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양경수 위원장과 김부겸 총리 면담:
또다시 사회적 대화 재개에 시동거는 문재인 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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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29일 양경수 위원장 등 민주노총 집행부와 김부겸 국무총리가 총리 공관에서 면담을 했다.
이번 면담은 국무총리 측의 제안으로 이뤄진 듯하다. 그러나 양경수 민주노총 집행부도 정부에게 여러 차례 노정교섭에 응하라고 촉구했었다. 민주노총 산하 여러 산별노조들도 각 부처와의 교섭 또는 업종별 노사정 대화를 요구해 왔다.
민주노총 집행부는 이번 면담에서 정부와의 노정교섭 체계 수립을 요구했다. 노동기본권 보장, 중대재해 대책, 정의로운 산업전환(발전·자동차·유통산업 전환대책), 공공 일자리 확충 등을 노정교섭 의제로 제시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코로나19 원포인트 노사정 합의에 민주노총이 결국 불참한 후 정부는 민주노총 측의 노정교섭 요구에 응하지 않아 왔다. 그러나 최근에는 정부가 다시 대화 재개를 탐색하며 재시동을 준비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 ILO 총회 기조 연설에서 문재인이 던진 핵심 메시지는 사회적 대화로 힘을 모아야 한다는 것이었다.
이날 면담에서 김부겸 총리는 “다양한 노동현안 문제 해결이 지속 가능하려면 사회적 대화를 통한 합의가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김부겸 총리는 경사노위 “참여 결단”을 요청했다고 하는데, 이것이 경사노위만을 고수한다고 이해할 필요는 없다. 정부로서는 경사노위에 남아 있는 한국노총 지도부와의 관계도 일단 고려했을 것이다.
이번 국무총리 면담에 앞서 6월 24일 산업 전환 문제로 노사정 간담회가 열린 것이 시사적이다. 거기에는 고용노동부, 양대노총, 대한상의·경총·중기중앙회 실무자들이 참가했다. 고용노동부는 7월 중에 “공정한 노동전환” 방안을 내놓을 계획이고, 향후 석탄화력·자동차부품 업종에 대한 업종별 간담회도 추진할 예정이다.
이런 점에서 총리가 직접 민주노총 집행부와 면담한 것은 사회적 대화 분위기를 조성하려는 정부의 시도로 볼 수 있다.
친기업 본질
문재인 정부는 4월 재보궐 선거 패배 이후 위기의식이 커지자 경제단체들과의 접촉을 강화하면서 기업 지원에 힘을 쏟고 있다. 6월 28일 발표된 “하반기 경제 정책 방향”에서도 기업 투자 지원 확대, 규제완화 등을 거듭 강조했다. “경제반등의 주역인 기업의 기(氣)를 살리[겠다.]” 기업들의 로비 기구인 경총과 대한상의는 즉각 환영 입장을 냈다. 경제 단체들은 제조업의 친환경·디지털 전환을 정부가 지원하겠다고 한 것에 특히 주목했다.
정부의 구상은 디지털·저탄소 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해 “새 성장 동력”의 계기로 삼는 것이다. 이는 정부가 “공정한 노동전환”을 내세워 사회적 대화에 시동을 거는 진정한 속셈이 산업 구조 전환 과정에서 계급 타협을 끌어내는 데 있다는 뜻이다. 노조 지도자들의 협조를 통해 노동조건의 양보를 얻어 내겠다는 것이다.
마침 노조 지도자들도 기업 주도로만 산업 전환이 진행되면 고용 불안 등 노동자 피해가 커질 것이므로, 노조 지도부를 공식적인 대화 상대로 인정하는 사회적 대화가 필요하다고 본다. 대표적으로 금속노조는 ‘공동결정법’ 제정 캠페인을 시작했다. “정의로운 산업 전환” 논의를 위한 사회적 대화 등의 내용을 담은 법안이다. 금속노조 소속인 현대·기아·지엠의 완성차 노조 지도부들도 ‘정의로운 전환’을 위한 노사정 협의체 구성을 요구한다.
서비스연맹은 일자리위원회 안에 유통TF 구성을, 공공운수노조는 노정 교섭을 요구하고 있다.
이런 배경을 볼 때 양경수 민주노총 집행부가 국무총리와의 면담에 응한 것은 새로운 사회적 대화 분위기를 조성하는 효과를 낼 수 있다. 물론 현 민주노총 집행부는 사용자 단체들이 포함되는 사회적 대화 기구에 참가하는 것을 반대한다. 전임 집행부의 경사노위 참여 시도와 코로나19 원포인트 노사정 잠정 합의가 민주노총 임시대의원대회에서 부결된 것에 따른 것이다. 현 집행부나 상대적으로 좌파적인 노조 지도자들은 노사정 대화의 대안으로 노정교섭을 주장해 왔다.
그러나 대화 테이블의 형식이 노사정 대화냐 노정교섭이냐 하는 점보다 이런 대화들이 어떤 맥락에서 추진되느냐가 더 중요하다. 최근 정부가 주요 노동 현안들에서 친기업적 태도를 드러내면서 노동자들의 조건 개선 요구를 사실상 외면하고 있는 상황에서 민주노총 집행부가 노정교섭을 제안하고 나서는 것은 적절하지 않아 보인다. 정부는 건강보험공단 콜센터 노동자들의 정규직화, 정부 산하 기관 무기계약직 노동자들의 처우 개선 등 공공부문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요구를 거듭 거부하고 있다. 내년 최저임금 인상 요구에도 난색이고, 제대로 된 중대재해 근절 조처도 내놓지 않고 있다. 감염병 예방법을 내세운 집회와 시위에 대한 통제도 심하다. 7월 3일 열리는 전국노동자대회 개최도 불허한 상태다.
정부의 이런 태도에 노동자들의 불만이 상당하고 일부 노동자들은 파업과 투쟁을 벌이고 있다.
최근 민주노총 소속 여러 노조들은 1000명에서 3000명에 이르는 규모의 집회를 잇따라 열었다. 세종시 정부 청사 앞에서 보건의료노조, 민주일반연맹, 금속노조, 학교비정규직 노조 등의 집회가 열렸다.
이런 분위기를 모아 민주노총은 7월 3일 1만 명 규모의 전국노동자대회를 서울에서 개최한다. 민주노총 집행부가 정부의 집회 불허 방침에 불복하고 집회를 강행하기로 한 것은 잘하는 일이다.
또, 하반기 ‘총파업’을 예정하고 있고, 7월 17일에는 ‘총파업’ 결의를 위한 임시대의원대회를 개최한다.
민주노총은 하반기 ‘총파업’ 조직과 같은 투쟁적 기조를 계속 유지해 가야 한다. 설사 정부가 민주노총의 노정교섭 요구를 수용해 사회적 대화가 진행되더라도 이런 투쟁을 멈추거나 대화를 위해 투쟁 수위를 조절하려 하지 말고 투쟁을 확대하려 해야 한다.
경제 침체로부터의 회복이 만만찮은 상황에서 정부와 사용자들은 웬만해서는 양보를 하려 하지 않을 것이다.
택배 노동자들이 올 초 유리한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 냈지만, 제대로 이행되지 않았다. 결국 기층 노동자들이 대거 참가하는 파업 투쟁을 벌여서야 인력 충원을 못박을 수 있었다. 택배 노동자 투쟁처럼 아래로부터의 투쟁을 벌이는 것이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