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환기의 중국 경제:
시진핑의 ‘쌍순환’ 전략은 성공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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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29일 중국공산당 19기 5중전회(중앙위원회 5차 전체 회의)가 종료됐다. 중국 경제가 코로나19의 위기로부터 어떻게 빠져나올 것이며, 향후 미·중 무역전쟁은 또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가 초미의 관심사였다.
중국 경제는 2020년 1분기에 6.8퍼센트 추락했다가, 2분기(3.2퍼센스 성장)와 3분기(4.9퍼센트 성장)에 비교적 높은 성장세를 나타내며 빠르게 회복하고 있는 것으로 보였다. 국제통화기금(IMF)도 10월 발표한 ‘세계경제 전망 보고서’에서 2020년 세계경제 성장률은 마이너스 4.9퍼센트를 예상하면서도 중국 경제는 1.9퍼센트 성장할 것으로 예측했다.
이처럼 중국 경제가 서방 선진국 경제보다 더 빨리 성장하고 있기 때문에 10여 년 뒤에 중국 경제 규모가 미국 경제를 따라잡을 것이란 전망이 다시 제기됐다. 중국 국무원 산하 발전연구중심은 미국과 중국 경제가 올해와 같은 추세를 보이면 12년 내에 중국이 미국 경제를 추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번 5중전회는 14차 5개년(2021~2025년) 경제발전 계획(일명 14.5규획)의 기본 방향을 내수 중심의 성장에 기반한 ‘쌍순환’으로 정했다. 지난 5월 15일 상무위원회에서 국내 및 국제 쌍순환(国内国际双循环) 개념이 제기됐고, 7월 30일 정치국회의는 국내 순환이 주된 요소이고 국내 순환과 국제 순환은 상호 보완적인 발전을 하는 구조라고 요약했다.
중국 정부는 무역 갈등을 빚고 있는 미국과의 관계 개선이 힘들고, 또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위기에 빠진 세계경제로부터 성장의 발판을 마련하기도 어려운 처지다. 따라서 축소된 대외무역 부문을 내수로 보완해 지속적인 성장을 계속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은 것이다.
쌍순환
중국 지배자들은 세계경제가 위기에 빠질 때마다 내수 위주의 성장 전략을 추진한 바 있다. 2008년 미국 서브프라임모기지 위기에서 촉발된 세계경제 위기가 중국 경제를 강타했을 때에도 당시 후진타오-원자바오 지도부는 국내 경기를 부양하는 정책을 통해 위기에서 벗어나고자 했다. 2008년에 중국 정부는 4조 위안의 경기부양책을 실시했고, 국유은행을 통해 9.5조 위안의 자금을 시중에 배포했다. 당시 중국 국내총생산(GDP)이 31.4조 위안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막대한 돈을 쓴 것이다.
초기에 이 전략은 성공하는 듯 보였다. 2011~2012년 유로존 경제가 다시 더블딥에 빠지고 미국 경제가 양적완화로 겨우 지탱하는 상황에서 중국 경제는 세계경제를 이끄는 견인차 구실을 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중국 경제의 이윤율이 낮은 상황에서 민간부문의 투자가 촉진될 수 없었다. 결국 대규모 경기부양책은 부동산 거품, 정부와 가계의 부채 증대 상황을 초래했다.
시진핑 정부는 대규모 부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기업 대출을 규제하고, 기업들의 외환을 통제하며, 부실 기업을 관리하는 정책을 추진하던 때에 미·중 무역전쟁에 직면했다. 그래서 부동산 거품과 과잉생산을 점진적으로 해소할 기회를 놓쳤고, 미국과의 무역전쟁에서 국유기업이 중국 경제를 지탱해야 한다는 의미의 국진민퇴(國進民退) 분위기가 형성됐다. 실제로 미·중 무역전쟁 때나 최근 코로나19로 인한 경제 위기 때 중국은 민간기업보다 국유기업을 우선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2008년의 경제 위기 이후 중국 정부가 추진한 내수 위주의 경제 정책으로 중국 경제의 대외의존도가 2006년 64.2퍼센트에서 2019년 31.8퍼센트로 크게 낮아진 것은 사실이다. 그렇지만 중국 경제가 내수 위주 정책으로 지속적인 성장을 유지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이와 관련해 세 가지 문제가 있다.
첫째, 내수에 기반한 경제로 전환하려면 노동자(농민공 포함)와 농민의 소득이 증대돼야 한다. 중국에 진출한 루이뷔통과 매리어트 호텔의 수익이 회복됐고, 프라다의 중국 매출이 전년 대비 60퍼센트 증대했다는 점을 보면, 중국 최상층 부유층이 소비를 늘렸다는 점은 알 수 있다. 그러나 부유층의 소비 확대만으로는 내수 경제를 지탱할 수 없다. 올 2분기 도시 주민의 소비 지출은 지난해보다 6.2퍼센트나 줄었다. 중국처럼 빈부 격차가 극심한 사회에서 안정적인 내수를 기대하기는 힘들다. 그런데 노동자들에게 임금을 높여 주는 것은 이윤 감소로 나타난다. 시진핑 정부가 기업의 수익성을 위해 투쟁하는 노동자들을 공격하는 것은 역설적이게도 내수 위주 경제로의 전환을 오히려 가로막는 길이다.
둘째, 노동자들에게 충분한 임금을 제공하면서도 기업 수익성을 높이려면 기술 개발 등으로 노동생산성을 끌어올리는 방법이 있다. 중국 정부가 ‘중국제조2025’를 추진하는 이유이다. 그러나 기술집약적 산업을 발전시키는 일은 투자와 기술 습득을 위해 꽤 오랜 시간이 걸릴 뿐 아니라, 최근 미·중 갈등에서 미국이 화웨이를 압박하며 이를 방해하는 것에서 보듯 중국 정부의 계획이 제대로 추진되는 것은 쉽지 않을 수 있다.
셋째, 가장 근본적인 문제는 낮은 이윤율이다. 중국 당국이 내수 경제로 전환하려 해도 충분한 이윤이 예상되지 않는다면 기업들은 투자하지 않을 것이다. 중국 기업들은 수익성이 하락하고 은행의 부실 채권도 증가하는 추세다. 2019년 광공업 기업의 영업이익률은 5.46퍼센트로 이는 2011년 이후 최저를 기록했다.(지만수, “코로나19 위기, 중국경제에는 또 다른 ‘스트레스 테스트’일 뿐”)
내수 위주 경제로의 전환은 세계경제가 위기에 빠진 상황, 미국과의 무역전쟁을 지속하고 있는 상황에서 중국 지배자들의 어쩔 수 없는 선택인 것처럼 보인다. 그런데 이런 전략이 중국 경제가 더 심각한 위기에 빠지지 않도록 할 수 있을지 몰라도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을 것이다.
터지지 않는 거품?
지난 10여 년 동안 중국의 막대한 부채 증가와 부동산 거품 때문에 중국 경제가 곧 붕괴할 것이라는 예상들도 꽤 있었다. 물론 부채가 과도하게 늘어났어도 그 위험을 감지한 금융기관이 잘 관리하고 부채를 재조정하면 연착륙도 가능하다는 반론도 있었다. 최근에는 미국 블룸버그의 수석경제학자인 토머스 올릭이 《중국, 결코 터지지 않는 거품》이라는 제목의 책을 내 중국 경제 옹호론을 폈다.
중국 경제가 심각한 위기에 직면할 때마다 곧장 붕괴하지 않을 수 있었던 것은 중국 국가가 경제에 개입해 추락하는 것을 유예해 줬기 때문이다. 이번에도 중국 당국은 내수 위주의 경제 정책을 추진하면서 경기부양책을 펼 것이다. 코로나19가 기승을 부렸던 지난 3월에도 8조 5000억 위안의 경기부양 정책을 펼쳤다. 하지만 경기부양책이 경제의 추락을 막아 줄 수 있을지 몰라도 경기를 회복에서 호황으로 이끌지는 못할 것이다.
게다가 계속된 경기부양책 때문에 정부, 기업, 가계 등에서 거대한 규모의 부채가 생겨난 것은 여전히 커다란 위험 요소이다.
2008년 중국의 비금융부문 기업 부채는 GDP의 98퍼센트였지만, 2019년 9월 말에는 GDP의 150퍼센트에 이르렀다. 일부 경제학자들은 개별 기업의 자산이나 자본과 비교해 보면, 부채 수준이 높은 것은 아니라고 반론을 편다. 그러나 경제 전체로 볼 때 부채가 증가했다는 것은 그만큼 부담이 늘고 있다는 뜻이다.
중국 경제가 붕괴하지 않는다고 해서 견실하다고 말할 수 없다. 마르크스의 지적처럼, 기업이 부도가 나기 전까지는 견실한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지금 중국 경제가 백척간두에 서 있어서 금세 붕괴할 것이라고 말하는 것은 과장일 수 있지만, 내부의 모순이 증대된다는 점을 보지 못한 채 견실하다고 말하는 것도 틀린 주장이다. 향후 몇 년 동안 중국 경제는 아마도 양 극단의 어느 중간지점에 위치해 있으면서 빈부 격차는 더 벌어지고 부채는 늘어나며 경제의 활력은 더 줄어드는 상황에 직면할 듯하다.
시진핑은 내수 중심의 쌍순환을 기초로 2035년에 세계경제 대국을 건설하겠다는 중국몽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자본주의 체제가 경제 위기로 치닫는 이윤율의 하락 경향 외에도 제국주의 열강의 경쟁, 노동자 투쟁이나 홍콩(과 소수민족의) 항쟁 같은 저항, 지배계급의 분열 등 때문에 시진핑의 중국몽 실현은 결코 순탄치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