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튀르키예 대선:
에르도안이 근소하게 앞섰지만 광범한 불만도 확인되다

5월 28일 튀르키예 대선 결선 투표가 시행될 예정이다. 20년 동안 장기 집권한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이 승리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지난 5월 14일 대선 투표에서 에르도안은 49.51퍼센트를 득표해 주요 경쟁자인 케말 클르츠다로을루의 44.88퍼센트를 앞질렀다. 클르츠다로을루 측은 일부 투표소에서 조작과 부정행위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3위를 한 시난 오안은 극우 후보이고 클르츠다로을루를 지지할 공산이 크지 않다.

에르도안은 튀르키예를 억압적으로 통치해 왔다. 에르도안은 언론과 사법부를 통제하고, 경제의 상당 부분을 쥐락펴락하고, 쿠르드족 운동을 무자비하게 탄압했다.

많은 여론조사에서 에르도안이 클르츠다로을루에 밀리는 결과가 나왔다. 최근 튀르키예에서는 물가가 치솟아 노동자와 가난한 사람들이 큰 타격을 입었다. 공식 물가 상승률은 지난 10월 85퍼센트까지 올랐고, 지금도 45퍼센트에 달한다.

올해 초 지진으로 5만 명 이상이 죽고 수백만 명이 이재민이 됐다. 에르도안은 지진에 대비하지 않았고 대응도 굼떴다.

에르도안은 정권을 연장하려는 필사적인 노력의 일환으로 투표를 앞두고 유권자들의 환심을 사기 위한 일련의 조처들과 공약들을 내놓았다. 저임금 공무원 급여를 45퍼센트 인상한다고 발표하고, 한 달간 천연 가스 무료 배급, 전기 가격 인하, 최저 임금 인상 등을 공약했다.

동시에 에르도안은 성소수자들을 공격하고, 클르츠다로을루가 소수 종파인 알레비파 신자라는 점을 이용해 종파 갈등을 부추겼다.

에르도안은 가혹한 탄압으로 튀르키예를 통치해 왔지만 동시에 상당한 지지 기반을 유지하고 있다. 에르도안이 무슬림의 대변자를 자처하며 정권을 잡았기 때문이다. 그 전의 정부와 군부는 세속주의를 표방하며 이슬람을 억눌러 왔었다.

에르도안은 경제 위기에 대한 불만을 권위주의 강화로 억눌러 왔다 ⓒ출처 튀르키예 대통령궁

그렇지만 경제 위기와 에르도안의 권위주의 통치에 대한 광범위한 불만이 클르츠다로을루에 대한 상당한 지지로 나타나고 있다.

그는 에르도안에 반대하는 운동을 벌이고, 에르도안의 민주주의 공격에 맞서 싸운 전력이 있다. 클르츠다로을루는 시민권과 더 많은 정치적 자유를 요구한다.

1차 투표 결과가 나오자 클르츠다로을루는 다음과 같이 논평했다. “우리 국민들이 결선 투표를 하자고 한다면 이를 존중하겠다. 에르도안은 자신에 대한 신임 투표가 되리라고 기대했던 투표에서 이기지 못했다. 앞으로 15일 동안 우리는 권리와 법치, 정의를 위해 싸울 것이다.”

클르츠다로을루는 노동계급이 밀집한 이스탄불, 앙카라, 이즈미르와 같은 대도시 지역에서 에르도안을 앞질렀다. 쿠르드족 다수 지역인 튀르키예 남동부에서는 클르츠다로을루가 70퍼센트 넘는 득표율을 기록했다.

튀르키예의 혁명적 사회주의 조직인 혁명적사회주의노동자당은 성명에서 여성, 성소수자, 시리아 난민, 노동조합, 그리고 민주주의 권리를 공격하는 에르도안에 맞서 클르츠다로을루에 비판적 투표를 할 것을 호소했다. 동시에 혁명적사회주의노동자당은 클르츠다로을루가 집권할 경우 노동계급에 대한 경제적 공격이 시작될 것이라고도 경고했다.

클르츠다로을루의 당선 자체가 근본적인 대안이 아니기 때문이다. 클르츠다로을루는 주류적 경제 정책을 공약했다. 가난한 이들에게 이것은 더 큰 고통을 의미할 뿐이다. 또, 클르츠다로을루는 2년 안에 시리아 난민 360만 명을 튀르키예에서 추방하겠다고도 공약했다.

투표를 며칠 앞두고 클르츠다로을루는 러시아를 신랄하게 비판했다. 이는 나토 지도자들의 눈에 들려고 한 일일 것이다. 튀르키예는 나토 회원국이지만 에르도안은 서방과 러시아 사이에서 줄타기를 해 왔다.

대선과 동시에 치러진 총선에서 에르도안의 연정이 1위를 차지했지만, 득표율은 35퍼센트로 2012년 이래 최저 기록이다. 아직 에르도안과의 전투는 끝나지 않았다.

에르도안은 누구인가?

1994년 이스탄불 시장을 지낸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은 2002년 총선에서 정의개발당을 승리로 이끌고 다음해 총리가 됐다.

에르도안 정부는 IMF 차관을 들여 와 건설 개발 붐을 일으켰고, 튀르키예는 높은 경제성장률을 구가했다.

이를 배경으로 에르도안은 저렴한 공공 주택을 보급하고 의료 서비스를 확대하며 대중적 지지를 확보했고, 덕분에 연이어 집권에 성공했다. 또, 건설 인프라 투자와 제조업 성장으로 막대한 부를 쌓은 신흥 자본가들도 에르도안을 지지했다.

그뿐 아니라 에르도안은 국민의 대다수가 무슬림인 상황에서 공공장소에서 히잡 등의 착용을 허용해 지지를 얻었다. 세속주의를 표방하며 튀르키예를 전통적으로 지배해 온 군부는 에르도안을 못마땅하게 여겨 왔다.

튀르키예에서 군부의 영향력은 강력했다. 튀르키예 건국 후 70년 동안 군부는 자신들의 권력에 도전하는 정부들을 세 차례나 쿠데타로 갈아 치운 전례가 있었다.

2016년 군부 내 일부 세력의 쿠데타 기도는 에르도안에 대한 군부의 불만이 폭발한 사건이었다. 에르도안은 튀르키예 국가에서 강력한 영향력을 행세해 오던 군부를 통제하려 들었고, 장성들은 이에 반발했다.

하지만 그 쿠데타는 군부의 정치 개입에 반대하며 거리로 쏟아져 나온 운동으로 인해 결국 좌절됐다. 쿠데타 주도 세력은 철저하게 숙청당했다. 병력의 3분의 1이 쿠데타 이후 교체됐다는 추산도 있다.

에르도안은 쿠데타 세력 숙청이라는 명목으로 정부에 비판적인 목소리를 내는 지식인, 정치 활동가, 언론인, 노동조합 활동가도 대거 탄압했다.

이에 더해 에르도안은 세계경제 침체기에 도입한 초저금리 정책을 지난해 미국의 금리 인상 행보 이후까지 고수하다가 물가가 살인적으로 치솟았다. 이는 평범한 튀르키예인들의 생계를 강타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지진이 발생해 수만 명이 목숨을 잃은 것이다. 건설 자본가들의 배를 불려 주려고 규제를 완화한 것이 피해를 키웠다.

이런 광범위한 불만 때문에 에르도안은 집권 이래 처음으로 1차 투표에서 과반 득표를 하지 못했다. 그러나 공화인민당의 클르츠다로을루도 충분한 기대를 불러일으키지 못했다.

에르도안은 집권 후 시리아와 리비아 등 주변국들의 각종 분쟁에 개입해 나름 아류 제국주의적 야심을 추구했다. 동시에 국내에서는 노동계급을 쥐어짜고 민주주의를 옥죄었다.

에르도안에 맞선 진정한 대안은 아래로부터의 저항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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