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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무기 경쟁: 권력, 이윤, 공포

일반인공지능(AGI)을 개발하려는 경쟁은 단지 기업 이윤을 위한 것이 아니다. 그 경쟁은 이제 공포로 추동되는 국가 간 충돌이 됐다.

인공지능(AI) 개발은 어마어마한 규모로 커졌고, 최상위 기업들은 거대언어모델(LLM)을 훈련하고 개발하는 데에 10억 달러[1조 3000억 원]가 넘는 돈을 쓰고 있다. AGI를 개발하려는 경쟁에는 3000억 달러[390조 원]가 넘게 소요될 것이라고 한다. 이것은 더는 자본주의적 이윤 경쟁인 것만이 아니다. 그 경쟁은 공포로 추동되는 국가 간 충돌이며, 이 충돌은 지정학적 긴장과 세계 지배에 대한 갈망으로 추동되고 있다.

구글의 전 최고경영자 에릭 슈밋의 최근 인터뷰(영상)는 큰 판돈이 걸린 그 경쟁을 테크 기업들이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를 짐작케 한다. 에릭 슈밋은 AI를 이용해 틱톡처럼 인기 있는 앱을 몇 분 안에 베끼고 경쟁에서 누르는 시나리오를 설명한다. “생각해 보라. 거대언어모델에 이렇게 주문하는 것이다. ‘틱톡을 베껴서 사용자를 모두 훔쳐오고, 음악을 모두 훔쳐오고, 나의 선호를 반영하는 앱을 30초 내로 만들어서 배포해 봐. 1시간 안에 그 앱이 유명세를 타지 못하면 살짝 변화를 줘서 다시 해 봐.’” 반쯤은 농담일 수 있지만, 그의 말에는 테크 산업과 AI 산업이 자본주의의 틀 내에서 작동하는 방식에 관한 중요한 진실이 담겨 있다. 슈밋은 이렇게 말했다. “그 앱이 인기를 끄는 데에 성공한다면, 변호사를 잔뜩 고용해서 성가신 문제들을 해결하도록 하면 된다. 반대로 누구도 그 앱을 사용하지 않는다면, 컨텐츠를 몽땅 훔친 것도 문제되지 않을 것이다.”

이처럼 성공이 모든 수단을 정당화한다는 사고방식은 자본주의가 어떻게 이윤과 권력을 최우선에 놓고 많은 경우 이를 위해 윤리, 노동자 권리, 심지어 국제적 안정까지도 희생시키려 하는지를 상징적으로 보여 준다. 주요 자본주의 기업들은 각 국민 경제에서 상당한 비중을 차지할 정도로 커졌다. 그 결과, 그 기업들의 수익성은 국가적 관심사가 됐다. 오늘날 세계의 국가 간 경쟁은 군사력뿐 아니라 경제적 지배력을 둘러싼 것이기도 하다. 첨단 기술이 군사 부문에서도 핵심적 구실을 하는 만큼 AI 경쟁은 두 경쟁이 융합된 것이다.

그런 만큼 세계 열강은 갈수록 AI를 “국가 안보” 문제로 다루고 있고, 경쟁자를 제치기 위해 막대한 자원을 투여하고 있다. 이 자본주의 경쟁에서 뒤처지면 경제적·군사적 우위를 잃을 수 있고 그런 우위는 한 번 잃어버리면 되찾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다. 이 쉼 없는 경쟁은 일국 내, 그리고 국가 간 불평등을 키울 뿐 아니라 국제적 긴장을 높여 세계를 더욱 위험한 곳으로 만들고 있다.

미국 인공지능국가안보위원회를 이끈 바 있는 슈밋은 지정학적 판돈을 분명하게 이해했다. “여러분의 생애에서, 지식 우위를 차지하기 위한 미·중 간 쟁투야말로 가장 중요한 전투가 될 것이다.” 이런 관점은 구체적 행동으로 옮겨졌다. 미국은 최근 엔비디아가 첨단 반도체를 중국에 수출하는 것을 금지했는데 이는 중국의 AI 개발을 억제하려는 것이다. 슈밋을 인용하자면 “우리는 [AI 경쟁에서 ― 필자] 앞서고 있고, 선두를 계속 지켜야 하고, 그러려면 많은 돈을 들여야 한다.”

하지만 여기에 드는 돈은 어디서 나오고 있고, 그 돈은 어디로 가고 있는가? AI 연구와 개발에는 수십억 달러가 아낌없이 투입되고 있지만, 평범한 사람들의 생계비는 끝없이 오르고 있다. 집세, 식료품비, 에너지 요금이 계속 오르고 노동계급은 전례 없이 압박받고 있다. 테크 기업들이 천문학적인 규모의 돈을 AI 개발뿐 아니라 AI를 돌리는 데 필요한 전기를 마련하는 데에 쓴다는 것도 심각한 문제다.

그 대가로 우리 평범한 사람들이 얻는 것은 무엇인가? 마우스 클릭 몇 번으로 우스꽝스러운 이미지를 만들어 주는 AI나, 기업들이 처리 속도를 몇 분의 1초 절약하도록 해 줄지 모르는 소프트웨어다. 그러나 이런 ‘성과’는 사회가 직면한 진정한 문제를 해결하는 데에는 거의 도움을 주지 못한다. 주택 문제를 해결하지도 못하고, 병원비를 낮추지도 못하고, 기본적인 생계 문제를 해결해 주지도 않는다. 그 대신, 이미 부유한 자들을 더 부유하게 하고 한 줌의 거대 테크 기업들의 수중에 권력을 집중시킨다.

AI 연구에 투입되는 천문학적인 액수의 돈은, 자본주의에서 부와 권력을 집중해 사람들의 안녕이 아니라 기술 우위 추구를 우선시하는 시스템을 만들어 내는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 준다. AI 무기 경쟁은 새로운 종류의 냉전이 됐고, 그 안에서 국가들은 더 앞서야 한다는 미명 아래 경제적 안정성과 세계 평화를 기꺼이 희생하려 한다.

동시에 이 AI 혁명을 일궈 낸 노동자들은 쥐여짜이고 있다. 슈밋 자신은 구글을 떠났는데, 그는 구글이 “이기는 것”이 아니라 ‘일과 삶의 균형’과 원격 근무를 장려하는 데 골몰하고 있다고 한탄했다. 그러나 모든 것을 희생해서라도 경쟁에서 이겨야 한다는 발상이 바로 현재 AI 발전 궤적의 문제다. 경쟁 압력 탓에 테크 기업 노동자들은 언젠가는 자신을 대체할지도 모르는 시스템을 구축하면서 장시간 노동, 고용 불안, 번아웃에 시달리고 있다.

최근의 크라우드스트라이크 사태도 이런 현실을 드러낸 또 다른 중요한 사례였다. 소프트웨어 업데이트 에러 하나로 전 세계 시스템들이 다운됐을 때, 이를 고칠 IT 노동자들이 부족해서 문제가 더 악화됐다. 원가 절감을 위해 많은 회사들이 IT 지원 업무를 외주화했고, 많은 외주업체는 문제를 신속하게 해결할 자원과 현장 인력을 갖추지 않고 있었다. 그 탓에 기업들은 허둥댔고 위기에 효과적으로 대처하지 못했다. 크라우드스트라이크 사태는 독점 소프트웨어에 의존하면서 그것을 유지·보수할 노동자들을 경시하는 시스템의 취약점을 드러냈다.

그럼에도 노동자들에게는 힘이 있다. 크라우드스트라이크 사태 때 IT 노동자 부족이 시스템의 취약점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듯이, 잘 조직되고 단결한 노동자들은 더 광범한 자본주의 구조의 약점을 들춰낼 수 있다. 테크 산업의 힘은 거기서 생산되는 기계뿐 아니라 그 기계들을 창조하고 유지·보수하는 노동자들의 노동에서도 나온다. 그 노동자들이 노동을 멈춘다면, AI 무기 경쟁을 멈추도록 할 수 있다.

나는 진정한 AGI가 가능한지, 그리고 그것이 인간의 지능에 맞먹거나 그 이상이 될 수 있을지, 그렇다면 언제 그럴 것인지 논하지 않았다. 그 물음들에 대한 다양한 입장들은 다뤄야 할 게 너무 많아 여기서 논하기 어렵다. 그러나 AI 종말론자들의 문제는 짚고 넘어가려 한다. 그들의 담론은 AI가 인간의 통제를 벗어날 수 있다는 두려움을 증폭하고, AI 경쟁에서 우위를 점해야 한다는 국가들과 기업들의 위기감을 부추기고 있다. 두려움으로 추동되는 이런 경쟁은 기술 발전을 가속화할 뿐 아니라 지정학적 긴장을 고조시키는데, 그런 경쟁 속에서 형성되는 AI 질서 내에서 각국이 입지를 다지려고 각축전을 벌이게 되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AI가 인류의 존재를 위협할 것이라는 경고는 권력과 지배를 위한 더 광범한 전략에 이용되고, 뒤처질 수 있다는 두려움은 자기실현적 예언이 된다. AI에 대한 과장과 우려가 요란할수록 더 많은 자원이 AI 개발에 투입된다. 그러면서 그것의 윤리적 함의나 더 광범한 사회적 결과는 거의 고려되지 않는다. 이런 동역학은 현재 우리 세계 질서의 특징인 불평등과 갈등을 더 악화시키는 데에 기여할 뿐이다.

AI 경쟁은 자본주의가 취약하고 노동자들의 노동에 의존한다는 것을 확인시켜 준다. 그리고 노동을 제공하는 노동자들이 조직되고 단결한다면 저항할 힘을 발휘할 수 있다. AI와 AGI의 미래를 마주하는 우리는 그것을 추동하는 체제의 현실도 마주해야 한다. 그리고 스스로에게 물어야 한다. 우리가 만들고 싶은 미래의 모습은 무엇인가?