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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위중증 피해 환자 보호자 모임:
치료비 폭탄 고통 외면하는 정부 방역 대책 성토하다

폭우가 그친 8월 11일 오전 필자는 용산 대통령 집무실로 향했다. ‘코로나19 위중증 피해 환자 보호자 모임’(이하 보호자 모임)이 주최한 기자회견에 참가하기 위해서였다. 코로나19 위중증 피해로 재활과 24시간 일상 지원이 필요해진 아흔 네 살 할머니의 간병은 잠시 친척에게 부탁했다.

이번 기자회견에서 보호자 모임은 재유행 시기 윤석열 정부가 추진하는 ‘각자도생’, ‘재정 긴축’ 코로나19 정책을 비판하며 위중증 환자 및 사망자 증가 상황에 대책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핵심 요구는 ▲ 코로나19 위중증 치료 지연 및 치료비 폭탄 문제 해결 ▲ 코로나19 후유증 및 치료, 후유장애 지원 대책 마련 ▲ 격리 기간 차별 없이 코로나19 사망자와 유가족 지원 ▲ 국가 지원 축소 말고 제대로 된 방역·치료 대책 마련 ▲ 코로나19 위중증 피해 환자 보호자모임과의 면담이다.

정부의 ‘각자도생’ 방역에 환자와 보호자들은 질병과 경제난 이중고에 내몰리고 있다 8월 11일 용산 대통령 집무실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 ⓒ코로나19위중증피해환자보호자모임

보호자 모임은 지난 3월 치료비 폭탄 등 피해 현실을 폭로하고, 5월에는 새 정부에 요구안을 작성해 전달한 바 있지만 정부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그 사이 코로나19 사망 유가족들은 극심한 트라우마에 시달렸다. 위중증 피해 이후 후유증 치료와 재활 등으로 입원 기간이 수개월을 넘어간 환자와 보호자들은 늘어가는 병원비와 간병 등으로 고통받고 있다.

7월 초 6차 재유행이 시작된 이후 한 달 동안 공식 집계된 코로나19 사망자 수는 900명을 넘는다. 재원 위중증 환자는 하루 450여 명까지 치솟았다.

위중증 환자가 가파르게 늘지만 정부 대책은 별반 달라진 것이 없고 위중증 피해자들이 겪는 문제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고 있다. 백신 접종과 치료제 등 당연한 이야기 외에 뚜렷한 대책이 보이지 않는다. 보호자 모임은 “[정부가 말하는] ‘과학방역’은 요란한 ‘빈 수레’일 뿐 실상은 각자도생과 재정 긴축”이라고 꼬집었다.

최근 발생한 심각한 폭우 피해를 보면 필자는 코로나19 위중증으로 인한 피해와 겹쳐 보인다. 순식간에 쏟아진 비로 집안 곳곳 침수 피해가 나는 상황은 바이러스가 침투해 온몸을 망가뜨리는 코로나19 위중증 피해와 비슷하다. 물을 빼낸 후 긴 복구 작업이 필요한 것처럼 코로나 바이러스 배출량이 줄어도 위중증으로 한 번 망가진 몸을 회복하려면 오랜 시간과 비용이 든다. 수해가 나면 원상복구 지원만이 아니라 침수 방지책을 세워야 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코로나19 위중증 피해 환자에게도 일상 회복을 위해 후유증, 재활 등을 국가가 지원하고 다른 환자들이 위중증으로 악화되지 않도록 신속한 입원 치료를 보장하는 등 예방책을 세워야 한다. 하지만 침수를 막기는커녕 피해를 입으면 물만 빼겠다는 식의 코로나19 치료 대책은 문재인 정부부터 윤석열 정부에 이르기까지 하나도 달라지지 않았다.

위중증 환자라도 격리 기간 7일이 지나면 치료비 지원이 싹둑 끊기고, 기약 없는 병원 생활에 드는 비용을 오롯이 개인이 감당해야 한다. 치료비와 간병비 등은 수천만 원을 넘어 ‘억’ 소리가 날 지경에 이른 사람들도 있다고 한다. 물가와 금리가 인상돼 가뜩이나 어려운데 이중 삼중의 고통을 짊어지게 된 것이다.

윤석열 정부는 ‘자율방역’이라며 책임을 개인에게 떠넘기고, 위중증 피해로 갈 가능성이 높은데도 고위험군 모니터링을 없애버렸다. 검사비·치료비 지원도 대폭 축소해버려, 문재인 정부의 실패한 정책보다도 못하다는 비판이 나올 정도다. 이것이 과연 ‘과학방역’이고 ‘표적방역’인가.

정부는 요양병원과 시설에서 감염병관리자가 없거나 교육이 제대로 되지 않아 고위험군의 위중증 피해가 커진 것처럼 호도하지만 진짜 책임은 정부 자신에게 있다. 재정과 인력을 충분히 투입하지 않고 정부가 두 손 놓고 있는 게 코로나19 위중증 피해 문제의 핵심이다. 얼마 전에도 79세 여성 환자가 자택에 방치된 채 버티다가 격리해제 후에야 중환자실에 가는 일이 벌어졌다. 요양원에서 감염된 어느 환자는 중환자실 치료 한 번 받지 못하고 그대로 사망했다. 의료비 걱정에 입원 자체를 포기했기 때문이다.

필자와 함께 기자회견에 참여한 코로나19 사망 피해 유가족 김누리 씨는 당사자 발언에서 “유가족들은 지금도 반복적으로 중환자실이나 구급차, 병원에 대한 악몽을 꾸며 일어난다”며 정부가 사과는커녕 심리 지원조차 하지 않는 실상을 폭로했다. 국가트라우마센터가 있지만 유가족에게 그 어떤 도움도 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재유행 시기 방역 대책에 대해서도 정부가 “과학방역을 하는 것이 아니라 건강과 안전에 대한 책임을 개인에게 지우고,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며 PCR 검사 유료화, 고위험군 모니터링 중단 등 “결과적으로 윤석열 정부는 지금의 코로나19 재유행 상황이 벌어질 수밖에 없게끔 부추긴 셈”이라고 성토했다. 그는 정부가 “지금 당장 의료 인력과 병상 수를 늘리고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고위험군이 제대로 치료를 받을 수 있게” 하라며 신속한 대응을 촉구했다. “내일이면 늦습니다. 다음주면 늦습니다. 지금 당장 우리의 목소리를 듣고 현실을 직시하십시오.”

이번 기자회견은 건강권 실현을 위한 행동하는 간호사회, 건강세상네트워크,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코로나19 인권대응네트워크 등 연대 단체도 함께했다. 연대 발언을 한 코로나19 인권대응네트워크 소속 최홍조 활동가는 ‘방역이 시장에 맡겨지고 정부는 비용을 줄이려 하는데 윤석열 정부는 이 속도를 더 올리고 있다’고 우려하며 “사람 중심의 방역”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윤석열 정부가 “과학이라는 단어로 치료제의 효과나 백신 접종, 혈청 조사 따위를 이야기하지만, 그 과학이 지금의 유행을 누그러뜨리지도, 위중증 환자의 고통을 줄이지도 못하고 있”다며 “국가의 책임을 민간과 시장에 넘기고”, “질병의 위험과 고통의 책임을 오롯이 개인에게 던져버리는 신자유주의 방역”이 정부의 ‘과학방역’ 실체라고 꼬집었다. 또, 정부 방역 정책에 시민 사회가 쉽게 문제 제기하지 못할 때, 가장 고통받는 ‘보호자 모임’이 먼저 나서 준 것에 깊은 연대와 감사의 마음을 전하기도 했다.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이서영 활동가는 “코로나19 병상과 의료진은 오히려 줄었고, 치료비 지원은 축소”되었다며 진단검사, 재택 치료, 입원 치료까지 “코로나19 의료체계의 그 어느 단계에서도 국가의 책임을 찾아볼 수가 없”다고 일갈했다. 그는 국가가 지원을 늘려 “아픈 사람들이 적극적으로 검사와 치료를 받도록 하고, 고위험군의 중증화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재택 치료비와 고위험군 관리를 책임져야”한다고 강조했다. 또, “입원 치료를 각개 의료기관의 판단과 개인 책임으로 떠넘기지 말고 국가가 책임지고 병상을 확보하고 배정 체계를 마련”할 것과 “코로나19 치료비는 국가가 전부 책임”질 것을 촉구했다.

건강권 실현을 위한 행동하는 간호사회 김민정 활동가는 병상과 인력 부족 문제를 짚었다. “병상가동률이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어 추가적인 병상 확보가 필요한 상황”이라며 “병상가동률이 70퍼센트 정도만 돼도 환자를 돌볼 인력이 부족해 입원을 받을 수 없어 병상부족, 병상대기 현상이 발생”하고 “지난번과 같이 노인, 취약계층이 제때 치료받지 못하고 사망하는 일이 반복될”것이라고 우려했다. 전문성과 경험이 있는 숙련된 인력의 필요성을 이야기해도 “땜빵용” 임시 인력만 파견되고, 감염병동 인력 기준도 전혀 지켜지지 않고 있는 현실도 폭로했다. 심지어 “지원금과 높은 수가 때문에 인력도 없는데 무작정 병동부터 만드는 병원도 생겼다”며 정부가 “중증 감염병 환자를 치료할 수 있는 병상과 인력을 안정적으로 확보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보호자 모임의 입장은 너무나 상식적이다. “우리가 가장 바라는 것은 위중증 환자를 제때, 제대로 치료할 대응 채비를 철저히 갖추는 것이다. 또한, 위중증 환자가 비용 걱정 없이 온전히 치료받을 수 있도록 격리 기간으로 제한을 두지 말고 치료비를 전액 지원하는 것이다. 환자의 코로나19 감염 이전 일상 회복을 위해 국가가 후유증 및 재활 치료를 지원하고, 후유장애 지원 대책을 세우고, 격리 기간에 따른 차별 없이 장례 및 심리 치료 등 사망자와 유가족을 제대로 지원하는 것이다. 백신 접종과 치료제로도 해결되지 않는 중증환자들을 위한 대비책을 강구하려면 느슨한 ‘자율방역’에 의존해서는 안된다.”

보호자 모임은 기자회견을 마치고 대통령 집무실로 들어가 기자회견문과 요구안을 전달하고 면담을 요청했다. 앞서 5월 18일 새 정부 요구안 발표 기자회견 후 제출했지만 정부는 석달 동안 묵묵부답이었다. 보호자 모임은 이번 요구안에 대한 정부의 태도를 지켜보며 향후 대응을 이어갈 예정이다.

한편, 유럽과 일본 등에서는 코로나19 치료비가 쟁점화되지 않았지만 한국은 치료비 폭탄 문제로 불거졌다. 한국은 OECD국가 중에서도 국민건강보험의 보장범위가 낮은 편이기 때문이다. 코로나19 위중증 피해 문제는 무상의료 운동 차원에서도 중요한 쟁점이다. 더 많은 시민사회단체, 보건의료단체와 관련 노동조합에서도 이 문제 해결에 적극 동참하고 지원한다면 큰 힘이 될 것이다.

7월 25일 확진된 아버지를 둔 한 보호자의 이야기

“워낙 기저질환이 많으신 분이라 보건소에서 연락이 오는 것보다 제가 보건소로 먼저 연락해 집중관리 대상 신청을 하는 게 빠를 것 같아 신청했지만 제대로 된 관리를 받았다고는 생각되지 않고요.

“3일 동안 집중관리 병원에서 매일 연락을 해 왔다고는 하지만 연로한 75세 아버지께서 본인의 상태를 간호사나 의사에게 설명하기는 힘드셨을 상황이라 생각됩니다. 7월 29일 아버지가 많이 힘들어 하시는 것 같아 제가 집에 방문했을 때는 이미 산소포화도가 낮게는 79, 조금 높게는 84정도 나오는 수준이었습니다.

“그날 바로 준종합병원 코로나 병동으로 이송되셨지만, 호흡기 내과가 아닌 소화기 내과 주치의 선생님이 아버지 진료를 봐 주셨습니다. 준종합병원이 아닌 대학병원으로 신속하게 이송해 좀 더 체계적인 치료를 받으셨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도 많이 남습니다.

“다행히 코로나19 위중증 환자 보호자 카카오톡 채팅방에서 많은 정보를 얻어 3일 뒤, 대학병원으로 전원할 수 있었는데요. 나라가 아닌, 위중증 피해를 겪었거나 겪고 계신 분들에게 위중증 대처 정보를 알 수 있다는 사실이 참 허망하기도 한 현실입니다.

“현재 가장 걱정되는 부분은 치료비인데요. 중환자실 입원 10일 차인 현재 중간진료비 납부 금액이 128만 원 정도 되는 상황 입니다. 의료비 지원처 역시 일하면서 아이 둘을 키우고 있는 보호자인 제가 모두 지원처에 확인하고 신청해야 한다는 사실이 너무 힘들기도 하고요. 또, 아버지께서 회복하신다 하더라도 남은 후유증 치료비와 재활치료비까지 너무 걱정되는 상황이라 이런 부분들이 위중증환자 보호자를 위해서 개선되었으면 합니다.”

* 위 환자는 의료급여 1종인 분이다.

참고자료 : 코로나19 위중증 피해 환자 보호자 모임 보도자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