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 연대

전체 기사
노동자연대 단체
노동자연대TV
IST

딥페이크 성범죄 피의자 70%가 10대, 엄벌은 해결책이 될 수 없다

딥페이크 성범죄 피의자의 70퍼센트는 10대이다. 지난 3년간 검거된 피의자가 그러했다. 최근 경찰이 집중 단속을 벌이며 검거한 피의자 52명 중에도 10대가 가장 많았다(39명, 9일 기준).

딥페이크 성범죄가 청소년 일각에서 ‘장난’이나 ‘놀이 문화’가 됐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직접 위해를 가하거나 실제를 촬영하는 것이 아니라서 더욱 가벼이 여겼을 것이다.

지난 3년간 피해자의 다수도 10대였다. 딥페이크 성범죄 피해 제보도 전국의 초·중·고등학교에서 나왔다.

그러나 피해자 입장에서 일상 공간에서 함께 지내던 친구가 SNS에 올린 자신의 사진을 포르노와 합성하고 이를 유포하며 조롱했다면 단지 ‘장난’으로 치부할 수 없는 충격을 느꼈을 법하다.

게다가 디지털 성범죄의 특성상 불법합성물이 인터넷에서 어디까지 유포됐을지, 또다시 유포되진 않을지 불안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

따라서 피해자에 대한 충분한 지원이 필요하고, 가해자에 대한 마땅한 처벌도 있어야 한다.

하지만 가해자가 10대임을 고려하면 그 처벌은 어디까지나 교육적이어야 하고, 회복적 정의에 근거해야 한다.

딥페이크 성범죄가 10대 사이에서 많이 일어나는 이유를 알기는 어렵지 않다.

광고부터 TV 프로그램, 게임, 포르노까지 자본주의 사회에서 여성은 성적 대상으로 묘사된다. 인터넷 방송에서는 여성들이 ‘별풍선’(후원금)을 받고 시청자의 요구에 따라 섹시 댄스를 추고 옷을 벗는다. 휴대폰만 있으면 어렵지 않게 언제 어디서나 포르노와 ‘벗는 방송’에 접근할 수 있다.

성을 사고파는 사회에서 비롯한 가치관과 태도, 행동은 전체 문화와 사회 속으로 끊임없이 침투한다. 학교 안에서 딥페이크 성범죄가 증가하는 것은 더 넓은 사회에서 비롯하는 것이다.

마침 10대는 가치관이 형성되고 성에 대한 관심도 커질 때다. 2021년 기준 초·중·고등학생이 성표현물을 처음 접촉하는 시기는 11~12세이고, 청소년 과반이 인터넷을 통해 성적 지식을 습득했다(〈청소년 성문화 실태조사 연구보고서〉, 아하 서울시립청소년성문화센터).

하지만 청소년이 솔직하게 공감할 수 있으면서도 도덕주의적이지 않고 왜곡되지 않은 방식으로 성을 배울 기회는 극히 적다.

학교 성교육(연간 15시간 의무)은 주로 남녀 생식기·임신·출산에 대한 지식에 집중하고 학생들의 성적 행동을 되도록 통제하는 방향으로 진행돼 왔다. 학교 성교육에 대한 불신은 워낙 커서, 최근엔 사교육으로 자녀 성교육을 시키는 가정도 늘었다.

9월 6일 딥페이크 성범죄 규탄 집회 ⓒ이미진

설상가상으로 정부는 긴축 기조 속에서 올해 성교육 예산을 삭감했고, 교육부는 2022년 개정 교육과정에서 ‘섹슈얼리티,’ ‘성평등’ 용어를 삭제했다.

국가인권위원장이라는 자가(안창호, 대통령이 임명)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버젓이 “신체 노출과 그에 따른 성 충동으로 성범죄가 증가할 수 있다는 인식이 왜 성범죄를 두둔하는 것이냐” 하고 반문할 정도이니 정부의 수준이 어떨지 말 다했다.

책임 전가

이런 일단의 조건들 속에서 많은 청소년들의 성의식이 뒤틀리는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

더구나 차별을 온존하고 디지털 성범죄를 방치해 온 정부와 주류 양당이 한 목소리로 엄벌을 주문하는 것은 위선적인 책임 전가일 뿐이다.

게다가 정부·여당은 딥페이크 성범죄에 대한 불안과 엄벌 여론을 ‘가짜 뉴스’ 단속 운운하며 경찰력 강화와 대중에 대한 통제력 강화에 이용하려고 한다.

그러나 청소년 엄벌은 가해자 청소년을 악마화하고 범죄자 낙인을 찍어, 그들이 갱생할 기회를 앗아간다. 평생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는 ‘직업적 범죄자’로 만들 수 있다.

최근 경찰의 집중 단속 속에 불법합성물을 시청·유포한 혐의로 참고인 조사를 받은 한 고등학생이 “큰 죄를 지었다”며 아파트 옥상에서 투신 시도를 한 일도 보도됐다.

이런 점에서 전교조와 진보당, 정의당 등이 딥페이크 성범죄에 대한 형량 강화와 시청·소지죄 신설 등 처벌 강화를 요구·지지하고 “국가 비상사태”를 선포하라고 하는 것은 과도하다.

물론 이들도 피의자가 10대임을 감안해 성교육의 필요성도 말하지만 처벌 강화가 전제돼 있다.

일부 급진 페미니스트들은 한층 더 나아가 가해자 전원 신상 공개와 퇴학을 촉구하고 있다.

딥페이크 성범죄에 대한 사회의 경각심을 높이고 성평등 의식을 고취하려는 의도이겠지만, 자본주의 국가에 힘을 실어 주고 의도치 않게 역효과를 낼 수 있다.

주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