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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재유행:
‘필수의료’ 운운하더니 재확산 방치한 윤석열 정부

코로나19 재유행 속도가 심상치 않다. 정부는 한 달 사이에 코로나19 입원환자 수가 226명에서 1357명으로 6배 늘었다고 발표했다.

증상이 심하지 않아 입원하지 않은 사람은 그보다 훨씬 많을 것이다. 전국 하수처리장 84곳에서 채취한 샘플에서도 1주 만에 바이러스 양이 갑절로 늘었다.

일선 병의원과 약국에서는 ‘고위험군’에게만 처방할 수 있는 코로나 치료제(팍스로비드 등)가 바닥났다는 하소연이 들려오고 있다.

학교들이 개학하고 있고 곧 추석 연휴도 있어 사람들의 걱정도 커지고 있다.

다행히 지금 유행하는 변이(KP.3)의 치명률(코로나19 확진자 중 사망한 사람의 비율)은 높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기존 감염이나 백신 접종으로 생긴 면역을 회피하는 능력이 커져 감염이 빠르게 확산되는 것으로 보인다. 감염자가 많아지는 만큼 (비율은 적을지라도) 사망자 수도 늘고, 바이러스 입장에서는 더 많은 변이의 기회를 얻는 것이기도 하다.

코로나19 팬데믹이 엔데믹으로 전환된 것은 감염병 위험을 어느 정도 예측할 수 있게 됐다는 뜻이지만, 바이러스 감염을 원천 차단할 수 없는 상황에 놓였음을 인정하는 것이기도 하다.

따라서 감염병 유행은 끝난 것이 아니고 적절한 감시·치료 대책이 꼭 필요하다.

그러나 윤석열 정부는 올해 5월 이후 최소한의 방역 조처도 모두 거둬 버렸다. 질병관리청은 마치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사라지기라도 한 것처럼 일반인에게 아무 정보도 제공하지 않고 있다. 심지어 코로나19 사망자 집계조차 하지 않고 있다.

대유행으로의 발전을 막으려면 사람들이 감염 위험에 대처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언제든 믿을 만한 검사를 받을 수 있어야 하고, 무엇보다 팬데믹 기간 내내 귀만 따갑게 들은 ‘아프면 쉬는’ 일이 가능해져야 한다.

그러나 윤석열은 재정 지출 절감을 이유로 검사를 모두 유료화했다. 신뢰도가 높은 피씨알 검사는 10만 원이 넘고, 절반쯤만 믿을 수 있는 신속항원 검사를 받으려 해도 3~4만 원을 지불해야 한다. 약국에서 1만 원 정도하는 검사 키트를 구입할 수 있지만, 신뢰도가 너무 낮아 별 쓸모가 없다.

애써 검사를 받아도 치료비는 (중증이 아니면) 본인이 오롯이 감당해야 하고 그나마 팍스로비드 같은 코로나 치료제는 고위험군만 처방받을 수 있다.

생활 지원은 물론이고 유급휴가비 지원도 끊겨 아파도 일하거나 울며 겨자 먹기로 연차 휴가를 소진해야 한다.

빈곤층은 더욱 열악한 처지에 내몰리고 있을 것이다.

2020년 1월부터 2022년 12월까지 빈곤층(의료급여 대상자)의 치명률은 평균치의 5.8배에 달했다. 이 격차는 유행의 후반기로 갈수록 더 커졌는데, “후기에는 방역 정책으로 인해 자발적 검사를 하지 않으면 감염 사실을 모르고 지나가는 상황이었던 것과 관련 있어 보인다.”(2024년 7월 30일 분당서울대병원 이혜진 교수 연구팀 발표)

요컨대, 정부가 말한 ‘일상 회복’은 늘어난 재정 지출을 원래대로 ‘회복’하고, 아파도 일하는 문화를 ‘회복’하고, 가난한 이들을 방치하는 냉혹한 이윤 논리의 ‘회복’이었다.

윤석열은 대선 당시 내세운 코로나 백신 피해자 지원 약속도 나 몰라라 하고 있다. 피해자들은 지금도 청계광장 인근에서 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정부는 입원 환자가 급증하자 부랴부랴 치료제 수입을 늘리겠다고 하지만, 지금 중증으로 악화하고 있는 고령 환자와 취약계층에게는 그림의 떡일 뿐이다.

전공의 집단사직 탓?

전공의 집단사직 이후 전문의들마저 사직하거나 휴직을 신청해 일부 대학병원 응급실이 폐쇄되는 일이 벌어졌다. 24시간 가동되지 않거나 일부 진료과만 작동하는 응급실도 늘어 그만큼 ‘응급실 뺑뺑이’가 심해지고 있다.

그런데 정부와 친정부 언론은 코로나 재확산 관련 보도의 말미에 (명시적이지는 않지만) 꼭 전공의 사직 문제를 언급하며 현 상황의 책임을 은근히 전공의에게로 돌리려 한다.

그러나 재확산 책임은 명백히 정부에 있다. 정부는 방역이 1차적으로 이뤄져야 할 학교와 직장, 지역의 병의원에 대한 모든 지원을 거둬들였다.

물론 지금처럼 입원 환자가 늘어난다면 전공의들의 공백으로 인한 피해도 커질 것이다. 혹여 환자가 더 빨리 늘면 병원 기능에 심각한 차질이 생길 수 있다. 팬데믹 초기에 목격한 것처럼 이윤 논리를 따르는 민간병원 대부분이 환자를 받지 않으려 할 것이다.

팬데믹 초기에 정부가 그나마 취할 수 있었던 조처는 극소수의 공공병원과 그 병원 노동자들을 ‘갈아 넣어’ 대처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전임 문재인 정부에 이어 윤석열 정부는 공공병원에 대한 최소한의 지원마저 삭감해 버렸다.

재확산은 물론이고 대처 과정에서의 무능도 정부가 남 탓할 상황은 아니다.

엠폭스, 조류인플루엔자 — 전염병의 시대

세계보건기구(WHO)는 8월 14일 엠폭스에 대해 국제 공중보건 비상사태(PHEIC)를 선언했다.

엠폭스는 코로나19 팬데믹 와중에 등장했다가 잦아들었지만 감염력과 치명률이 높아진 새로운 변이가 유행하기 시작한 것이다.

아프리카에서는 올해 들어서만 1만 8700여 명이 확진됐고 500여 명이 사망한 것으로 보고됐다. 이 지역의 빈곤과 열악한 보건 의료 체계를 고려할 때 그 규모는 훨씬 클 수 있다.

엠폭스는 치료제가 있다. 다른 감염병처럼 일정한 장비와 시스템이 있다면 확산도 막을 수 있다. 그런데 이들 가난한 나라에 지원이 계속 미뤄져 결국 새로운 변이 등장으로 이어진 것이다. 올해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세계보건총회에서도 서방 국가들은 서로 부담을 미뤄 아무 지원 계획도 마련하지 못했다.

한편, 미국에서는 젖소 목장에서 조류독감 유행이 이어져 전문가들이 긴장하고 있다. 가축에 감염력을 갖춘 바이러스는 인간에게도 전염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자본주의적 이윤 논리에 따르는 공장식 밀집 사육과 이를 유지하기 위한 항생제 남용, 열악한 노동조건과 위생 관리 등이 또 다른 감염병 대유행의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