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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위중증 환자 보호자가 치료비 폭탄 현실을 말한다

“할머니 힘들어? 조금만 참아요. 빨리 나아서 집에 가야지.” 코로나19 확진 후 수개월 동안 입원 중인 할머니가 그렁그렁한 눈으로 나를 노려 본다. “어디 한번 니가 해봐라!” 목에 긴 줄을 넣어 가래를 빼내는 ‘썩션’이 할머니에게는 여간 고통스러운 일이 아니었던 모양이다.

올해 94세인 내 할머니는 코로나19로 급성폐렴이 진행돼 중환자실에서 인공호흡기를 단 채 40여 일간 사투를 벌였다. 지난해 11월 초 정부가 ‘위드 코로나’ 한답시고 방역을 완화하던 무렵 내 할머니도 확진됐다. 당시 93세였던 할머니가 상급 종합병원 중환자실에 들어갈 수 있었던 건 ‘천운’이었다. 응급차로 이리저리 헤매다 네 번째 만에야 겨우 병원 문턱을 넘을 수 있었다. 산소포화도가 급격히 낮아져 조금만 늦었어도 아찔한 상황이 벌어질 터였다. 불행 중 다행이라 여길 만큼 의료 현장은 아수라장이었다.

날벼락 같은 코로나19 확진 소식에 이어 생명이 위독하다는 소식에 가슴을 쓸어내린 지도 얼마 지나지 않아 병상 부족을 이유로 치료 중인 위중증 환자들이 일반 병실로, 요양병원으로 ‘쫓겨나는’ 일도 벌어졌다. 의료진들이 고생해서 회복시킨 어느 80대 환자가 요양병원으로 옮겨간 지 열흘도 안돼 숨진 일도 있었다고 한다. 40일 동안 중환자실에서 사투를 벌여가며 살려낸 환자였다는데 말이다.

생명이 위독한 상황에서 새벽 4시쯤 담당 의사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던 때를 떠올리면 세 달이 지난 지금도 아찔하다. 당시 기록은 이렇게 남아 있다.

“인공호흡기를 뽑지 못할 가능성, 호흡기관을 끼운 채로 사망할 가능성 충분히 있는 상태로, 현재의 치료는 무의미한 연명치료가 될 가능성이 높음을 설명함. 심폐소생술로 소생 가능성이 낮으며, 오히려 가슴 압박으로 인한 갈비뼈 골절, 혈흉, 혈복강 등으로 환자가 존엄성을 지키지 못하고 임종을 맞을 수 있어 가슴 압박은 하지 않는 것으로 보호자 동의 구득함.”

마지막 숨을 붙들고 두 배, 세 배 열심히 뛰었다는 심장 덕분인지 할머니는 다행히 최악의 상황을 면했다. 지금은 인공호흡기도 뽑고, 기관절개 했던 부위도 아물어 목소리도 되찾고, 식사도 할 수 있는 수준까지 회복해서 요양병원으로 옮겨 치료를 받고 계신다. 담당 의사도 반신반의했다는데 그야말로 기적이다.

90대 할머니가 코로나19를 이겨낸 기적의 기쁨을 만끽하는 것도 잠시, 지금은 언제 끝날지 모를 후유증 치료와 의료비 걱정에 벌써부터 눈앞이 캄캄하다. 코로나19 폐렴으로 폐가 딱딱하게 굳어 섬유화가 진행된 탓에 산소포화도가 낮아 할머니는 앞으로도 산소호흡기 줄을 코에 달고 지내야 한다.

오랜 입원 생활로 근육량이 줄면서 일어서고 걷는 것이 힘들어 재활치료를 해야 하는데, 항생제 내성균에 감염돼 격리실로 옮기는 바람에 그마저도 중단됐다. 쓸 수 있는 항생제 종류도 이제 얼마 남지 않아 염증이 재발하면 돌이킬 수 없게 되니 조마조마하고 매 순간 불안하다.

할머니 건강 회복에 신경 쓰는 것만으로도 하루하루 정신적 스트레스와 피로도가 높은데 환자 가족이 넘어야 할 현실적 문제들은 끝이 없다. 코로나19 위중증 환자들은 꽤 오랜 기간 치료를 받곤 하는데 입원 후 일정 기간이 지나면 병원을 옮기라는 압박을 받는다. 중환자실 입원 기간이 20일을 넘으면 정부로부터 전원 행정명령이 떨어지는 것이 대표적이다. 2차 병원으로 옮겨도 일정 기간 지나면 또다시 옮길 병원을 찾아야 하고 간병사도 새로 구해야 한다. 내 할머니의 경우도 서울 소재 3차병원에서 한 달 반, 이후 2차 병원에서 한 달, 그리고 지금은 요양병원으로 옮겨 2주째 치료를 받고 있다.

의료비 폭탄

치료에 적합한 병원을 알아보고, 간병사를 새로 구하는 일은 그나마 쉬운 일이다. 진짜 문제는 의료비 폭탄이다. 정부가 “격리 해제 전까지”라는 기준을 달아 코로나19 치료비 지원에 제한을 두고, 그나마 지원되는 부분에서도 비급여 항목은 환자와 가족에게 떠넘기고 ‘나몰라라’ 하고 있기 때문이다.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더니 딱 그 상황이다.

격리 해제는 보통 증상 발현이나 확진 후 20일을 기준으로 이루어지는데, 문제는 20일간 치료를 받고도 여전히 중환자실을 벗어날 수 없는 위중증 환자들이 적지 않다는 점이다. 격리 해제 후 코로나 중환자실을 나와 일반 중환자실로 이동한 순간부터 발생하는 모든 비용은 환자 가족이 떠안아야 한다.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하루 수십만 ~ 100만 원이 넘는 치료비를 감당해야 하는 이들의 생계가 파탄 나는 일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의 1월 통계 자료에 따르면, 중환자의 평균 입원 일수는 31.6일, 하루 평균 치료비는 156만 원이다. 최근 정부 발표를 보면 격리 해제 기간을 7일로 단축했는데 가뜩이나 제한적인 위중증환자 치료비 지원에 악영향을 미칠까 봐 우려스럽다.

가까스로 급성기 치료를 마치고 일반 중환자실이 아닌 일반병동으로 옮긴 환자들의 상황도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중환자실 치료가 필요한 환자인데도 병실 부족을 이유로 일반병실로 옮겨야 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중환자실을 나오면 가장 먼저 간병 문제에 맞닥뜨리게 된다. 돌봐줄 여력이 안돼 간병사를 따로 두는 경우 많게는 하루 15만 원을 부담해야 한다. 코로나19 위중증 환자들은 면역이 약해진 탓에 여러 합병증을 주렁주렁 달고 산다. 치료가 하루 이틀 만에 끝나리란 보장이 없다.

내 할머니는 ‘약물유발 부신피질부전’, ‘상세불명의 코로나-19 이후 병태’, ‘상세불명의 철결핍빈혈’, ‘저오스몰랄농도 및 저나트륨혈증’, ‘저칼륨혈증’, ‘상세불명 병원체의 기타 폐렴’, ‘카바페넴내성장내세균속균종 감염증’ 등으로 후속 치료를 받고 있다. 코로나19 감염 이전 일상으로 회복하는 데는 수개월, 수년이 걸릴 수도 있는데 정부 지원은 턱없이 부족하고 ‘비용 걱정 없이 끝까지 적극적인 치료’를 받는다는 것은 언감생심이다. 언제 끝날지 기약 없는 터널을 지나야 하는 환자와 가족들은 눈덩이처럼 불어난 의료비와 간병비를 생각하면 그저 막막하기만 하다.

코로나19에 감염된 가족의 건강뿐 아니라 치료비 폭탄에도 전전긍긍해야 하는 가혹한 현실 ⓒ조수진

고스란히 가족들의 몫

내 할머니의 경우 3차 병원에 입원한 53일 동안 진료비 총액이 9400만 원가량 나왔다. 이 중 본인부담금과 비급여 항목, 간병비 등 가족이 직접 부담한 비용이 640만 원이다. 이후 옮겨간 2차 병원에서 30일 입원하고 가족이 내야 한 비용도 490만 원이었다. 현재 입원한 요양병원은 격리실 비용이 추가돼 앞으로 월 220만 원을 부담해야 한다.

지난 3개월 동안 지출한 의료비와 간병비, 각종 비용만 합산해도 1200만 원을 넘는다. 앞으로 발생하는 모든 비용도 고스란히 가족들의 몫이라 여간 부담스러운 게 아니다.

내가 들어가 있는 ‘코로나19 중증환자 보호자’ 단톡방에 올라온 글들을 보면 우리 가족의 경우는 그나마 나은 편이다. 이 단톡방에는 200여 명의 보호자들이 들어와 있는데, 11월 초에 입원해 100일 넘게 치료받은 환자 A씨의 진료비 총액은 1억 2100만 원이 산정됐는데 건강보험공단 부담금을 제외하고도 본인 부담금이 3000만 원을 넘는다. 2월 중순 기준으로 발급된 중간 정산액이 이 정도니 앞으로 남은 치료에 들 비용은 더 늘어날 것이다.

서울 소재 3차 병원 중환자실에 입원한 또 다른 환자 B씨에게는 현재까지 4800만 원이 청구됐다고 한다. 보험을 들었지만 5000만 원까지만 적용돼 중환자실 치료가 한참 남은 가족들은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환자 C씨의 치료비는 현재 3200만 원을 넘어가고 있다. 건강보험 상한제가 있지만, 비급여 항목이 많은 경우는 적용이 안 돼 대출을 받아 병원비를 내야 하는 처지다.

코로나 중환자실에 57일 입원 후 일반 중환자실로 옮겨 10일 추가로 있었던 환자 D씨의 가족은 2500만 원 정도를 부담했다.

2월 말 현재 대학병원 중환자실에 입원한 지 54일째 되는 환자 E씨에게도 2000만 원이 청구돼 있다. 단톡방에서 자체 조사한 환자 50명의 한 달 평균 입원비는 1000만 원에 달한다.

눈물 없이는 읽을 수 없는 기구한 사연들도 단톡방에 올라온다. 같이 살던 가족들이 전부 확진돼 결국 아버지를 잃고, 동생은 중환자실에 있고 어머니도 입원 치료 중이라던 사연이 기억에 남는다. 온 가족이 확진된 탓에 따로 떨어져 살던 자녀가 홀로 아버지 장례를 치르고 동생과 어머니의 치료를 살피고 있다는데 이 가정에도 곧 의료비 폭탄 문제가 들이닥칠 것이다. 이들 가족은 신속항원검사 결과 음성인 상태에서 호흡곤란 증상이 나타났는데 정부의 엉터리 방역 정책이 평범한 가족의 삶을 순식간에 풍비박산으로 몰고 갔다며 분통을 터트렸다.

90대 중반의 고령에도 건강한 일상생활이 가능했던 내 할머니는 코로나19에 감염되면서 하루 아침에 중환자실 치료를 받아야 했고 지금도 병원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예후가 좋지 않아 장례 절차를 알아보고, 영정 사진으로 쓸 만한 사진을 추리면서 몇 번이고 마음이 무너져 내렸던 때를 생각하면 기적처럼 회복해 가는 지금 상황은 감사하기 그지없다. 삶의 끈을 놓지 않고 꿋꿋이 견뎌내고 있는 모든 환자와 그 가족들도 아마 같은 심정일 것이다.

그러나 현실의 벽은 너무 높고 고통스럽다. 지푸라기 잡는 심정으로 ‘하루만 더’, ‘제발 오늘도 무사히’를 되뇌고 기적을 빌고 또 빌었던 가족들은 이제 의료비 폭탄을 감당해야 한다. 막막한 치료비 걱정에 억울하고 원통하고 홧병이 날 지경이다.

위험한 고비를 넘겨 안도의 한숨을 내쉰 것도 잠시, 앞으로 치료가 얼마나 걸릴지 퇴원은 할 수 있을지 모르는데 격리 해제 후 모든 치료비를 환자와 그 가족이 부담하라는 건 정말이지 무책임한 처사다.

정부의 방역 대책 실패 책임을 생사의 기로에서 겨우 살아남은 환자와 그 가족들에게 완전히 떠넘기는 것이 아니고 무엇인가.

환자 보호자들의 목소리 ⓒ조수진

생색내기

자본주의 이윤 시스템은 코로나19 위기를 해결하지도 못하는 무능한 방식인데, 평범한 사람들의 희생과 목숨을 대가로 도박을 벌이는 위험천만한 체제라는 게 더 문제다.

글을 쓰는 지금 이 순간에도 확진자가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위중증 환자도 가파르게 늘고 있어 너무 속상하고 안타깝다.

할머니와 내 가족들이 겪고 있는 문제를 머지않아 더 많은 사람들이 겪게 될텐데도 정부는 대책 없이 방역을 완화하고 사태를 악화시키고 있다. 형편이 넉넉하지 않아 의료 실비 보험 없이 감당하는 사람들, 비용을 감당할 수 없어 가족을 일찍 떠나보내는 선택으로 내몰리는 사람들, 천정부지로 치솟는 의료비 탓에 가족 간 갈등으로 치닫는 사람들이 부지기수일 것이다.

한때 정부는 K-방역이 성공적이라며 자화자찬하고 생색을 냈다. 그러나 지금은 하루 확진자가 20만 명에 달하기 직전이고, 지난 일주일 사이에만 100만 명이 추가로 감염됐다. 확진자의 절대수가 늘면 위중증 환자도 증가할 수밖에 없고, 앞서 언급한 의료비 폭탄으로 고통받는 가정도 점점 더 늘어날 것이다. 오죽하면 “Kill 방역”이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다.

병원 문턱을 넘어서 보지도 못하고 재택 치료 중 사망하는 사람들에 비하면 치료를 받는 사람들은 그나마 다행이라 여길 수도 있다. 하지만 수천만 원을 넘는 치료비를 보면 “Kill 방역”이긴 매한가지다.

문재인 정부가 무엇을 걸고 방역을 완화하는지 분명하다. 방역 완화는 바로 평범한 사람들 목숨을 가지고 벌이는 위험천만한 도박이다. 심지어 그 도박판 비용까지 개인들에게 떠넘기고 있다.

코로나 3년차에 접어들었지만 정부는 근본 대책없이 시간을 허비하고 땜질 처방으로 생색 내기하고 있다. 정부는 벼랑 끝으로 내몰린 사람들의 처지를 방치하지 말고 후유증을 포함해 코로나19로 인한 치료비와 간병비 등 일체의 비용을 전액 무상으로 지원하고 책임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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