전히 선거 모드가 돼서는 9월 넷째 주에 지지자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아주 잘해 왔다.”
전적으로 트럼프 탓은 아니더라도 그의 무대응은 높은 사망률과 광범한 고통을 야기하는 데서 핵심적이었다.
그리고 코로나 위기 속에서 그가 이런 식으로 통치하는 것이 별로 놀랍지는 않다.
2018년에 트럼프는 국가의 팬데믹 대응 조직을 해체했다.
그는 미국이 이전까지 앞섰던 그 어떤 이점도 날려 버렸고, 진단키트를 개발하고 개인보호장구를 생산해서 시스템의 대응 역량을 늘릴 일체의 노력을 거부했다.
그 대신 사람들이 중국에서 미국으로 입국하는 것을 금지했다.
이는 코로나19 확산을 막으려는 진지한 시도라기보다는 자신의 우파적 지지기반의 환심을 사려는 정치적 연출 행위였다.
트럼프는 그 이후 과학을 경멸하는 발언을 쏟아 냈고, 지자체들이 자체적으로 내린 외출제한령을 해제하라는 요구에 힘을 싣고, 전국적 수준의 바이러스 확산 방지 대책이 필요하다는 요구를 거부했다.
그러나 이런 트럼프를 상대로 민주당 대선 후보 조 바이든이 제기하는 비판은 별로 매가리가 없다.
바이든은 때때로 트럼프의 “거짓말과 무능”을 비난하지만, 위기에 대응할 방법은 거의 제시하지 않는다.
둘 다 고장 난 체제에 진정으로 도전해 오지 않았고 앞으로 그럴 의향도 없다.
하지만 이들과 달리 평범한 사람들은 체제에 도전할 수 있다. 베스 레드버드는 사람들이 어떻게 사회적 거리두기 조처에 적응하는지 연구해 온 사회학자다.
그는 위기 시기에 사람들이 만사에 의문을 품게 된다고 지적했다.
“큰 사회적 혼란의 시기에는 정상적이고 표준이라고 생각했던 것들에 의문을 제기하게 됩니다.
“이 문제[코로나 대응]에서 기관들이 이토록 실패한다면, 다른 곳에서도 실패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그리고 그런 실패들로 피해를 가장 크게 입는 것은 누구인가?”
독감 시즌: 엎친 데 덮친 격
미국의 보건 노동자들은 겨울 독감 시즌을 준비하고 있다. 독감으로 50만 명이 추가로 입원해야 할 수 있다.
“두 팬데믹이 동시에 다가오고 있는데 그 중 하나(계절독감)만 백신이 갖춰졌습니다.” 존스 홉킨스 대학의 백신 안전 연구소 소장인 대니얼 새먼의 말이다.
“[백신 접종이 안겨 줄] 지역사회 이익에 대해서 명확하고 일관된 메시지를 전달하는 전국적인 캠페인이 필요합니다.”
이번 독감은 비상사태로 다뤄야 마땅하다. 만약 그러지 않는다면 미국의 보건 노동자들은 곧 이중의 위기에 맞서 싸우게 될 것이다.
개인보호장구 부족에 시달리는 의료진
개인보호장구 [사용] 지침은 과학이 아니라, 혼란스럽고 지속적인 물량 부족 상황에 근거한다.
지난 3월 연방 관료들은 보건 노동자들에게 N95 마스크 대신 방역 효과가 떨어지는 수술용 종이 마스크를 쓰라고 권고했다.
물량이 부족한 탓에 일부 병원 관리자들은 N95 마스크 사용을 통제한다. 그래서 보건 노동자들은 비상 상황에서 N95 마스크를 구하려고 애쓰는 중이다. 설문조사에 응답한 보건 노동자의 무려 58퍼센트가 개인보호장구가 부족하다고 답했다.
부유한 병원들은 개인보호장구 공급가격 인상에 잘 대처하고 있다. 하지만 다인종 커뮤니티를 대상으로 하는 금전적으로 여유가 없는 병원들은 마스크와 돈이 부족하다.
이는 극명한 차이를 만들고 있다. 7월 초를 기준으로 흑인의 코로나바이러스 사망률은 백인의 두 배 이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