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생각한다
배우 조진웅에 대한 비난을 중단하라
〈노동자 연대〉 구독
인기 배우 조진웅 씨의(이하 존칭 생략) 소년범 이력을 둘러싼 논란이 뜨겁다.
그가 저지른 행위가 구체적으로 어떤 것인지, 그가 받은 처벌이 합당한 것이었는지는 알기 어렵다. 법이 정의를 온전히 반영하는 것도 아닌 데다, 사법부의 판결이 법률과 사회적 정의에 못 미치는 경우도 허다하다는 사실을 우리는 조희대 사법부를 보며 새삼 실감하고 있다.
조진웅 자신이 “지난 과오”에 책임을 지겠다며 은퇴를 선언한 뒤라 폭로된 내용의 상당 부분이 사실일 수도 있다. 다만, 그는 “성폭행 관련 행위와는 무관”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따라서 이 사건을 처음 폭로한 〈디스패치〉의 폭로가 모두 사실이라고 속단해서는 안 된다.
게다가 〈디스패치〉가 사회 정의를 구현하려고 그런 보도를 했겠는가. 연예인의 사생활 캐내기가 전문인 이 언론은 자본주의적 언론이 얼마나 무책임하고 선정적일 수 있는지 보여 주는 극단적 사례일 뿐이다.
〈디스패치〉가 인용한 ‘제보자들’은 피해자는 아닌 듯하다. 동네 학생들 사이에 돌았을 법한 수준의 폭로라 구체적 내용도 별로 없고 모순되거나 공백인 부분이 많아 다 믿기는 어렵다. 특별한 기록이나 증거도 없어서 30년 전의 일에 관한 진술이 얼마나 정확한지도 의심스럽다. 첫 폭로 이후 보수 언론들이 확대 재생산하고 있는 1994년의 사건(고등학생들의 연쇄 강도·강간 사건)도 추측일 뿐이다.
무엇보다, 공개하지 못하게 돼 있는 소년범 기록을 〈디스패치〉가 ‘확인’한 경로가 의심스럽다. 소년법이 성인에게 적용되는 것과는 다른 절차와 책임을 청소년에게 묻는 것은 소년범들에게 낙인을 찍어 사회로부터 배제하는 것은 너무 성급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착취와 차별이 만연한 이 자본주의 사회에서 개인들은 뒤틀리고 비뚤어지기 쉽고, 그럼에도 용기를 내어 변할 수 있으며 그렇게 되도록 하는 것이 궁극적 목적이어야 한다. 박정훈 대령의 변호를 맡았던 김경호 변호사는 〈디스패치〉를 고발했다.
역겹게도 국힘 주진우, 나경원, 장예찬 등이 조진웅을 비난하고 나섰다. 나경원은 아예 소년범의 경우 평생 공직에서 일하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는 극단적 주장을 펴고 있다. 이 자가 판사 출신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또 다른 무언가를(조희대 피의자 입건) 가리기 위한 호들갑이 아닌가 의심이 들기도 한다.
권력형 성폭력의 원조 격인 이 당의 인사들은 틈만 나면 물타기용으로 타 당의 성 비위 사건에 열을 올려 왔다. 국힘은 최근 장경태 의원에 대한 성추행 혐의를 부각하고 있는데, 7일 국힘 대변인 손범규가 강제추행 혐의로 피소돼 사임했다.
조진웅에 대한 국힘의 공격도 〈디스패치〉처럼 사회 정의와는 아무 관계가 없다. 그들의 목적은 배우 조진웅이 상징하는 바를 공격하고 제거하려는 것이다. 지난 몇 년간 조진웅이 보여 주려 했고 실제로 효과를 내 온 사회적 정의(정의로운 형사 역할), 역사적 정의(홍범도 등), 민주주의 옹호(윤석열 퇴진) 등의 가치에 냉소와 환멸을 자아내는 방식으로 말이다.
요컨대, 극우 국힘은 조진웅을 자신들의 목적에 제물로 바치고 싶어 한다. 계엄에 반대하고 민주주의 옹호하는 게 그리 가치가 있는 일이 아니고 사실은 진흙탕 개싸움에 불과하다는 환멸을 만들고 싶은 것이다. 그럼으로써 자신들의 친일, 친제국주의 노선 추구에 대한 비판을 물타기하려 한다.
조진웅에게 제기된 혐의를 속단하지 말고 국힘의 마녀사냥에도 동조하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