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촉법소년 연령 하향, 엄벌주의는 해결책 못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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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노동자연대TV의 [시사/이슈 톡톡]입니다.
최근 윤석열 정부가 촉법소년 나이 기준을 낮추는 데 속도를 내고 있죠. 법무부는 6월 14일 ‘촉법소년 TF’를 구성했습니다. 이를 둘러싼 찬반 논란이 일고 있는데요.
오늘은 〈노동자 연대〉 신문의 양효영 기자와 함께 관련 쟁점들을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우선 촉법소년 연령 하향 시도, 그 내용이 무엇이고 어떤 근거로 추진되고 있는지 설명해 주시죠.
촉법소년은 위법을 저질러도 형법 적용에서 제외되는 만 10세 이상 14세 미만 청소년을 일컫습니다. 교화를 우선하는 취지에서 형법 적용 대신 감호, 사회봉사, 보호관찰, 소년원 송치 등 보호처분을 받도록 한 것이죠.
그런데 정부는 촉법소년 연령 기준을 12세 미만으로 낮춰서 12세부터 성인과 마찬가지로 형사 처벌이 가능하도록 하겠다는 것입니다.
청소년의 강력범죄, 특히 성폭행이나 학교 폭력 사건들이 벌어질 때마다 언론과 정치인들은 소년 범죄가 더 흉악해지고 연령이 낮아지고 있다며 촉법소년 연령 하향을 주장해 왔습니다.
이런 주장은 국민의힘과 민주당을 가리지 않고 나왔는데요. 지금 윤석열 정부가 추진하고 있지만, 문재인 정부도 추진하려 했었고 대선 기간에는 이재명도 공약으로 내건 바 있습니다.
소년 범죄가 “흉포화”, “저연령화”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많은데요. 현실은 어떤가요?
언론만 보면 소년 범죄가 정말 무시무시해지고 있다는 인상을 받기 쉬운데요, 이것은 상당한 과장입니다.
언론들은 마치 살인 같은 흉악범죄가 크게 늘어난 것처럼 보도하지만, 사실 그런 범죄는 극소수입니다. 대다수 촉법소년들이 저지르는 범죄는 절도처럼 경미한 것들입니다.
소년 범죄 중 촉법소년 비중이 늘었다는 통계가 있는데요. 경찰청이 제공한 최근 5년 통계나 범죄심리학자 이수정 교수가 경찰·검찰·법원의 자료를 비교·분석한 논문 등을 보면 그렇습니다.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청소년들의 발육 상태가 좋아진 것이 원인이라며 마치 소년 범죄 저연령화가 굳어진 추세인 것처럼 말합니다. 그러나 촉법소년 수는 오르락내리락해 왔지 지속 증가 추세가 아닙니다.
촉법소년 범죄 현황에 대한 말들이 많은 것에 비해 사실 정확한 통계는 없습니다. 그래서 전문가들도 설왕설래하는데요. 소년 범죄의 연령이 낮아졌다는 주장도 과장이 많기 때문에 주의해야 합니다.
촉법소년들이 처벌을 피할 수 있다는 걸 악용해 범죄가 늘고 있다며 형사 처벌을 해야 소년 범죄 저연령화에 대처할 수 있다는 주장이 있는데요. 처벌 강화가 해결책이 될까요?
촉법소년이라고 해서 현재 아무 처벌도 받지 않는 게 아니라는 점을 먼저 지적하고 싶습니다. 형사 처벌 대신 받는 보호처분도 엄연히 처벌입니다. 특히 소년원 수용은 사실 교도소와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습니다.
또 해외의 사례를 보면, 처벌 강화로 청소년 범죄율이 낮아지지 않습니다. 예컨대 미국은 1980년대와 1990년대에 일부 소년범을 성인 교도소에 수감해 성인과 같은 처우를 받게 했는데요. 오히려 형사 이송된 소년 범죄자들은 재범률이 높고 재범까지 걸리는 시간도 단축됐다고 합니다.
처벌 강화는 해결책이 될 수 없습니다. 형사 처벌을 받고 전과 기록까지 남았을 때 어린 청소년이 그런 낙인을 갖고 나머지 생을 살기는 매우 어려울 것입니다. 어린 나이에 교도소에 수감된다면, 교육이나 사회화를 거치지 못해 퇴소 후 사회에 적응하기 더 어려울 것입니다. 교도소 안팎에서 범죄에 다시 노출될 가능성은 더 커질 것이고요.
엄벌주의로는 소년 범죄를 줄일 수 없고 오히려 문제를 더 악화시킬 뿐입니다. 처벌이 약해서 범죄가 벌어지는 게 아니기 때문입니다.
일부 청소년들이 범죄에 이끌리는 이유는 무엇이라고 봐야 할까요?
범죄에는 빈곤, 소외, 차별 같은 사회적 뿌리가 있습니다. 예컨대 1997년 IMF를 불러들인 경제 위기 때 한국의 범죄율이 치솟았죠. 코로나 팬데믹 동안 경제적 고통이 가중되자 재산 범죄, 즉 절도나 사기 등이 늘어난 것도 이를 보여 줍니다.
소년 범죄 증가의 근본적 원인도 청소년과 그 가족의 조건이 악화되고, 사회의 여러 문제로 소외가 심화된 것에서 찾아야 합니다.
검찰청 〈범죄 분석 통계〉를 보면, 2011~2020년 미성년 범죄자 중 절반가량이 사회 하류층이라고 합니다. 범죄를 저지른 청소년 중에는 어릴 때부터 빈곤에 짓눌리고 거의 해체되다시피 한 가정에서 적절한 보호를 받지 못하며 방치되고 심지어 부모로부터 학대를 받은 경우도 많습니다.
가정에서 방치되다시피 한 청소년들은 또래끼리 가출을 하고, 거기서 범죄에 휘말리거나 생계를 위해 범죄에 가담하게 되기도 합니다.
공교육이 붕괴되고 지역사회가 청소년들에게 돌봄 복지를 제공하지 못하는 상황에서는 위기에 처한 청소년들이 기댈 곳이 없습니다. 경제 상황이나 가족의 조건 악화가 고스란히 청소년들에게 타격을 주죠. 방치된 청소년들은 범죄자가 되거나 범죄의 피해자가 될 가능성이 다른 청소년들에 비해 상당히 높습니다.
물론 가정 환경이 불우하다고 해서 다 범죄자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결코 그렇지 않죠. 그러나 불우한 환경과 범죄율의 비교적 높은 상관관계를 보면 엄벌주의로는 범죄를 근절하기 어렵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윤석열 정부는 왜 촉법소년 연령 하향을 추진하는 건가요?
윤석열 정부는 노동계급 가족과 청소년들의 악화된 조건을 개선해 소년 범죄 문제를 해결하기보다는 그 책임을 청소년들에게 떠넘기려는 것입니다. 소년 범죄를 과장하고 그들을 괴물로 그리면서 말이죠.
해외의 여러 정부들도 청소년 범죄 규모와 위험성을 과장하면서 처벌 강화를 추진하곤 했습니다.
예를 들어 영국에서는 보수당 정부가 1980년대 처음으로 청소년 범죄를 과장하고 악마화하기 시작했는데요. 이는 경제가 위기로 접어들면서 복지를 삭감하고 노동계급에 대한 공격을 강화한 것과 맞물려 나타났습니다. 그 뒤 노동당이 바통을 이어받았죠.
지금 한국도 저성장으로 접어든 지 오래됐고 세계경제 위기가 심화돼, 생계나 돌봄 등 노동계급 가족의 조건이 어려움에 처해 있습니다. 윤석열 정부는 이를 개선하기는커녕 경제 위기의 대가를 노동계급 사람들이 치르도록 만들려고 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청소년들의 고통이 심화될 수 있는데요, 그에 따라 나타날 수 있는 여러 문제를 처벌 강화로 대처하려는 것이죠.
전 세계적으로 지배자들은 경제 위기, 팬데믹, 물가 폭등 같은 상황에서 대중의 불만이 커지자 이를 억누르기 위해 경찰력 강화 같은 억압적 조처들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윤석열 정부의 촉법소년 연령 하향도 그런 억압 조처 강화의 일환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청소년 범죄 문제를 해결하려면 처벌 강화가 아니라 무엇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시나요?
처벌을 강화할 게 아니라 청소년들의 조건을 개선해야 합니다. 그러지 않은 채 촉법소년 연령을 낮추려는 것은 시스템이 아니라 그 희생자를 탓하는 것일 뿐입니다.
불평등을 완화하고 복지를 확대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청소년 복지를 위해 돈을 써야 합니다. 촉법소년 연령을 낮추는 것보다 소년원 시설을 개선하는 게 더 효과가 있을 겁니다. 현재 소년원 시설은 열악하고 만성 포화 상태입니다. 열악하고 억압적인 환경 속에서 적잖은 소년원생들이 교화되기보다는 범죄를 배워서 사회로 나오는 실정이죠.
청소년들의 조건을 개선하는 것은 경제 위기의 고통을 노동계급에게 전가하는 것을 막고 복지를 확대하는 것에 상당 부분 달려 있습니다. 이를 위한 투쟁이 중요한 것이죠.
더 나아가 사회를 근본적으로 변화시켜야 합니다. 자본주의는 빈곤과 소외, 경쟁과 좌절감을 계속 낳는 체제입니다. 이런 사회에서 깊은 좌절감과 소외를 경험하는 청소년들 중 일부는 범죄에 이끌릴 수 있습니다. 범죄를 해결하려면 그 뿌리인 자본주의 사회에 대한 도전이 함께 제기돼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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