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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물연대 파업은 생계비 위기에 맞서는 국제 투쟁의 일부다

화물 노동자들이 6월 7일부터 일주일 넘게 파업 투쟁을 이어 가고 있다. 유가 폭등의 고통을 온전히 떠안은 노동자들은 깊은 분노를 터뜨리며 강단 있게 싸우고 있다.

물가 인상으로 생계비가 쪼들리고 생활 수준이 크게 하락한 데 대한 불만과 저항은 세계 곳곳에서 터져 나온다. 국가 부도 위기에 처한 스리랑카에서는 식량 가격이 57퍼센트 이상 올라 항쟁이 벌어지고 있다. 콜롬비아,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수단에서도 거리에서 폭발력 있는 항의 시위가 벌어지고 있다. 중동에서도 그런 조짐이 보인다.

윤석열 정부는 전쟁 지원 말고 노동자 지원하라! 6월 7일 의왕기지 앞 파업 집회 ⓒ이미진

화물 노동자들의 투쟁은 이런 국제적 항의의 일부다.

국내에서도 물가 인상으로 평범한 사람들의 불만이 매우 높다. 치솟는 유가에, 가스·전기 등 공공요금마저 인상되고 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1997년 IMF 경제 공황 이후 처음으로 6퍼센트대에 접어들 공산이 크다.

화물 노동자들의 투쟁은 물가 폭등에 신음하는 많은 노동자들의 심정을 대변하고 있다. 화물 노동자 파업이 성과를 내면 다른 노동자들에게 싸울 자신감을 줄 수 있을 것이다.

최근 레미콘 건설 노동자들이 운송료 인상을 요구하며 파업을 예고한 것이 한 사례다. 우체국 택배 노동자들도 6월 18일 경고 파업을 준비 중이다.

따라서 화물연대 파업은 단지 화물 노동자들만의 투쟁이 아니다. 화물 노동자 투쟁에 더 많은 지지와 연대를 모아야 한다.

화물 노동자들의 힘이 드러나다

화물연대 파업이 산업 전반에 타격을 주며 첨예한 정치적 문제로 부상하자, “노사 자율 해결”을 말하던 윤석열 정부는 직접 교섭에 나서야만 했다. 지난 주말 열린 릴레이 협상이 합의 직전까지 갔다가 뒤집히고, 그 책임을 둘러싼 공방도 이어졌다.

정부는 지금 노동자들에게 일부 양보해서라도 발등에 떨어진 불을 꺼야 한다는 압력을 받고 있다. 그러나 동시에 집권 초부터 밀렸다가는 앞으로 저항을 단속하고 정국을 이끌어 나가는 데 어려움이 생길 수 있다는 걱정도 있다. 화주(기업주)들의 강경 대응 압력도 크다.

이런 상황에서 투쟁이 성과를 내려면, 화물 노동자들의 파업과 연대 확대가 관건이다.

현재 화물연대 조합원은 물론 많은 비조합원들도 일손을 놨다.

특히 노동자들은 주요 항만과 석유화학단지, 물류센터, 시멘트·자동차·반도체 등 공장 앞에서 대체수송을 저지하는 투쟁을 하고 있다. 이를 제지하려는 경찰 병력과 크고 작은 충돌이 벌어지고 연행자가 속출하고 있지만(6월 13일 밤 현재 76명 연행, 2명 구속), 노동자들은 물러서지 않고 있다.

철도노조가 화물연대에 연대하기 위해 화물열차의 증편 운행, 대체수송을 거부하고 나선 것도 고무적이다. 2013년 철도 파업 때는 거꾸로 화물연대가 그런 연대를 제공한 바 있다.

이런 투쟁의 결과, 산업 전반에 비상이 걸렸다. 시멘트 출하가 막히면서 건설업계는 ‘셧다운 위기’에 처했다. 철강, 자동차, 석유화학 등의 일부 생산이 중단됐고, 파장은 점점 더 커지고 있다. 주요 항만과 물류 기지의 컨테이너 반출입도 상당 부분 막혔다.

경제의 대동맥인 물류를 움직이는 화물 노동자들의 힘이 드러난 것이다. “우리 노동자가 뭉치면 강하구나, 찌릿했습니다”, “우리를 얕잡아 보고 깔보던 자들에게 본때를 보여 줄 겁니다.”

우크라이나 전쟁 지원하며 고유가 사태 일조하는 정부

정부와 재계, 친사용자 언론들은 화물연대 파업 1주일 만에 1조 6000억 원의 손실이 빚어졌다며 거품을 물고 있다. “국가 경제를 거덜 낼 판”이라며 연일 비난을 쏟아 낸다.

그러나 파업으로 인한 손실은 화물 노동자들이 이 나라 경제의 버팀목 구실을 해 왔음을 보여 줄 뿐이다.

그들은 노동자들이 임금 인상을 요구하며 투쟁하는 게 경제를 망치고 있다고 비난한다. 그러나 경제 위기는 노동자들의 탓이 아니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유가가 폭등하고 에너지난이 심각해진 것, 전쟁 이전부터 이미 반도체와 원자재 등 공급난이 심해진 것 등이 위기를 낳았다. 한국 정부는 우크라이나 전쟁에 무기와 자금을 지원하며 사태를 악화시키는 데 일조하고 있다.

노동자들이 아니라, 자본주의 체제와 지배자들이 문제를 일으킨 장본인이다.

대체수송 저지는 정당하고 효과적인 투쟁

정부와 사용자들은 특히 노동자들의 대체수송 저지 투쟁을 끔찍하게 싫어한다. 보수 언론들도 “무법천지”, “폭력”, “극단의 이기주의”라는 딱지를 붙여 매도하고 있다.

이유는 간단하다. 그것이 파업을 더 강력하게 만들고 승리 가능성을 높여 주기 때문이다.

대체수송(인력)은 파업을 파괴하려는 비열한 짓이다. 그것을 방치하는 것은 노동자들의 단결을 해치고 파업 대열의 사기를 떨어뜨릴 수도 있다.

그래서 세계적으로 노동자들은 파업할 때 대체인력을 저지하는 피켓라인을 만들어 대응해 왔다. 가령, 1970년대 초 영국 보수당 정부를 끌어내린 광부 파업에서 이 전술이 중요한 구실을 했다. 한국의 화물 노동자들은 2003년에도, 2008년에도 대체수송을 막는 봉쇄 투쟁을 벌여 성과를 낼 수 있었다.

안전운임제 확대하고 운송료 인상하라

유가는 지금도 연일 최고치를 갱신하고 있다. 자비로 기름값을 대야 하는 특수고용 노동자인 화물 노동자들에겐 큰 부담이다.

이런 상황에서 올해 말로 폐지될 위기에 처한 안전운임제를 지키는 것은 노동자들이 이구동성으로 말하는 “중요한 보루”다. 현재 안전운임제는 컨테이너, 시멘트 부문에만 적용되고 있지만, 미적용 노동자들의 운임을 정하는 데서도 기준점이 된다.

화물연대는 이에 더해, 안전운임제를 전 차종·품목으로 확대하고, 당장의 생활고를 해소하기 위해 운송료를 인상하라는 파업 요구를 내걸었다.

권영한 화물연대 한국타이어지회장은 말했다. “우리가 윤석열 (우파) 정부에 맞서고 있지만, 노동자들의 투지도 정말 만만치 않습니다. 저는 안전운임의 적용을 받지만, 그렇지 못한 동지들은 더 힘들었습니다. 이렇게 소외됐던 동지들이 파업 대열에 더 많습니다. (안전운임제) 폐지를 막는 것은 그 자체로 중요하지만, 더 나은 요구를 따내고 단결력을 높이려고 최선을 다해야 합니다. 전 차종으로 확대하고, 유가 보조금이나 운송료 인상하라는 요구를 가볍게 생각해선 안 된다고 봅니다. 그것이 화물 노동자의 생존권과 직결되기 때문입니다.”

화물 노동자의 힘 물류를 멈추고 연대를 모을 잠재력. 6월 7일 평택항 앞 ⓒ이미진
닷새 일찍 파업에 들어간 하이트진로 노동자들 탄압에 맞서 굳건히 투쟁하고 있다. 6월 8일 하이트진로 이천공장 앞 ⓒ이미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