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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어떻게 에르도안이 튀르키예 대선에서 승리했을까?

에르도안은 코로나19, 지진 참사 등 수많은 사람들을 죽음에 내몰았지만, 대안다운 대안이 없어 선거에서 반사이익을 얻었다 ⓒ출처 NATO(플리커)

20년 동안 집권한 튀르키예 대통령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이 5월 28일 재선해 집권 연장에 성공했다. 에르도안은 결선 투표에서 약 52퍼센트를 득표해, 48퍼센트를 득표한 공화인민당 후보 케말 클르츠다로을루를 눌렀다.

이미 2주 전 1차 투표에서 에르도안이 클르츠다로을루를 앞섰기에 에르도안의 승리가 점쳐졌다. 3위 후보인 파시스트 시난 오안이 결선 투표에서 에르도안을 지지했다.

그럼에도 에르도안이 승리한 이전 선거보다 표차가 훨씬 더 근소했다.

에르도안은 탄압과 소수 민족인 쿠르드족에 대한 무자비한 공격을 통해 지배했다. 선거 승리 후 연설에서 에르도안은 야당을 비난하고 “성소수자 애호가”라고 헐뜯었다.

국영 언론을 완전히 장악한 것이 에르도안의 선거 운동에 큰 도움이 됐다.

전 세계 독재자들이 에르도안에게 서둘러 축하 인사를 전했다. 카타르 국왕 셰이크 타밈 빈 하마드 알타니, 헝가리 극우 총리 오르반 빅토르는 최종 결과가 발표되기도 전에 기쁨을 표했다.

행세

그러나 에르도안은 노동계급과 빈민의 일부를 규합하기도 했다. 에르도안은 이슬람을 탄압하는 억압적인 군부와 야당의 ‘위협’에 맞서 무슬림 권리의 대변자를 자처했다.

에르도안은 지난 20년 동안 나토의 침략적 제국주의를 대부분 지지해 왔으면서, 위선적이게도 우크라이나 전쟁의 평화 중재자이자 미국 군국주의의 반대자 행세를 했다.

그러나 에르도안은 야당의 혼란과 우경화에서도 득을 봤다.

야권은 1차 투표에서 승리를 기대했다. 클르츠다로을루가 50퍼센트 넘게 득표해 결선 투표 없이 당선할 수 있다는 여론 조사에 근거한 희망이었다.

그러나 그 희망은 실현되지 않았다. 코로나19로 10만 명이 넘게 사망하고, 인플레이션이 만연하고, 2월 지진으로 최소 5만 명이 사망하고 정부가 그 지진에 제대로 대처하지도 못했지만, 단지 커다란 위기가 있었다고 해서 클르츠다로을루의 승리가 보장되지는 않았다.

클르츠다로을루는 쿠르드족의 권리에 대한 지지를 철회하고 난민 공격을 강화하는 것으로 대응했다.

1차 투표 선거 운동에서 클르츠다로을루는 쿠르드계 정당인 인민민주당(HDP)의 전 공동 의장 셀라하틴 데미르타스를 석방하겠다고 여러 차례 공언했다. 이는 시민적 권리와 민주적 자유를 방어하겠다는 더 큰 공약의 일부였다.

그러나 1차 투표 후 첫 유세에서 클르츠다로을루는 입장을 180도 선회해 이렇게 말했다. “에르도안, 당신은 테러 조직과 여러 번 협상 테이블에 앉아 국민 모르게 비밀 합의를 하지 않았던가.” 2013년에 에르도안 정부가 쿠르드족 무장 운동 단체인 쿠르드노동자당(PKK)과 단기간 휴전을 선언한 바 있다.

또 클르츠다로을루는 집권하자마자 “모든 난민을 집으로 돌려보내겠다”고 공언했다. 튀르키예에는 시리아 난민 350만 명과 아프가니스탄 등지에서 온 난민들이 있다.

클르츠다로을루는 이렇게 외쳤다. “에르도안, 당신은 국경을 지키지 않았다.”

이러한 원칙 없는 양보로 일부 우파를 끌어들였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다른 사람들은 반발했다.

디야르바키르[쿠르드족이 다수인 도시] 소재 쿠르드연구센터의 레하 루하비오을루 소장은 클르츠다로을루가 우경화하면서 쿠르드 유권자들이 야권 연합에 대한 관심을 잃었다고 지적했다. “이 동기 상실은 공화인민당의 정치 담론이 화해에서 안보 정치로 전환한 것에서 비롯했습니다.”

디야르바키르의 1차 투표 투표율은 82퍼센트였는데 2차 투표에서는 76퍼센트로 떨어졌다. 야권을 선호했던 대도시의 투표율도 하락했다.

결선 투표일인 5월 28일은 반정부 운동인 게지 공원 운동이 시작된 지 10주년이 되는 날이었다. 이스탄불의 유명한 탁심 광장에 인접한 게지 공원에서 벌어진 일련의 시위와 소요로 시작된 그 운동은 그 뒤 튀르키예 전역으로 확산됐고, 수십 년 만에 가장 큰 반정부 소요로 번졌다.

최근 튀르키예 노동자들은 생활 수준 하락에 맞서 파업에 돌입하기도 했다. 그러나 야당의 선거 운동은 이러한 저항을 전혀 대변하지 못했다.

5월 28일 투표를 앞두고 튀르키예의 사회주의 단체인 혁명적사회주의노동자당은 이렇게 지적했다. “누가 집권하든 간에 노동계급과 억압받는 사람들에 대한 맹렬한 경제적 공격이 시작될 것이다.”

이어서 이렇게 강조했다. “우리는 모든 노동자와 모든 반정부 세력이 인종차별에 맞서 이주민·쿠르드족과 적극적인 연대를 신속하게 조직할, 단결된 투쟁을 위해 결집할 것을 촉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