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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경제정책이 직면한 모순

이번 중국 양회(전국인민대표대회와 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에서 제시된 의미 있는 수치가 두 개 있었다. 하나는 올해 경제성장률 목표치를 5.5퍼센트로 제시한 것이다. 다른 하나는 올해 국방예산을 7.1퍼센트로 증액한 것이다. 특히, 경제성장률 목표치가 6퍼센트를 밑돈 것은 1991년 이후 31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그럼에도 전문가들의 예상보다는 높게 설정돼 관심의 초점이 됐다.)

양회에 앞서 중국 안팎의 많은 경제 전문가들은 올해 중국 경제성장률을 4퍼센트대, 높게 잡아도 5.3퍼센트 정도로 전망했었다.

이제,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해 곡물과 각종 원자재 가격이 폭등하고, 중국 내에서 코로나19 유행이 다시 확산해 선전시나 지린성 등이 봉쇄되는 일이 벌어진 상황에서 중국이 5.5퍼센트의 경제성장을 달성할 수 있을까 하는 물음이 제기되고 있다.

최근 코로나 확산으로 봉쇄된 중국 지린성 ⓒ출처 jlsi.jl.gov.cn

중국 정부가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공세적으로 설정한 것은 시진핑의 주석직 3연임을 위한 마지막 관문인 중국공산당 20차 당대회가 올 연말에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올해 중국 정부는 금리 인하나 재정 지출 확대 같은 경기부양책을 실시하고, 부실기업에 대한 규제를 완화하며, 공동부유보다는 민간기업의 활력을 강조할 것이다.

그러나 올해 중국 정부는 또한 경제가 휘청거리거나 파탄 나는 일들을 막고 ‘안정적 발전’(稳定发展)을 위해 모든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 처지일 것이다.

지난 몇 년 동안 시행된 경기부양책에도 많은 부동산 기업들이 휘청거렸지만, 헝다그룹의 파산 이후로 중국 언론에서는 또 다른 기업들이 디폴트의 희생양이 됐다는 보도는 나오지 않고 있다. 2008년의 미국발 경제 위기 직후처럼, 중국 정부의 경기부양책 덕분에 (세계경제의 경기후퇴 속에서도) 중국 경제는 비교적 선방하는 듯한 모습을 보일 수 있다.

2011년부터 본격적으로 불거진 유로존 국가들의 부채 위기 때 중국은 구원투수 역할을 자임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미·중 무역전쟁으로 중국은 위기를 겪었다.

지금으로선 푸틴의 러시아가 서방 세계의 주적(主敵)이지만 미국과 중국의 경제 전쟁은 결코 끝나지 않았다. 한 예로, 시진핑이 야심 차게 추진했던 반도체 굴기는 미국의 방해로 사실상 파산했다.

그리고 급격히 증가하는 국가 및 민간기업 부채가 중국 경제에 가하는 압박도 존재한다.

미국과의 제국주의적 경쟁이 가하는 압력 때문에 일치단결해 시진핑을 지지하던 중국 지배관료의 집단 지도체제에도 균열이 생길 수 있다. 최근 주룽지 전 총리는 시진핑이 “기존의 권력 교체 방식을 깨뜨리려 한다”고 비판했다. 이런 미세 균열은 지금은 찻잔 속의 폭풍일지 몰라도 물밑에서 발전해, 대중투쟁을 촉발할지도 모른다. 마르크스는 자본주의가 세계적 체제이므로 그 어떤 국민과 국가도 모순과 변화, 격동에서 영구히 고립돼 있을 수 없음을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