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15 팔레스타인 연대 집중 행동의 날:
1000여 명의 행진이 거리에서 큰 환영과 지지를 받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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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복절에 열린 팔레스타인 연대 집회와 행진은 기세가 넘쳤다. 규모도 컸고 매우 다양한 사람들이 참가했다.
8월 15일 오후 2시 서울 종로 이스라엘 대사관 맞은편 도로에서 ‘팔레스타인인들과 연대하는 사람들’(이하 팔연사) 주최로 ‘팔레스타인 연대 집중 행동의 날’ 집회가 열렸다.
다양한 구성의 사람들이 1000명 가까이 모였다. 팔레스타인인들, 이집트인 등 아랍인들, 방글라데시 노동자들과 다양한 인종과 국적의 사람들이 모였다. 버스를 대절해 새벽부터 서울로 향한 부산·울산·대구의 팔레스타인 연대 활동가들도 모였다. 연령대도 다양했다.
다양한 참가자들을 위해 영어와 아랍어(구두 통역), 벵골어와 인도네시아어(자막) 통역이 제공됐다.
집회 시작 전부터 다양한 부스가 펼쳐졌다. 이집트인들이 준비한 시원한 과일 주스는 행진 전후로 참가자들의 인기를 끌었다.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소속 의사들은 온열 환자 발생 등에 대비해 부스를 차려 참가자들을 지원했다. 팔레스타인인들과 연대하는 노무사모임도 노동 상담 부스를 차렸다.
한국의 글로벌 팔레스타인 연대 운동이 10개월째 이어지는 가운데 두 달 만에 열린 집중 행동에 모인 참가자들은 서로 얼굴을 알아 보며 반가워하기도 했다.
참가자들이 우애로운 것은, 최근 강도를 더해 가는 이스라엘의 광기 어린 인종 청소 만행에 대한 깊은 분노를 함께 공유하기 때문이다. 또한 불의에 맞선 저항을 지치지 않고 함께 이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사회자로서 참가자들을 환영한 팔레스타인인 유학생 나리만 씨는 이스라엘의 만행을 규탄하며 집회를 시작했다.
“최근 가자 지구에서 발생한 타바인 학교 학살과 칸 유니스에 대한 이스라엘의 지상 공격 같은 끔찍한 학살을 잊어서는 안 됩니다. 이스라엘은 미국의 무한한 지원을 받으며 팔레스타인뿐 아니라 중동 전체에 위협이 되고 있습니다. 우리는 이러한 범죄에 맞서고 팔레스타인의 대의가 여전히 우리 마음의 중심에 있다는 것을 전 세계에 보여 주려고 이 자리에 모였습니다.”
나리만 씨를 비롯해 이날 집회와 행진에서는 여러 재한 팔레스타인인 청년·학생들이 활약했다.
첫 발언자는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출신 엔지니어이자 인권 운동가인 마르얌 씨였다. 마르얌 씨는 팔레스타인 저항시들을 인용하며 굴복하지 않는 팔레스타인인의 긍지를 보여 줬다.
“시온주의자들은 팔레스타인인들의 대의를 소멸시킬 수 있다고 생각하며 범죄를 계속합니다. 그러나 우리 가자 사람들은 팔레스타인 해방의 대의를 포기하지 않을 것입니다. 팔레스타인 시인 타우피크 자야드가 수십 년 전에 노래한 것처럼 말입니다. ‘배고프고, 벌거벗고, 도전적인 시를 노래하며. 성난 거리를 데모로 채우고, 감옥을 자부심으로 채우고, 대대로 아이들을 분노케 하고. 마치 우리가 불가능이 스무 개인 것처럼.’
“시인 아흐마드 마타르도 말했습니다. ‘그들은 꽃을 죽였다. 꽃은 말했다. 내 뒤에는 반란을 일으킬 새싹이 있다고.’”
팔레스타인인 유학생 나심 씨도 연단에 올라 인종 학살을 이어가는 이스라엘과 그것을 “계속 지켜보며 박수를 보내”는 ‘국제 사회’를 규탄하며 계속 투쟁하자고 호소했다.
“우리는 팔레스타인인들의 자유를 위한 투쟁을 멈추지 않을 것입니다. 팔레스타인인들은 혼자 싸우는 게 아니고, 우리는 그들을 내버려 두지 않고 끝까지 투쟁할 것입니다.”
“[가자 전쟁 1년을 맞아] 10월 6일 일요일에 서울에서 열릴 전국 집중 행동의 날에 반드시 참가해 주십시오.
“우리는 이 불의와 학살 앞에서 단 한 순간도 침묵하지 않았습니다. 이 학살이 끝날 때까지, 그리고 모든 억압받는 사람들이 자유를 쟁취할 때까지 이 행진을 완주할 수 있도록 함께해 주십시오. 팔레스타인 만세!”
한국인들이 일본 제국주의에서 독립한 날인 광복절에 열린 집회인 만큼, 많은 참가자들이 팔레스타인 독립에 대한 지지와 희망을 표했다.
나눔문화 윤지영 연구원은 박노해 시인의 시를 인용하며 “팔레스타인 광복의 날을 향해 함께 걸어”가자고 호소했다.
“거대한 악이 이해할 수 없는 선이, 야만이 이해할 수 없는 인간 정신이, 패배와 절망이 이해할 수 없는 희망이 깜빡이고 있다는 걸 나는 알고 있다.
“세계의 모든 어둠과 악이 총동원되었어도 결코 굴복시킬 수 없는 한 사람이 살아 있다면 저들은 총체적으로 실패하고 패배한 것이다.”
부산에서 팔레스타인 연대 활동을 하는 재한 이집트인 샤이마 씨는 한국의 일제강점기 역사를 상기시켰다.
“한국인들은 독립을 요구하며 평화 시위도 벌였고, 일제에 맞서 무장 저항을 벌이기도 했습니다.
“팔레스타인의 대의를 위한 여러분의 인내와 지원에 감사 드립니다. 언젠가 우리 자녀와 손주들이 팔레스타인 광복절을 기념하게 될 것입니다.”
이집트인 정치 활동가 알리 씨는 이렇게 말했다.
“일제 강점기에 한국인들은 일제에 맞서 저항하고 자유를 위해 희생했습니다. 오늘 우리는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자신의 땅을 지킬 권리를 지키기 위해 이 자리에 섰습니다.
“가자지구에 대한 살육과 말살, 시온주의 적과의 포위 공격에 가담한 아랍 국가 정부를 필두로 모든 세계 강대국들이 팔레스타인인들을 실망시켰지만, 굳건한 그들은 승리해 조국을 해방시킬 것이며, 우리는 가자지구에서의 전쟁이 멈출 때까지 절망하지 않을 것이며 멈추지도 않을 것입니다.”
이집트인 참가자들은 행진 때도 엘시시의 반혁명에 맞섰던 노래를 합창했다.
미국인 영어 강사 스튜어트 씨는 “미국이 이스라엘에 35억 달러의 무기 구매 자금 지원을 발표한지 불과 몇 시간 만에” 이스라엘이 타바인 학교 등을 공격했다면서 미국 정부를 규탄했다.
“미국 정부는 법까지 위반해 가면서 이스라엘을 계속 후원하고 있습니다. 미국 정부는 분쟁의 중재자가 아니라 인종 학살의 공범입니다.
“우리의 요구는 간단합니다. 지금 당장 무기 금수 조치를 취하라. 인종학살을 중단하라.”
이날 집회에는 전국 각지에서 팔레스타인 연대 운동을 건설하는 활동가들이 많이 참가했고, 그들을 대표해 세 명이 발언했다.
대구에서 온 김미경 씨는 최근 대구에서 첫 팔레스타인 연대 집회를 열었고 다양한 내외국인들의 참가로 성공적이었다는 소식을 알리며, “이스라엘의 만행에 맞서 이 먼 한국, 그리고 대구에서도 계속 팔레스타인 연대 행동을 해 나가겠”다고 결의를 밝혔다.
울산 팔연사 활동가이자 현대중공업 노동조합 분과동지연대회의 활동가인 권준모 씨는 울산의 팔레스타인 연대 운동이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고 알리며 “요르단강에서 지중해까지 팔레스타인이 해방되도록” 운동을 키워나가겠다고 다짐했다.
부산 대표로는 앞서 소개한 샤이마 씨가 발언했다.
집회가 진행되는 동안 참가자가 계속 불어났다. 행진이 시작될 즈음에는 집회 시작 때의 두 배가 돼 있었다.
참가자들은 다양한 팻말과 팔레스타인 국기를 들고 거리로 나섰다.(팔연사의 청년·학생 자원봉사자들은 팔레스타인 손깃발 1000개를 직접 만들어 나눠줬다.)
“팔레스타인 독립 만세! 롱 리브 팔레스타인!”을 외치며 시작된 행진은 기세 있게 종각을 지나 미국 대사관, 경복궁, 인사동, 종로를 거쳐 다시 이스라엘 대사관 맞은편으로 돌아왔다.
거리의 시민, 외국인들도 적극적인 관심을 보였다.
자원봉사자 청년들이 나눠 주는 집회 홍보물, 팻말, 깃발들을 받아 들고 행진에 합류한 이들이 100명이 넘었다. 이들은 짧은 거리라도 함께 행진하면서 절박한 팔레스타인인들과 연대하려고 했다. 참가자가 불어나면서 행진 대열은 더욱 기세가 올랐다. 폭염도 이들을 막지 못했다.
기세 있는 행진이 거리에서 환영 받고, 즉석에서 사람들을 끌어들이는 것은 정치적·도덕적 대의명분의 힘을 보여 준다.
열정 넘친 행진은 이스라엘 대사관을 향한 분노와 증오를 내뿜으며, 전국 곳곳에서 팔레스타인 연대 행동을 계속 이어가자는 결의로 마무리됐다. 참가자들은 가자 전쟁 1년을 맞아 10월 6일 일요일에 벌어질 전국 집중 행동의 날에 더 크게 모이자고 서로 약속했다.
한국의 글로벌 팔레스타인 연대 운동은 1·13 팔레스타인 연대 국제 행동의 날(700여 명), 6월 23일 전국 집중 행동의 날(2000여 명)에 이어 오늘 또다시 활력을 보여 줬다.(앞의 두 집회는 그 시점에서 역대 최대 규모 집회였다.)
여러 경로로 현지의 팔레스타인인들이 머나먼 한국에서의 글로벌 팔레스타인 연대 운동에 감사와 감동을 전해 오고 있다. 한국의 팔레스타인 연대 운동은 팔레스타인인들의 저항과 연결돼 있다. 저항과 연대가 멈추지 않는 한, 우리 모두는 팔레스타인인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