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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물연대 파업 현장을 가다 ②: 구미, 이천, 청주, 인천

화물연대 파업으로 산업 전반에 물류 차질이 심각해지고 있다. 시멘트 공급이 거의 되지 않아 수도권 일대 건설 현장이 멈춰 섰다. 자동차 부품 공급이 중단되면서 현대차 등의 생산 라인이 가다 서다를 반복하고 있다. 항만과 내륙 컨테이너 운행률이 바닥으로 떨어졌고, 석유화학단지에도 생산 차질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노동자들은 정부의 “불법 엄정 대처” 방침 속에 곳곳에서 벌어지는 경찰 탄압에 굴하지 않고 투쟁을 이어 가고 있다.
본지는 파업 투쟁 현장을 찾아 노동자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취재했다.

남구미 톨게이트
“곳곳에서 봉쇄 투쟁. 그래야 성과낼 수 있다”

정선영

6월 9일 남구미 톨게이트 인근에 자리잡은 화물연대 농성장에 찾아 갔다. 이곳은 화물연대 대구경북본부의 주요 거점 중 하나로, 구미국가산업단지 근처에 자리잡고 있다.

구미국가산업단지는 LG디스플레이, 삼성 휴대폰의 필름 등을 생산하는 도레이첨단소재, 반도체 웨이퍼를 생산하는 SK실트론 등 대기업의 생산 기지가 있는 곳이다.

파업으로 이곳의 운송은 대부분 멈춰 섰다고 한다. 노동자들은 이 농성장을 거점으로 대체수송이 벌어지지 않도록 막는 일을 하고 있었다.

화물연대 파업으로 멈춰 선 구미의 컨테이너 운송업체 ⓒ양선경

필자가 방문한 날에도 오전에 현장 투쟁이 벌어졌다. 도레이첨단소재에서 사용자 측이 대체수송을 강행하려고 해, 노동자들이 이를 막아 나서는 과정에서 한 조합원이 화물차에 발이 깔리는 사고가 발생했다. 심각한 부상을 입은 노동자는 병원으로 실려 갔고, 병원비 보상과 함께 사용자 측이 대체수송 시도를 하지 않기로 약속을 받은 이후 상황이 일단락 됐다고 한다.

김동수 화물연대 대구경북본부장은 봉쇄 투쟁의 정당성에 대해 말했다.

“[봉쇄를 하지 않으면] 우리가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습니다. 몸으로 막아야 그나마 힘이 생기는 겁니다.”

지당한 말이다. 파업으로 생산 차질이 벌어지는 것은 당연하고, 이런 효과를 반감시키려는 사측의 대체수송 시도야 말로 파업 파괴 행위이다.

대구경북지역의 노동자들은 매일 돌아가며 울산으로 지원도 가고 있다. 울산에 있는 현대자동차와 석유화학단지 봉쇄 투쟁을 중요하게 보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현대자동차의 부품을 수송하는 화물 노동자의 다수는 화물연대 소속이고, 파업 이후 현대자동차는 부품 수급 문제로 인해 생산에 심각한 차질을 빚고 있다.

석유화학단지는 전국적으로 울산, 여수, 대산 세 곳에 있는데, 이곳이 멈춰 서면 여기서 원재료를 공급받아야 하는 공장들이 전국적으로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한다. 김동수 본부장은 파업으로 인해 석유화학단지도 언제 멈춰설지 “깔딱깔딱한 상황”이라고 했다. 파업 효과가 상당한 것이다.

“(이번 주에 합의가 되지 않으면) 다음 주에는 더 강하게 싸워야 합니다.”

농성장에서 만난 화물 노동자들의 표정은 밝았다. 파업을 통해 화물 노동자들의 저력이 상당히 드러난 효과 때문일 것이다.

김성진 화물연대 금강지회장은 더 많은 연대를 호소했다.

“윤석열 정부 들어 강경대응을 하고 있는데, 저희도 그에 맞게 단결해서 끝까지 투쟁해야 합니다. 여기서 무너지면 다른 노동자들도 똑같이 [어려워질 거라고] 생각합니다. 많이 연대해 주시고, 도와 주시고, 언론이든 어디든지 알려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노동자들은 항상 약자고 SPC, 하이트진로를 보면 경찰들이 기업들 경비원인 거 같아요. 저희는 민주적으로 파업하고 정당하다고 알리는 겁니다. 이번 파업 승리해야 합니다.”

남구미 톨게이트 근처 멈춰 서 있는 화물차량 ⓒ김지태
화물 노동자들의 농성장에 노동자연대 노동자 회원들이 조직한 지지 인증샷 사진들이 붙어 있다 ⓒ양선경
화물연대 남구미 톨게이트 옆 농성장 ⓒ정선영

하이트진로(이천·청주)
계약해지 철회하고 황남열 지부장 석방하라

안우춘

하이트진로 화물 노동자들은 화물연대 파업이 시작되기 닷새 전인 6월 2일, 먼저 파업에 돌입했다. 노동자들은 정부와 보수 언론으로부터 ‘소주 대란’, ‘경제에 악영향’을 준다며 집중 공격을 받았다.

그러나 화물 노동자들은 이천 공장과 청주 공장에서 만만치 않은 투지를 보이며 파업을 지속하고 있다. 6월 8일 필자가 현장을 방문했을 때도 노동자들은 굳건히 대열을 지키며 투쟁하고 있었다.

제품 출고율이 평상시의 38퍼센트까지 떨어졌다. 지난 3월 노조를 결성해 난생 처음 파업에 나선 노동자들이 최선을 다해 싸우며 저력을 보여 주고 있는 것이다.

“운송기사 못살겠다” 하이트진로 이천공장 곳곳에 노동자들의 열악한 처우를 보여주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 ⓒ이미진

하이트진로 사측은 제품 공급을 회복하고자 온갖 비열한 방법을 다 쓰고 있다.

사측은 운송사 수양물류 외에 다른 업체와도 물류 계약을 맺었다. 이 과정에서 운송사 3곳 가운데 1곳이 계약 해지됐고, 계약해지된 하청 운송사에 속해 있는 화물 노동자 33명이 해고됐다.

노동자들은 분통을 터뜨리며 사측에 이를 갈았다.

이날 노동자들을 열 받게 한 일은 또 있었다. 경찰이 아침부터 조합원 15명을 연행해 갔기 때문이다.

경찰은 파업이 시작된 뒤로 줄곧 사용자 측을 보호하는 ‘경비견’ 역할을 해 왔다.

“경찰은 유해화학 물질 운송 차량을 주류 운송에 투입하는 위험천만한 일을 방관하고, 오히려 보호합니다. 불법을 저지르는 것은 사측과 그들을 비호하는 경찰입니다.”

“적재 중량을 넘긴 과적 차량이나, 덮개를 씌우지 않고 운송하는 차량에 대해 항의하면, 오히려 우리를 불법으로 몰아세웁니다. 이것이 윤석열이 말하는 법과 원칙입니까?”

노동자들은 윤석열 정부의 위선적인 ‘법과 원칙’에 대해 분노를 크게 표출했다.

며칠 전에는 사용자 측의 대체 수송 시도에 항의하던 하이트진로 한 조합원은 밀고 들어오는 차량에 깔려 발가락이 부러졌다. 당시 영상을 보면, 하마터면 생명을 잃을 수도 있었던 아찔한 상황이었다.

하이트진로에서 대체수송을 저지하려는 노동자들이 트럭에 깔리는 위험천만한 상황을 겪었다. 그럼에도 정부는 사측 편만 들고 있다. ⓒ화물연대 하이트진로지부 제공

그런데도 정부와 경찰은 오히려 대체 수송에 항의하던 하이트진로 화물 노동자들을 탄압하기 바쁘다.

이날도 경찰은 과적 등 불법 대체수송에 항의하던 노동자들을 연행했다. 그리고 다음날 법원은 그중 황남열 화물연대 하이트진로지부장을 구속했다. 정당한 대체수송 거부 투쟁을 ‘업무 방해죄’로 몰면서 파업을 이끌어 온 지부장을 구속해 노동자들의 기세를 위축시키려는 것이다.

박수동 하이트진로 청주공장 지회장은 이렇게 말했다.

“화물연대가 파업을 시작하자 정부는 파업 노동자들의 기를 죽이려고 우리를 희생양 삼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정부와 사측이 원하는 대로 되지는 않을 것입니다. 조합원들은 오히려 투지가 더욱 올랐고, 저 자본과 끝까지 싸우겠다는 의지가 높습니다.”

윤석열 정부가 ‘법과 원칙’ 운운하는 것은 순전히 사용자들을 위한 것이고, 파업을 파괴하려는 것이다.

파업하는 화물 노동자들이 대체 수송을 저지하는 것은 파업 효과를 높이기 위한 정당한 투쟁 방식이다.

인근 오비맥주, 한국타이어 등 대전 지역의 화물연대 조합원들은 하이트진로 투쟁 현장에 연대하며 함께 싸워 나가자고 결속을 모아 나가고 있다.

화물 노동자들이 정부의 탄압을 막아내고 승리하기 위해서는 단호한 파업과 함께 실질적 연대가 더욱 확대돼야 한다.

“우리는 10년전 운송비로 살고 있다” 하이트진로 청주공장 앞에서 파업 농성 중인 노동자들 ⓒ이미진
하이트진로 이천공장 앞에서 대체수송 차량의 과적을 감시하는 노동자들. 경찰은 대체수송을 지원하고 있다 ⓒ이미진

인천항
“안전운임제는 오랜 투쟁의 성과. 폐지 막아야”

유병규

화물연대 파업 3일차인 6월 9일 찾아간 인천신항 내 성광과 한진 두 컨테이너터미널 앞은 한적함마저 느껴졌다. 지난 2015년 개장한 인천신항은 인천의 컨테이너 물동량 중 60퍼센트를 처리하는 주요한 물류 중심지이다.

화물연대 파업으로 한산한 인천항 앞 ⓒ유병규

화물 노동자들은 파업 이후 두 컨테이너터미널 앞에서 24시간 농성을 하고 있다. 파업 중인 화물 노동자들은 여전히 운행 중인 컨테이너차량 노동자들에게 파업 동참을 설득하고 있다.

한 노동자는 말했다. “평소 대비 컨테이너 차량 운행이 10퍼센트 이하로 떨어졌습니다. 평소 이 시간대에는 컨테이너차량이 출입구부터 도로가에 길게 늘어서 있는데, 지금은 출입하는 차량이 1~2대 정도입니다.”

고유가 속에 절박한 심정으로 파업에 나선 화물연대 조합원뿐 아니라 비조합원들도 파업에 공감이 큰 것이다. 김근영 화물연대 인천본부장은 말했다. “화물연대가 지난 20여 년간 파업을 하면서 성과를 내 왔기 때문에 노조에 가입은 하지 못했지만 비조합원의 참여도는 높습니다.”

‘소수의 명분 없는 집단행동’이라는 정부와 언론의 왜곡과 달리 화물연대는 전체 화물 노동자들의 이해를 대변하며 투쟁해 왔다.

노동자들은 투지를 드러내며 절박함을 말했다.

“운송사들은 안전운임제가 폐지되면 운송료를 20~30퍼센트 깎을 것이라고 대놓고 얘기하고 있어요. 안전운임제가 있어도 위반하는 운송사가 있어 왔습니다. 폐지되더라도 운송료가 유지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정부의 말은 무책임하고 거짓말입니다.”

노동자들은 “[안전운임제가] 폐지되면 다시 만들기는 몇 배의 힘이 든다”며 이번 파업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또다른 노동자는 정부와 보수 언론의 파업 비난에 분통을 터뜨리며 말했다.

“정부와 언론은 코로나 때문에 경제도 어려운 상황에서 어려움을 가중시킨다며, 이기적인 파업이라고 비난합니다. 코로나 어려움 속에서 희생을 담보로 간극을 메웠던 것이 화물과 택배 노동자들이었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대접합니까?”

파업 이후 인천신항 내 두 컨테이너터미널의 포화도(장치율)는 80~90퍼센트로 높아진 상황이다. 다음 주 초부터는 더 이상 화물을 내릴 수 없는 상황이 될 것이라는 보도들도 있다.

“그런 상황이 되면, 컨테이너를 반출하려는 시도들이 있을 것입니다. 컨테이너차량 앞에 드러누워서라도 죽기 살기로 막을 것입니다. 안전운임제가 폐지되면 더 이상 일을 할 수 없어 죽기는 마찬가지예요.”

인천항 앞에 멈춰 선 화물차량들 ⓒ유병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